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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여사 옷값 공개하라" 靑특활비 판결, 법원이 뒤집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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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문재인 정부가 비공개하기로 했던 청와대 특수활동비 지출 내역과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품위 유지를 위한 옷값 등 의전 비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정상규)는 10일 한국납세자연맹이 대통령비서실장을 상대로 “정보공개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청와대 비서실이 2018년 7월 정보 비공개를 결정한 처분을 취소하고 일부 정보를 납세자연맹에 공개하도록 했다. ‘일부 승소’지만 개인정보를 제외한 정보들을 모두 공개하라는 취지다. 소송 비용 역시 청와대 비서실이 부담하도록 했다.

연맹 측이 요구한 정보는 ▶대통령 취임 후 지금까지 특활비 지출 내용의 지급일자, 지급금액, 지급 사유, 수령자, 지급 방법 ▶김정숙 여사의 의상·액세서리·구두 등 품위 유지를 위한 의전 비용과 관련된 정부의 예산편성 금액 및 지출 실적 ▶2018년 1월 30일 청와대에서 장차관급 인사가 모인 자리에 제공한 도시락 가격 등이다. 이는 당시 도시락이 한 유명 호텔에서 제작한 9만원대 ‘황제도시락’이라는 비판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다”고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재판부는 이날 “정부의 예산집행은 감사원의 회계감사 및 국회의 국정감사 대상이고 그 집행의 원칙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가 보다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점 등에 비춰 볼 때, 비공개를 통해 보호할 이익이 정보 공개의 이익보다 크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청와대 측의 김 여사의 의전 비용이나 특활비 지출 내역을 갖고 있지 않다는 주장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 측은 정보공개가 청구된 일부 정보들을 보유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어서 재판부가 면밀히 살펴봤다”며 “그 결과 그 정보들 역시 피고가 보유하고 관리하고 있을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법원은 청와대가 비공개 결정을 내리며 든 이유 자체가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것을 전제로 한 답변이었다는 점을 짚었다.

청와대는 2018년 7월 연맹의 특활비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기밀 유지나 국익·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며 비공개 결정했다. 연맹은 청와대 비서실 행정심판위원회에 이런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법원 판단에 불복해 고등법원에 항소할 가능성도 있다. 3월 9일 20대 대통령선거도 변수다. 대통령이 바뀌면 소송 청구 자체가 각하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늦었지만 너무나 당연한 판결”이라며 “국민이 납부한 세금이 투명하게 관리될 때 비로소 국민 주권이 보장되고 권력도 감시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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