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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국내 첫 달궤도선이라고? 678㎏ 검정 직육면체의 정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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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의 사이언스&]8월 발사 앞둔 달 궤도선 시험 현장르포  

우리나라 최초의 달 탐사용 궤도선이 지난 8일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진공열챔버 실험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우리나라 최초의 달 탐사용 궤도선이 지난 8일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진공열챔버 실험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옥토끼ㆍ달방아…. 오는 8월 대한민국 최초로 발사되는 달 탐사선의 이름은 어떻게 될까.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지난달 26일부터 진행 중인 달 탐사선 명칭 공모전에 14일 기준 4만 건이 넘는 이름이 접수됐다. 오는 28일 마감까지 보름 가까이 남은 만큼 총 응모건수는 7만~8만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누리호 명칭 공모 당시 응모 건수 1만 287건에 비해 무려 7~8배나 많은 응모가 이뤄지는 셈이다.

지난 8일 오전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시험동을 찾았다. 검은색 단열재로 포장된 높이 2.29m, 무게 678㎏의 직육면체가 직경 3.6m의 대형 열진공챔버 안으로 들어갔다. 5t에 달하는 육중한 문이 닫히면 챔버 내부 온도는 최고 섭씨 영상 123도, 최저 영하 183도까지 떨어진다. 검정 직육면체는 이후 72시간 동안 진공과 고온ㆍ고압의 극한 환경을 견딘 뒤 밖으로 나온다. 이 직육면체의 정체는 오는 8월1일 우주로 올라갈 한국 최초의 달 궤도선(KPLOㆍKorea Pathfinder Lunar Orbiter)이다.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들이 지난 7일 위성운영동 달 탐사선 관제실에서 오는 8월 발사 상황을 가정한 시뮬레이션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 항공우주연구원]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들이 지난 7일 위성운영동 달 탐사선 관제실에서 오는 8월 발사 상황을 가정한 시뮬레이션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 항공우주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중앙일보에 한국 달 탐사 1단계 사업인 달 궤도선 준비 상황을 공개했다. 8일 지켜본 달 궤도선은 우주 상황을 가정한 열진공챔버 실험을 앞두고 있어 안테나와 태양전지판은 분리돼 있었다. 달 궤도는 태양이 비칠 때와 비치지 않을 때 섭씨 200도 이상의 온도 차를 보인다. 우주방사선까지 그대로 노출된다. 궤도선에는 후일 달 착륙 후보지를 물색할 고정밀 달 표면 촬영 카메라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달 극지 촬영용으로 제작한 섀도우캠이 달려있었다. 달의 자원을 연구하기 위한 경희대의 자기장 측정기, 지절자원연구원의 감마선 촬영기, 천문연구원의 광시야편광카메라도 실려있었다.  앞서 지난 7일에는 위성운영동 달 탐사선 관제실에서 오는 8월 발사 상황을 가정한 시뮬레이션 연습이 진행됐다. 달 궤도선이 실제 발사된 이후에 진행될 전 과정을 컴퓨터에 입력하고 70명의 연구원이 실제 상황과 똑같이 연습해보는 과정이다.
 김대관 항우연 달탐사사업단장은 “지난해 8월 모든 부품 제작을 마치고, 10월엔 조립까지 완료했다”며“이후부터 오는 4월까지는 우주환경시험과 발사 상황을 가정한 시뮬레이션 연습을 계속한다”고 말했다.

달 궤도선은 오는 7월 초 인천공항에서 화물기에 실려 미국 플로리다의 케이프 커네버럴 미 우주군 기지(최근에  관할이 공군에서 우주군으로 바뀌었다)에 도착한다. 이후 다시 한번 모든 기능을 점검한 뒤, 문제가 없을 경우 8월1일 스페이스X의 팔콘9 로켓에 실려 발사된다. 지구에서 달까지 직선거리는 38만㎞. 궤도선의 항행 속도가 초속 10.2㎞이니 곧바로 달리면 달에 금방 도착할 듯하지만, 실제로는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점을 이루는 라그랑주 포인트 L1지점 까지 간 뒤 다시 돌아서 달 궤도에 진입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렇게 600만㎞의 먼 거리를 4개월 반 만에 돌아 12월16일에야 달 궤도에 진입하게 된다.

한국 달궤도선이 지구에서 달까지 가는 과정.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한국 달궤도선이 지구에서 달까지 가는 과정.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 단장은 “궤도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중량이 애초 목표치(550㎏)를 넘어선 678㎏으로 늘어나면서 정상적인 임무수행을 위해 연료 절감 필요성이 커졌다”며 “제한된 크기에 실을 수 있는 연료를 최대한 아껴가며 달 궤도에 안착하기 위해서 태양과 지구ㆍ달의 중력을 이용하는 ‘저에너지전이(LET)’또는‘탄도 달 전이(BLT)’라 불리는 경로를 이용하다 보니 오래 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달 궤도선은 이후에도 달 주위를 타원형으로 돌다가 보름이 지난 12월31일에도 임무궤도인 고도 100㎞ 원궤도에 안착하게 된다. 달궤도선은 내년 12월 말까지 하루(24시간) 12바퀴를 돌면서 임무를 수행한 뒤 연료가 바닥나면서 달 표면에 떨어지게 된다.

오는 8월 발사될 한국 최초의 달 궤도선

오는 8월 발사될 한국 최초의 달 궤도선

정부가 2018년 발표한 제3차 우주개발 진흥 기본계획에는 달 탐사 2단계 사업도 명시돼 있다. 달 착륙선이 그것이다. 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한국형발사체를 이용해 달 착륙선을 쏘아올린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과기계에 따르면 2030년까지 달 착륙선은 보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된다. 달 착륙선을 실어보낼 계량형 한국형발사체 개발 계획이 지난해 8월 예비타당성조사에서 탈락하면서, 개량형 발사체를 목표 기간 안에 개발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우주강국들이 60여 년 전부터 달에 우주선을 보냈는데 지금에 와서 탐사선을 보내 발사에서부터 넉 달 반이나 걸려 달 궤도에 도착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인류가 달에 처음으로 우주선을 보낸 건 1959년. 옛 소련의 루나 2호가 그 주인공이다. 루나 2호는 지구에서 발사한 지  33시간 30분 만에 달의 고요의 바다 서부 지역에 충돌했다. 미국 아폴로 11호는 발사에서부터 인류 최초로 달 표면에 우주인을 내려까지 단 4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우주 선진국보다 많이 늦은 건 사실이지만 늦었다고 우주개발, 특히 우주탐사를 포기할 수는 없다”며 “심우주 항행기술과 심우주통신을 위한 자체기술 확보뿐 아니라 앞으로 한국도 우주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옛 소련을 시작으로 미국ㆍ중국ㆍ인도ㆍ일본ㆍ유럽연합 등이 일찌감치 달에 탐사선을 보냈지만, 우리도 달 궤도선 임무를 성공하게 되면 세계에서 7번째 국가가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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