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 김동연 "삼성 방문하려는데, 靑 전화와 '가지 마세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는 9일 "이재명·윤석열 대선 후보 측에서 서로 단일화를 요청하고 있지만 그들의 희망사항일 뿐"이라며"완주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부총리 시절 법인세와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청와대가 '위(대통령)의 뜻'이라며 밀어붙이길래 엄청나게 싸웠으나 결국 강행하더라"고 밝혔다. 중앙일보 유튜브 '강찬호의 투머치토커' 인터뷰에서다. 일문일답.

김동연 대선후보 '투머치토커'인터뷰서 #부총리 재직시절 청과 충돌 비화 공개 #"삼성 가지말라"길래 "당신이 부총리냐" #청, 대통령 만나게 해준다더니 막기도 #"단일화는 없다, 대선 완주 결심 굳어" #오후5시 '강찬호 투머치토커' 상세보도

-이재명 후보와 이달초 양자 TV토론을 했다. 그 이후 민주당은 "김 후보가 이 후보와 단일화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재명 후보 측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동시에 윤석열 후보와의 단일화도 그쪽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윤 후보 측에서 러브콜이 있나?) 그렇다. 지난해 서울시장 후보로 나와달라느니,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해달라느니 하는 요청을 (국민의힘으로부터)  받었다. 지금도 간접적으로 러브콜이 온다고 한다. (단일화해주면 자리를 주겠다는 제안은 없었나?) 난 총리 제안도 거절했다. 조건에 연연해 움직일 사람이 아니다. 거대 기득권 양당 구조를 깨고 대한민국 미래를 열 새 구도 건설에 골몰하고 있다.낮은 지지율이나 선거비용 등 현실적 애로점을 얘기하는 분들이 있지만 내가 옳다고 믿는 가치의 실현을 위해 끝까지 완주할 생각에 변함이 없다."

-선거 비용에 부담을 안 느끼나?

"이재명 후보는 법정한도인 520억원을 다 쓰겠다고 하더라. 정당 보조금 등까지 합하면 5배는 더 쓸 수 있다고 한다. 2천억원 넘는 그 돈은 다 국민세금이다. 윤 후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적법하게 얻은 후원금 20억원 안에서 선거비용을 쓸 거다. 투명하고 검소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선거 운동을 하려한다. 쓰레기에 불과한 유세용 점퍼부터 입지 않는 방식이다."

-"정체성이 애매하다""민주당 2중대 후보다"는 지적이 있는데

"지금의 여당은 사이비 진보라고 생각한다. 야당도 사이비 보수일 뿐이다. 양측 다 적대적 공생을 유지하며 진입장벽을 쌓고 강고한 기득권 구조를 구축했다. 이걸 깨려고 양쪽 다 비판하고있다. 꿋꿋하게 양당 구도를 깨는 길을 가겠다. 국민들도 길게 보시고, 나에게 장기투자하는 심정으로 지지해주시길 바란다. "

-부총리 시절 청와대와 다툼이 있었다고 했는데

"까발리는 게 목적이 아니라, 교훈을 나누기 위해 당시 상황을 얘기한 것이다. 부총리하면서 부동산과 최저임금, 법인세 등을 놓고 청와대와 세게 싸웠다. 부동산 충돌은 이미 공개했으니 법인세 놓고 충돌한 얘기를 하겠다. 부총리가 된 첫해(2017년) 청와대 모 수석이 내게 '위의 뜻'이라며 법인세 최대 적용 비율을 22%에서 25%로 올리겠다고 하더라. 난 세가지 이유를 들어 안된다고 했다. 우선 1년은 더 검토할 복합적 문제인데다 시장과 소통할 기간이 필요하고, 둘째는 25%로 인상할 경우 적용 기업은 70여개뿐으로, 증액되는 세수도 2조3000억원 정도라 의미가 없는 반면 시장에선 '반기업 증세'라는 비판이 터져나올 것이라 득보다 실이 많다. 세째는 이미 내가 '법인세 인상은 없다'고 공언했는데 말을 뒤집으면 정부의 신뢰도가 하락할 것이다. 이런 세가지 이유를 들어 반대했지만 청와대에서 워낙 강하게 인상을 주장해 엄청나게 다퉜다. 내가 대통령에게 직언까지 했는데도 강행하더라. 그래서 내가 법인셈 인상 방침을 발표하게됐는데, 발표문 말미에 대국민 사과를 집어넣었다. 부하들이 말렸지만 '정부가 말을 뒤집은 셈인데 부총리인 내가 사과 안하면 내 말을 누가 믿겠나'고 버텼다. "

