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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제품, 외국인이 우선? 약국서 '텐텐' 싹 사라진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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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14일 오전 유치원생 아들에게 줄 어린이 영양제인 ‘텐텐’을 사러 약국에 들른 이모(39)씨는 당황스러웠다. 약국에 텐텐이 없어서다. 서울 중구 남대문 대형약국을 비롯해 인근 약국 5곳을 방문했지만 한결같이 물량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결국 이씨는 비슷한 종류의 다른 어린이 영양제를 샀다. 이씨는 “해외에서 인기가 많아서 국내 약국에서 납품을 못 받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정말이었나보다”며 “한국 제품인데 내국인보다 외국인을 먼저 챙기는 건 잘 이해가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이 생산하는 어린이 영양제인 텐텐. [한미약품 홈페이지 캡쳐]

한미약품이 생산하는 어린이 영양제인 텐텐. [한미약품 홈페이지 캡쳐]

국내 어린이 종합 영양제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는 텐텐이 약국에서 사라졌다. 한미약품이 이달 들어 약국에 납품을 중지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달 3일부터 한미약품은 약국의 텐텐 구매 주문을 받지 않고 있다.

한미약품은 텐텐을 약국을 통해서만 판매하고 있어 약국 납품이 끊기면 사실상 국내 소비자는 텐텐을 살 경로가 없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약국마다 재고량이 달라서 재고가 적었던 약국에서만 한정적으로 품절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텐텐은 비타민(A‧B1‧B2‧B6‧C‧D‧E), 칼슘, 마그네슘, 코엔자임Q10 등 성장 발육에 도움이 되는 성분을 담고 있어 학부모들 사이에선 ‘키 크는 영양제’로도 불린다. 캐러멜같이 단맛이 있는 츄정이라 어린아이들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는 것이 장점으로 꼽히며 1994년 출시 이후 27년째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대한약사회 기관지인 약사공론이 전국 약사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제2회 코리아 팜 어워즈’에서 어린이 종합 영양제 부문 1위를 차지했고, 3년 전 열린 제1회 어워즈에서도 1위였다. 연 매출은 150억원 수준으로, 약국에서 판매하는 어린이 영양제(일반의약품) 매출 1위다.

어린이 영양제인 텐텐은 캐러멜 같은 츄정이다. [한미약품 홈페이지 캡쳐]

어린이 영양제인 텐텐은 캐러멜 같은 츄정이다. [한미약품 홈페이지 캡쳐]

“한류 영향에 동남아에서도 인기” 

텐텐이 귀해진 이유는 공급이 부족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수요가 부쩍 늘었다. 특히 최근 동남아시아에서 많이 찾는다. 한국산 어린이 영양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한류 영향으로 한국 제품에 대한 관심이 커진 데다 한국에 방문해서 구매했던 수요들이 대량 구매하기도 해 도심 등 외국인이 많이 찾는 지역에서는 품절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계절적인 이유도 있다. 새 학기를 앞둔 연초는 일 년 중 텐텐 매출이 가장 높은 시기다. 음력 설이나 개학을 맞아 아이들의 건강을 챙기려는 분위기가 형성돼서다. 여기에 재난지원금도 한몫 거들었다고 한다. 맘카페 등에 따르면 지난 연말 재난지원금 사용 기한 마감이 다가오면서 텐텐을 비롯해 영양제를 사두려는 수요가 몰렸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출시 이후 27년간 아주 드물게 물량이 부족했던 적은 있지만 올해는 변수가 많아서 공급에 다소 차질이 있었다”며 “의약품이라 안전성 검사를 거쳐야 하다 보니 공급이 늦어졌는데, 1~2주일 안에 납품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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