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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치료? 격리 끝난뒤, 키트 왔다" 방치된 확진자들 분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19일 경기도 성남시의료원 재택치료 상황실에서 의료진이 '팍스로비드'를 복용하며 재택치료 중인 환자를 화상전화를 통해 진료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9일 경기도 성남시의료원 재택치료 상황실에서 의료진이 '팍스로비드'를 복용하며 재택치료 중인 환자를 화상전화를 통해 진료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부터 일반관리 군에 대해선 필요하면 동네병원에서 관리하는 ‘셀프 치료’가 시작됐다. 하지만 일부 확진자 사이에선 “시행 이전부터 이미 방치돼 있었다. 달라지는 게 뭔가”란 목소리가 나온다.

“사실상 방치… 연락 하나 없다” 

지난 7일 세 딸에 이어 확진 판정을 받은 박자현(35)씨는 “확진 4일 째인데, 아직 보건소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2일에 격리를 시작한 딸아이의 재택치료 키트가 10일에 왔다. 이미 9일에 격리가 끝난 상황이었다”고 했다. 10일 방역당국이 ‘셀프 치료’ 지침을 내놓기 전까진 매일 1회 모니터링과 재택치료 키트 제공이 원칙이었다.

박씨는 “세 딸이 전부 확진됐는데, 보건소는 수십 통을 전화해도 받지 않았다”며 “아이들이 고열이 났던 확진 초기에는 어떤 지침도 받지 못했다. 집에 상비약을 갖춰놓지 않았다면 대책이 없을 뻔했다”고 토로했다.

지난 4일 확진판정을 받은 A(24)씨 역시 지난 격리 기간을 두고 “방치됐다”고 표현했다. A씨는 “확진판정을 받은 지 5일이 지나서야 격리 통보서와 재택치료 키트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경증이었지만, 산소포화도 측정 등 기본적인 자기 진단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보건소는 연락이 안 되고 답답한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A(24)씨가 받은 재택치료키트와 격리통지서. 4일 확진 판정을 받은 A씨는 8일이 돼서야 물품을 전달받았다. [독자 제공]

A(24)씨가 받은 재택치료키트와 격리통지서. 4일 확진 판정을 받은 A씨는 8일이 돼서야 물품을 전달받았다. [독자 제공]

10일 기준 재택치료자는 17만명을 넘어섰다. 결국 복지부는 이날부터 일반관리군에 대해선 필요하면 동네 병·의원이 재택치료를 맡는 것으로 지침을 변경했다. 하지만 일부 확진자들은 어느 병원으로 연락하면 되는지, 어떻게 지침이 바뀌는지 등 기본적인 유선 안내조차 못 받았다고 했다. 박씨는 “지침이 계속 바뀌지만 만약 다시 증상이 심해진다면 어디로 연락을 해야 할지 그런 기본적인 안내조차 없다”고 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쇼핑트렌드 차트. '산소포화도 측정기' 등 코로나19 관련 용품이 올라와있다. [네이버 캡처]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쇼핑트렌드 차트. '산소포화도 측정기' 등 코로나19 관련 용품이 올라와있다. [네이버 캡처]

“계절 독감으로 관리? 준비 안 됐다”

이번 재택치료 변경 방침을 두고 ‘현장 목소리의 부재’라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라면서도 “현장에서 보기에 동네 병·의원들은 현재 준비가 안 돼 있다. 계절 독감은 걸리면 동네 의원에서 신속항원검사도 받을 수 있고, 타미플루 처방도 받는다. 현재 계절 독감 수준으로도 관리가 안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확진자 수 급증을 고려하면 필요한 조치라는 목소리도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확진자가 더 늘어나고 장기전으로 갈 것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방향이다. 다만 현재처럼 재택치료 관리의료기관을 따로 둘 것이 아니라 모든 병원에서 확진자에 대해 진료와 처방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지금 정도의 참여 수준이면 늘어나는 확진자를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10일 기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서울시에서 재택치료에 참여하는 병·의원은 146개에 불과하다. 특히 일부 구의 경우 참여의료기관이 1개 혹은 3개에 그친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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