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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 210m 홀인원 기쁨, 할머니 별세 슬픔

중앙일보

입력

2017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박성현. [UPI=연합뉴스]

2017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박성현. [UPI=연합뉴스]

코로나 19 이전의 세상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LPGA 투어 스타 박성현(29)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박성현은 KLPGA 투어를 평정한 후 LPGA 투어로 진출해 2017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고 올해의 선수상, 신인상, 상금왕을 차지했다.

이후에도 메이저인 여자 PGA 챔피언십을 비롯한 캐나다 오픈, HSBC 월드챔피언십 등 굵직한 대회 우승컵을 들었다. 2019년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와 함께 광고를 찍는 평생소원도 이뤘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세상은 변했다. 공교롭게도 그 시기 박성현도 많이 달라졌다.

2020년 박성현은 코로나 셧다운과 어깨 부상 등으로 7개 대회에만 나갔다. 상금 랭킹은 88위였다. 지난해에는 19경기에 나갔는데 상금랭킹이 123위로 밀렸다.

2020년 이후, 그러니까 코로나 이후 박성현은 톱 10이 한 번도 없다. 2019년 세계랭킹 1위였는데 16일엔 133위까지 밀렸다.

박성현은 섬세한 선수다. 코로나 이후 외부와의 접촉을 별로 안 했다. 팬들과의 온라인 소통을 제외하면, 지난해 임진한 유튜브에 출연한 것이 공개적인 활동의 대부분이었다.

박성현은 지난해 중순 “어깨 부상은 거의 나았는데 재활 중 나쁜 스윙 버릇이 생겼고 감을 찾지 못했다. 조만간 예전의 감각이 돌아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성적은 그리 좋지 못했다.

2022년은 웃으면서 시작했다. 지난 1월 용품 후원사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 박성현은 비대면 화상 인터뷰를 통해 밝은 미소를 지었다.

2019년 타이거 우즈와 함께 광고촬영을 하면서 인사하는 박성현. [중앙포토]

2019년 타이거 우즈와 함께 광고촬영을 하면서 인사하는 박성현. [중앙포토]

제품을 홍보하면서 그는 “샷 거리가 10야드 정도 늘었고 방향도 좋아지고 있다. 만족하면서 연습하고 있다"고 했다.

좋은 소식은 또 있었다. 지난 12일 박성현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SNS)에 홀인원 영상을 올렸다.

그는 “21살인가 22살 이후로 드디어 오늘 홀인원”이라고 썼다. 박성현은 쇼맨십이 많지는 않다. 그러나 일부 홀인원 골퍼가 그러듯, 홀을 향해 넙죽 절을 하고 컵 안의 공을 꺼내 카메라를 향해 보여줬다.

그가 홀인원 한 홀의 전장은 210m나 됐다고 한다. 3번 우드를 사용한 몹시 어렵고, 희귀한 홀인원이었다.

그의 팬들은 홀인원의 행운이 박성현과 함께하기를 기원하고 있다. 먼 거리에서의 홀인원이니 행운은 더 오래 지속할 거라면서.

슬픈 뉴스도 있다. 외할머니 별세로 박성현은 16일 새벽 급히 귀국했다. 그의 매니지먼트사는 “박성현 선수는 할머니와 워낙 가까운 사이여서 지금은 아무 말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했다.

가족의 죽음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고진영은 지난해 초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잠시 성적이 좋지 않았다.

2017년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상 등을 탄 박성현(가운데). [AFP=연합뉴스]

2017년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상 등을 탄 박성현(가운데). [AFP=연합뉴스]

전인지도 어릴 때 맞벌이 부모님 대신 자신을 키워주신 할머니를 떠나보낸 후 우울증을 앓았다.

박인비도 유달리 가까웠던 할아버지와 지난해 이별한 후 우승이 없다.

박성현은 3월 3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스부터 2022시즌을 시작한다. 할머니를 잃은 슬픔은 그때까지 가슴 깊이 묻어둬야 한다.

유달리 박성현에게 모질었던 코로나 시대가 끝나가는 것은 좋은 징조다. 팬들은 박성현이 돌아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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