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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집토끼 늙어가는데, 산토끼 어디에…‘대폭락 시대’ 게임사 미래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넥슨은 다음달 24일 올해 최대 기대작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출시한다. [사진 넥슨]

넥슨은 다음달 24일 올해 최대 기대작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출시한다. [사진 넥슨]

게임사가 ‘대폭락 시대’를 맞고 있다. 실적이 양호해도 주가가 폭락하는 회사들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자본시장이 게임사를 바라보는 ‘게임의 법칙’이 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슨 일이야

15일 중앙일보 팩플팀이 국내 매출 상위 10개 게임사(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펄어비스·컴투스·위메이드·데브시스터즈·웹젠) 실적을 분석해보니, 지난해 10개사 매출은 총 12조 7413억원으로 전년(11조 6860억원) 대비 9% 증가했다. 카카오게임즈 등 6곳의 매출이 늘어서다. 영업이익 합계는 2조 8161억원으로 1년 새 19% 감소했다. 마케팅 비용 증가, 개발자 인건비 인상 등이 영향을 미쳤다. 카카오게임즈, 위메이드, 데브시스터즈 3곳을 뺀 7곳 모두 영업이익이 줄었다.

국내 주요 게임사 실적 변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국내 주요 게임사 실적 변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게 왜 중요해

2020년엔 국내 게임업계가 유례없는 특수를 누렸다. 기저효과로 지난해 실적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많았지만, 상당수 회사들은 매출을 늘리며 선방했다. 그런데도 게임사 주가는 줄줄이 하락세다. 긴축 우려 등 글로벌 환경 탓도 있지만, 게임사 주가 하락폭은 IT업계에서도 유난히 컸다.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위메이드 등 주가가 고점 대비 반토막 난 경우가 속출했다.
실제 매출 상위 10개사의 시가총액 총합은 73조 5870억원(15일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말(94조 3548억원) 대비 22%나 줄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10.1% 하락했다. 기대를 선반영하는 증시 특성 상 게임업의 미래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올들어 주가가 급락한 게임사.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올들어 주가가 급락한 게임사.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부정적인 이유 2가지

전문가들은 크게 2가지 이유를 든다. 요약하면 집토끼(기존 게임)는 늙어가는데 산토끼(신사업)는 아직 잡지 못했기 때문.

● 영광의 시절은 가고 : 게임과 비즈니스 모델이 모두 노화하고 있다. 게임사 실적을 견인하는 건 신작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개발 기간이 길어지면서 지난해 게임업계는 신작 가뭄에 시달렸다. 매년 신작 10개 안팎씩 내놓던 다작왕 넥슨조차 지난해엔 2개 출시에 그쳤다. 기대를 모았던 대작 게임 블레이드 앤 소울 2(엔씨소프트), 배틀그라운드 : 뉴스테이트(크래프톤) 등은 저조한 성적을 냈다. 여기에 확률형 아이템 등 부분유료화를 내세운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 대한 이용자 반발까지 겹치면서 수익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위 : 엔씨소프트는 올 하반기 콘솔ㆍPC 게임인 TL을 글로벌에 출시할 예정이다. 아래: 넷마블이 올해 상반기 출시 예정인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사진 각사]

위 : 엔씨소프트는 올 하반기 콘솔ㆍPC 게임인 TL을 글로벌에 출시할 예정이다. 아래: 넷마블이 올해 상반기 출시 예정인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사진 각사]


● P2E 미래엔 의구심 : 지난해 하반기 게임사 주가를 밀어올린 키워드는 블록체인. 게임하면서 돈 벌 수 P2E(Play to Earn) 모델을 결합해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에 투자자들이 열광했다. 위메이드가 대표적이다. 자체 발행한 가상화폐 위믹스를 게임업계 기축통화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공개하자, 2020년 말 3만 8500원이었던 위메이드 주가는 23만 7000원(지난해 11월 19일)까지 올랐다. 하지만 기대는 곧 의구심으로 바뀌었다. 위메이드가 위믹스를 대량 매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플랫폼 활성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는 회사측 해명에도, 투자자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여기에 불을 붙인 건 지난 9일 실적 공개였다. 위메이드 연매출은 전년 대비 344% 증가한 5610억원, 영업이익은 3260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매출 중 2255억원이 위믹스 매각에서 나왔고, 위믹스 플랫폼 매출은 36억원에 그친 사실이 알려지자 주가는 35.3% 폭락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P2E 모델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는 올랐지만, 실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점 등이 확인되면서 실망감이 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작된 검증의 시간, 앞으로는

업계 안팎에선 자본시장의 투자 잣대가 게임업의 핵심 경쟁력인 개발력과 IP로 회귀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메타버스 기술이 완성되어도 플랫폼으로 기능하기 위해선 이를 채울 콘텐트, 즉 게임의 경쟁력이 중요해서다. 넥슨의 '던전 앤 파이터 모바일', 카카오게임즈의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등 신작이 올해 성과를 결정할 전망.

위: 크래프톤은 올 하반기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의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출시할 계획이다. 서바이벌 호러 장르 게임이다. 아래 : 카카오게임즈는 올해‘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를 출시할 예정이다. [사진 각사]

위: 크래프톤은 올 하반기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의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출시할 계획이다. 서바이벌 호러 장르 게임이다. 아래 : 카카오게임즈는 올해‘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를 출시할 예정이다. [사진 각사]

최근 글로벌 큰손들의 투자도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마이크로소프트가 82조원에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고,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각각 1조원 안팎을 써서 넥슨(지분 5.02%)과 엔씨소프트(지분 6.69%)에 투자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 국내 게임사 한 고위 관계자는 “MS나 PIF 공통점은 명품 IP가 있고, 개발력이 탄탄한 회사에 투자했다는 것”이라며 “결국은 게임 콘텐츠 자체 경쟁력이 메타버스 같은 신사업에서도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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