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회의에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푸른 당 점퍼를 입고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참석했다.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이 “한국노총은 저희에게 엔진의 역할, 죽비의 역할을 해줬다”고 하자 김 위원장은 “노동의 숨결이 숨쉬는 대한민국 모든 곳에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불과 하루 전 부산에서는 한국노총 부산지역 산별대표자와 단위노조대표 위원장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지지 선언이 있었다. 이들은 한국노총 부산본부 1490명을 대표해 “공정, 정의, 상식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고 갑질, 허위, 변명, 내로남불만 남발하는 지금의 정권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권교체라는 대업으로 국민의 뜻을 이뤄내자”고 밝혔다.
민주당이 “이 후보와 윤 후보 둘 다 지지하지 않겠다”(양경수 위원장)는 민주노총 대신 상대적으로 온건한 성향의 한국노총과 손을 맞잡았지만, 조직 표 전체를 끌어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8일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한국노총의 26개 산별연맹과 16개 광역시‧도지역본부, 55개 지역지부 조직, 140만 조합원이 함께해줄 것”이라고 한지 이틀 만에 한국노총 산하 전국외국기관노동조합연맹(외기노련)이 윤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한 일도 있었다.
노동계뿐만이 아니다. 이 후보의 외연 확장 행보는 최근 번번이 시도 단계에서 외면당하는 일이 잦다. 15일 이 후보 최측근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이 라디오에 나와 ‘국민 내각’ 구상과 관련, “동의한다고 하면 유승민 전 의원 같은 분들도 충분히 임명할 수 있다. 유 전 의원 같은 분들은 굉장히 능력 있는 분”이라고 손을 뻗자마자 유 전 의원이 “17일 오후 윤 후보와 티타임을 한다”며 국민의힘 내 ‘원팀’ 행보를 공식화했다.
‘합리적 보수’로 평가받는 유 전 의원에 대한 민주당의 러브콜이 시작도 전에 무산된 형국이다. 16일에는 박광온 선대위 공보단장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 전 의원과) 충분히 함께할 수 있다”고 했지만 유 전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어제, 오늘 갑자기 민주당에서 이상한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해서 윤 후보 지지라는 내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가만히 있으면 당과 지지자들이 나를 오해하고 있을 것 같다. 후보도 만나기를 원하니 자연스럽게 내 생각은 변함없고 확고하다는 것을 밝힐 계획”이라는 게 유 전 의원의 입장이다.
이 후보와 민주당은 앞서 중도·보수 원로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의 선대위 영입에도 공을 들였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 윤 전 장관은 지난 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후보는 일면식이 없지만, 사실 우리 집안의 아저씨”라며 “문중 어르신이 국민의힘 후보로 나와 계시는데 내가 이 후보를 어떻게 돕겠나”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 물밑 제안한 이 후보의 ‘정치적 연대’ 역시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이 후보는 국민의당 버스 사고 소식이 전해진 15일 트위터에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마음을 보낸다”고 적었다.
민주당 선대위는 중도 소구력을 갖춘 인물을 여전히 더 물색하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일반인들에겐 이 후보의 ‘강성’ 이미지가 여전히 강해, 합리적이고 온건한 성향의 중도 인사를 전면에 내세워 찬조연설에 투입하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