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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방치' 공포의 역설…부작용 걱정에도 부스터샷 늘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학생 권대현(26)씨는 최근 한 달 넘게 미뤘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접종(부스터샷)을 마쳤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일일 신규 확진자가 5만 명을 넘어서자 일상을 잃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권씨는 “코로나19에 확진되면 생계수단인 아르바이트도 못 한다”며 “방역패스 기한인 6개월을 채우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10일 서울시내 한 교차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을 안내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뉴스1

지난달 10일 서울시내 한 교차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을 안내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뉴스1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연일 최다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부작용 우려 등을 이유로 미뤄놨던 부스터샷을 맞는 사람들이 속속 생기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가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다”며 “일상을 잃고 싶지 않아 부스터샷을 맞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1호 확진자 될 수 없어”…격리되면 ‘민폐’

13일 오후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제2주차장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있다. 연합뉴스

13일 오후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제2주차장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있다. 연합뉴스

1년여에 걸친 취업 준비를 끝내고 다음 달 입사를 앞둔 박모(28)씨도 11일 부스터샷을 접종했다. 신입사원이 회사의 ‘1호 확진자’가 될 수 없다는 우려에서다. 박씨는 “입사할 곳에서 아직 확진자가 안 나왔다”며 “백신 부작용이 걱정됐지만 ‘민폐 신입’이 되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직장 상사의 눈치를 본 건 사회초년생 조모(24)씨도 마찬가지였다. 조씨는 얼마 전 친구의 확진으로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일주일간 격리했다. 코로나19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지만 부스터샷을 맞지 않아 격리 대상에 속한 탓이다. 조씨는 “회사에서 ‘아직도 부스터샷 안 맞고 뭐 했냐’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일상을 지키려면 3차 백신을 맞아야겠다 싶어 다음 주에 접종할 계획”이라고 했다.

‘셀프 치료’ 걱정에 접종 결심…부스터샷 홍보까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 5만 명을 넘자 방역 당국이 저위험군 확진자의 재택치료 체계를 '셀프 재택치료'로 전환한 가운데 11일 대구 도심의 한 약국에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품절을 알리는 안내문이 놓여져 있다. 뉴스1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 5만 명을 넘자 방역 당국이 저위험군 확진자의 재택치료 체계를 '셀프 재택치료'로 전환한 가운데 11일 대구 도심의 한 약국에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품절을 알리는 안내문이 놓여져 있다. 뉴스1

 지난 10일 시작된 코로나19 ‘셀프 치료’에 대한 불안감으로 3차 접종을 결심한 이들도 있다. 셀프 치료가 시작된 첫날 민원 폭주로 보건소와 통화 연결이 안 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해서다.

직장인 최모(27)씨는 “셀프 치료는 사실상 치료가 아니라 방치인 것 같다”며 “통화 연결이 또 안 되면 어쩌나 싶고, 제대로 상담이 가능할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부스터샷을 맞는 게 안전할 것 같아 백신 접종을 앞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오승은(25)씨는 코로나19로 인한 후유증을 알기에 부스터샷 접종을 홍보하는 중이다. 오씨는 “3차 접종을 미루다 코로나19에 확진됐다. 부스터샷을 맞은 친구는 증상이 가벼웠는데 저는 심하게 앓았다”며 “언제 어디서 걸릴지 모르게 됐으니 증상이라도 덜한 게 낫다”고 말했다.

14일 4차 접종 계획 발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최근 부스터샷 접종 수는 증가세로 돌아섰다. 12일 0시 기준 부스터샷 접종자는 29만 9859명으로 10일(14만 4416명), 11일(20만 1735명)보다 늘었다. 13일 0시 기준 신규 접종 인원은 16만 8995명으로 소폭 감소했는데, 주말을 맞아 접종 인원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권근용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팀장은 “지난 1월 상당수 성인의 3차 접종 시기가 도래해 하루 평균 30만~40만 명 정도의 부스터샷 접종이 있었고 2월에도 15만~20만 명 정도로 꾸준히 접종이 이뤄지는 중”이라며 “최근 오미크론 확산세에 부스터샷을 미뤄놨던 분들도 맞는 경향이 있어 접종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오는 14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에서 면역저하자와 요양시설 거주자 등을 대상으로 한 4차 접종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4차 접종은 (3차 접종 이후) 4개월 간격을 두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2월 말부터 3월에 대부분 4개월이 도래해 그 시기로 계획을 마련 중"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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