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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수억" 전국 흔든 돌덩이…'하늘의 로또' 5호 베일 벗는다 [이슈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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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시에 기탁된 미공개 진주 운석 5호 모습. [사진 진주시]

진주시에 기탁된 미공개 진주 운석 5호 모습. [사진 진주시]

2014년 3월 경남 진주시 곳곳에 떨어진 진주 운석 중 하나가 조만간 일반인에게 처음 공개된다. 8년여 전 떨어진 진주운석은 국내외 천문학계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큰 관심을 끌며 ‘하늘의 로또’로 불렸다.

진주시는 “2014년 진주 대곡면·집협면·미천면 일원에 떨어진 진주 운석 중 하나를 최근 소유주로부터 기탁받아 4월쯤 경남혁신도시 내 진주익룡전시관에 전시할 예정”이라고 16일 밝혔다.

이번에 기탁받은 운석은 당시 언론에 알려지지 않았던 다섯 번째 진주 운석으로 주먹만 한 크기의 무게 150g짜리다. 고(故) 김효섭씨가 3월 17일 대곡면 단목리 자신의 파프리카 유리시설하우스 안에서 발견했다. 운석 표면에는 대기권을 통과할 때 마찰열에 의해 생긴 검게 탄 흔적인 ‘용융각’이 잘 드러나 있다.

운석 기탁자인 김효섭씨의 아들 명수씨는 “진주에 떨어진 우주의 기운을 다른 사람들과 나눔으로써 많은 사람이 좋은 기운을 얻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탁하게 됐다”고 말했다. 진주시는 기탁받은 5호 운석을 조만간 진주익룡전시관에 임시 보관 및 전시하기로 했다. 앞으로 태양계의 형성과 우주의 기원 그리고 공룡의 멸종 등 여러 가지 콘텐트를 접목해 일반인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당시 진주에서는 이번에 기탁받은 운석 외에 4개의 운석이 더 발견됐다. 3월 10일 진주 운석 1호가 대곡면 단목리의 한 비닐하우스(9.36㎏)에서 발견된 데 이어 3월 12일 미천면 오방리 중촌마을 콩밭(4.1㎏), 3월 16일 미천면 오방리 504 묘지 근처 밭(420g), 3월 17일 집현면 덕오리 함양로182번길 입구 풋살구장 앞 농수로(20.9㎏)에서 진주운석 2~4호가 잇따라 발견됐다.

진주운석 낙하지점 그래픽. 중앙포토

진주운석 낙하지점 그래픽. 중앙포토

진주운석은 발견 당시만 해도 전국이 떠들썩할 만큼 화제였다. 진주운석 1호가 발견된 다음 날 이 운석은 인천시에 있는 해양수산부 산하 극지연구소로 보내졌다. 도난 방지를 위해 대전~진주  간 고속도로 문산 인터체인지에 진입할 때까지 경찰차가 호송도 했다.

이후 진주 운석 1~4호가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대에서 떨어져 나와 진주시 곳곳에 떨어졌다는 행적도 파악됐다. 당시 운석들은 우주를 떠돌다 지구의 인력에 끌려 들어왔고, 한국 수도권 상공에서 대기권에 진입한 뒤 경남 함양·산청군 인근 상공에서 폭발해 떨어졌다.

전국에서 운석을 찾으려는 ‘사냥꾼’이 몰려들었다. “진주운석의 몸값이 수억 원에 이른다”는 소문이 퍼지면서다. 당시 “하늘에서 떨어진 좋은 기운을 얻어가겠다”며 운석 발견지마다 수십명의 사람들이 매일같이 몰려들었다. 어떤 이는 “운석이 떨어진 자리의 흙을 사겠다”는 이도 있었고, 일부는 그냥 비닐하우스에 큰절을 올리고 돌아가기도 했다.

진주운석의 가치가 g당 최대 10만 원에 달한다는 소문도 나왔다. 당시 인터넷에 소치 겨울올림픽 메달에 사용된 운석이 g당 236만원에 팔렸다는 말들이 나돌면서다. 진주 운석이 하늘의 로또로 불리게 된 계기다.

정부도 운석 소유주로부터 매입에 나섰다. 태양계의 기원과 생성, 변천 과정 등 우주과학 연구에 소중한 정보를 줄 수 있고, 관광자원으로도 가치가 있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협상은 결렬됐고 지금까지 소유주 등이 은행 금고 등에 나머지 운석을 보관하고 있는 상태다.

당시 정부는 진주 운석의 국외 반출을 막기 위해 2014년 12월 운석 등록제와 국외 반출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진주 운석법’을 제정했다. 이후 일부 소유주는 이 운석을 가지고 운석 반지 등을 만들어 소장하고 있으며 향후 판매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진주 운석 1호 소유주가 운석으로 만든 반지. 송봉근 기자

진주 운석 1호 소유주가 운석으로 만든 반지. 송봉근 기자

진주시 관계자는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기탁자의 좋은 뜻을 전해받아 많은 사람들이 진주운석의 기운을 받고 희망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며 “진주운석은 진주의 주력사업인 항공우주산업과 연계해 진주 문화관광사업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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