-또다른 충돌은

"부총리 시절 대기업을 순방하며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했다. 그래서 현대와 SK에 이어 삼성을 방문하려는데 청와대 수석이 전화해 공손한 목소리로 '안 가셨으면 좋겠다' 고 하더라. 삼성에 대해 가진 (청와대의) 부정적 관념, 당시 막 감옥에서 나온 이재용 회장이 재판받는 상황 등을 거론하며 가지 말라는 거다. 난 그 수석에게 '당신이 부총리냐'고 일갈하고 삼성에 갔다. 모 언론사를 통해 '삼성에 구걸하러 가냐'는 힐난도 들어왔지만 방문을 강행했다. 부총리는 기업 방문을 통해 시장에 건전한 경쟁을 촉진하는 메시지를 던질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

-그밖에 또다른 충돌은

"최저임금 인상 때는 훨씬 더 강하게 싸웠다. 1대 15,20의 구도였다. 2020년안에 최저임금을 만원까지 올라겠다는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실현이 불가능하니, 국민에 사과하고 대신 2022년안에 실현하겠다고 약속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요지부동이더라. 기재부와 청와대 간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 나(경제부총리)와 노동부 장관, 국무조정실장 등 3인과 청와대 정책실장 및 경제 수석·일자리 수석 등 3인이 '3대3 회의'를 열어 접점을 찾자고 제안했다. 청와대가 처음엔 오케이하더니 다음날 나에겐 말 못하고 차관에 전화해서 취소시키더라. 그러면서 내게는 "대통령에 직접 보고할 기회를 주겠다"고 해서 적나라하게 말하려고 별렀는데, 그 약속도 무산시키더라. 얼마뒤 부총리직 사의를 표했다. 겉으로는 "고용 상황이 참담해 책임지고 물러난다"고 했지만 실은 이 것(최저임금 대폭 인상 강행)이 큰 이유였다."

-이재명 후보와 양자토론할 때 자료 지참 문제가 논란이 됐다고 들었다.

"이재명 후보 측이 '자료 없이 맨손으로 토론한다'는 합의를 하자고 하더라. 난 '알아서 하라, 다만 그런 합의는 못해준다'고 했다. 이 후보 측은 정치적인 생각이 있었던 듯하다. 즉 윤석열 후보와 양자토론 협상에서 '자료 없이 하자'고 고집했기 때문에 그걸 합리화하려는 목적에서 내게도 '자료 없이 토론한다'는 합의를 얻어내려한 듯하다. '이재명은 윤석열 뿐 아니라 김동연과도 자료 없이 토론한다'는 메시지를 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런 식으로 나를 이용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끝까지 합의해주지 않았다"
-11세때에 아버지를 여의고 소년가장이 되어 고학끝에 경제부총리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비슷하게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낸 이재명 후보는 가족사를 둘러싼 구설수에 대해 "집안이 비천해서"라고 했다. 어떤 생각이 드나?
 "워낙 가난해 한끼 때우기가 어려웠던 어린 시절 할머니와 어머니가 칼국수를 끓여 국수를 내게 주시고 두 분은 국물만 드셨다. 난 그걸 모르고 국수를 먹은 뒤 '보리밥이라도 좋으니 밥을 실컷 먹고 싶다'고 했다. 그때 어머니 가슴이 찢어지셨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었다. 그러나 그 어려웠던 환경이 내겐 '위장된 축복'이었다. 그때가 있어 지금의 나로 성장할 수 있었다. 많이 못 가진 사람들이 가진 따스한 가슴을 경험할 수 있는 그런 과정을 거쳐 내 인격이 형성됐다. 그런 만큼 본인의 어려웠던 과거 환경을 다른 일에 대한 핑계로 삼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 정치인이 '나는 흙수저'라며 어려웠던 과거를 부각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금수저도 실은 애로가 많다. 정치인의 과거가 흙수저냐 금수저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수저 색깔로 인생이 결정되지 않는 나라 만드는 게 중요하다."

 -부총리 사임 직후 기재부 신재민 사무관이 청와대의 국채확대 시도와 인사개입 의혹을 폭로해 난리가 났었는데
"젊은 사무관의 순수한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이라 본다.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어떤 면에선 격려도 해주고 싶다.특히 신 전 사무관은 세상 떠난 내 큰 아들과 동갑이다. '극단적 선택을 할지 모른다'는 얘기가 돌 때 너무 걱정이 돼 '잘못된 생각 하지도 말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썼다. 다만 신 사무관은 국채 확대에 비판적인 입장이었는데 신 사무관이 근무한 기재부 국고국과 경제정책국은 정반대 입장이었다. 좀 더 넓은 안목에서 전체를 볼 필요는 있었다고 본다."

강찬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