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검사키트, 수급 문제 없다"던 정부…뒤늦게 "최고가격제 검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가 13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의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고 약국·편의점에서만 구입할 수 있도록 제한한다. 뉴스1

정부가 13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의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고 약국·편의점에서만 구입할 수 있도록 제한한다. 뉴스1

정부가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의 가격을 제한하는 방안을 언급하고 나섰다. 그간 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다 '제2의 마스크 대란' 우려가 나오자 뒤늦게 대응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오는 13일부터 검사키트의 온라인 판매 금지를 예고한 데 이어 1인당 구매량 제한이나 가격 제한 조치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선 ‘사후약방문’식 대처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격 급등·품귀에 '제2 마스크 대란' 우려 #유치원·초등생에 검사키트 무상제공 추진

2주 전부터 '품절'…정부는 "수급 차질 없을 것"

11일 쿠팡에서 자가검사키트를 검색한 결과 품절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우림 기자

11일 쿠팡에서 자가검사키트를 검색한 결과 품절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우림 기자

자가검사키트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한 건 2주 전부터다. 지난달 26일 오미크론 우세지역(광주ㆍ전남ㆍ평택ㆍ안성)부터 유전자증폭(PCR) 검사 대상을 제한하고, 검사키트로 하는 신속항원검사 중심의 진단체계로 전환하자 미리 키트를 사두려는 움직임이 퍼졌다. 가격도 빠르게 뛰었다. 키트 2개에 7000원 정도였던 가격은 하루 만에 3배가 뛰어 2만원에 육박했다.

'대란' 우려에도 정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27일 “제조업체의 하루 최대 생산 가능량은 약 750만개로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도 다음 날 브리핑에서 “검사 체계 전환에 필요한 키트 수요와 공급에는 큰 차질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는 곧 현실이 됐다. 지난 3일부터 진단검사 개편안이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수요가 폭등했다. 설 연휴 전부터 시작된 재고 부족 현상은 2주째 이어지고 있다. 서울 동작구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최모(52)씨는 “어제부터 하루에 200개 정도 나가고 있다”면서 “3일 전과 비교해 수요가 4배 이상 더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남아있는 재고로 일주일은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며칠 못 버틸 것 같다”면서 “구매처에선 현재 재고가 아예 없다고 한다”고 전했다.

식약처 “13일부터 온라인 판매 중단”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신속항원검사 우선으로 전환되면서 자가검사키트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전 충북 청주시 오송읍 '수젠텍'에서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가 생산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기사 내용과 무관)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신속항원검사 우선으로 전환되면서 자가검사키트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전 충북 청주시 오송읍 '수젠텍'에서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가 생산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기사 내용과 무관)

혼란이 이어지자 식약처는 10일 긴급 유통개선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어린이집과 노인 요양시설 등 감염취약시설에 자가검사키트를 무료로 배포하고, 가격 교란 행위를 막기 위해 13일부터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자가검사키트 판매처는 약국과 편의점으로 제한된다.

이어 11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최고가격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고가격제란 물가 상승이 강하게 나타날 때 정부 명령을 통해 물가를 일정 가격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억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부도 이날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에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무상 배포하는 방안을 시도교육청과 협의하고 밝혔다. 지원 대상은 유치원생 59만 명, 초등학생 271만 명이다. 학생 1명당 1주에 2개씩 5주분, 총 3천300만 개가량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재원 대책 등을 논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포장 일손 부족…병목현상부터 풀어야”

9일 오후 경기도 군포시 휴마시스 군포공장에서 직원들이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생산하고 있다. 뉴스1 (기사 내용과 무관)

9일 오후 경기도 군포시 휴마시스 군포공장에서 직원들이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생산하고 있다. 뉴스1 (기사 내용과 무관)

업계에선 정부가 뒤늦은 대처로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마스크는 국민 모두가 써야 해서 물량 자체를 감당하기 어려웠지만, 신속항원검사 키트는 실수요자로 따져 보면 그 정도는 아니다”라며 “정부가 초기 공급ㆍ유통망 관리에 조금만 신경 썼더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라고 말했다.

키트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현재 키트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는 건 포장 인력이 부족한 탓"이라면서 "출고 과정의 병목현상부터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키트 자체는 제조업체 5곳에서 하루 최대 750만개씩 생산이 가능하지만 이를 개별 포장하는 인력이 부족해 출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현재 주·야간 인력을 합쳐 200~300명 정도로 일하고 있지만, 1000명 정도는 돼야 수요를 맞출 수 있을 것 같다”며 “포장 인력 지원이 어렵다면 제조업체에서 일단 덕용(대용량) 포장으로 내보내고 약국ㆍ편의점 등에서 소분 판매하는 방식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약국에서는 대용량 제품을 뜯어 낱개로 판매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하지만 지난번 마스크 대란 때처럼 일시적으로 소분 판매를 허용해 당장의 수요를 맞춰나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당국도 이같은 지침 변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또다시 부담을 약사들에게 떠넘긴다며 벌써부터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지역 한 약사는 “마스크 대란 때도 4개월 넘게 하루도 못 쉬고 대용량으로 들어온 물량을 소분하면서 수요를 맞췄다”라며 “들어간 시간과 노력에 비해 남는 건 없고 수량 제한으로 소비자와의 갈등도 상당했는데 그걸 또 시킨다면 달갑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