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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해 키워드] 환경오염 주범이었던 세계공장 中, 이제 '전기차' 대국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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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수많은 아이러니와 새옹지마, 전화위복이 뒤엉켜 있다.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유럽과 서구가 중국으로 대표되는 동양을 압도케 했다. 압도적 군사력으로 무장한 서구는 동양과 아프리카, 신대륙을 석권하며 제국주의 시대를 열었다. 세계 최강국이던 중국은 갈가리 찢겨나갔다.

20세기 말에 이르자 200년에 거친 서구 산업화가 초래한 환경 문제에 직면했다. 특히 자동차 등 내연기관이 주요 원인이었다. 서구로부터 ‘세계의 공장’ 역할을 이어받은 중국은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공격받았다. 21세기 들어 중국은 국가 차원의 대책을 마련했다. 그중 하나가 전기차로의 전환이었다. 그리고 전기차는 중국이 제국주의 시대의 강대국들이 주도해온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을 대체하는 선두 주자로 부상케 하고 있다. 이른바 ‘전기차 굴기’다.

지난해 10월 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가 베이징에 전기차 소프트웨어 개발센터를 열었다. 이곳이 보유한 1000명의 엔지니어 중 다수는 중국인이다. 다임러 측은 “벤츠 차량에 탑재할 AI나 자율주행 등 개발에서 중국 팀이 한층 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고 밝혔다. 다임러의 전략은 두 가지로 보인다. 폭발적으로 확장하는 중국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중국 전기차 생산 능력을 배우기 위함이다.

2021 중국(톈진)국제모터쇼'에 방문한 관람객이 지난 9월 29일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蔚來·NIO)의 자동차를 체험하고 있다

2021 중국(톈진)국제모터쇼'에 방문한 관람객이 지난 9월 29일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蔚來·NIO)의 자동차를 체험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순수 전기차(BEV) 판매량은 세계 최대인 292만 대를 기록했다. 전년인 2020년 대비 2.6배 증가했는데 2019~2020년 증가율이 2%에 불과했던 것을 본다면 지난 한 해 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한 셈이다. 이 같은 판매량은 미국의 5.5배, 유럽 전체의 2배가 넘는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도 60만 대를 팔았다.

중국에서 전기차(플러그인 포함) 비중은 급증하고 있다. 신차 판매 중 전기차 비율이 2020년 5.4%에 이어 지난해 13.4%를 기록했다. 상용차(버스·트럭 등)를 제외한 승용차 판매만 보면 지난해 12월에만 전기차 비율이 21.3%에 달했다. 중국 정부는 2025년 이 비율을 25%, 판매량 500만 대를 목표로 했는데 두 수치 모두 올해 달성할 전망이다.

수출도 크게 늘었다. 플러그인 포함 전기차 수출은 31만 대로 전년 대비 4배 증가했다. 주요 수출시장은 내연기관 규제를 본격화한 유럽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유럽에서 지난해 12월 전기차 판매량이 역대 처음으로 디젤차를 앞질렀다고 보도했다. 수입 전기차 판매량은 2013년 3대에 불과했지만 2018년 1000대, 2000년 1만 대를 넘더니 지난해 2만 대를 돌파하는 급증세다. 일본도 지난해 수입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의 2.6배로 뛰어올랐다.

2021년 9월 30일 노르웨이 오슬로의 니오(NIO) 하우스에 전시된 콘셉트카

2021년 9월 30일 노르웨이 오슬로의 니오(NIO) 하우스에 전시된 콘셉트카

중국은 일찌감치 전기차 양산체제를 구축해오며 제조원가 경쟁력을 쌓아왔다.  

상하이GM우링의 ‘홍광 미니 EV’의 대당 가격은 500만 원에 불과하다. 약 200개의 크고 작은 전기차 메이커가 경쟁한 산물이다. 이중 150개는 2018~2020년에 설립된 신생 업체다.

테슬라로 대표되는 고급 전기차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소프트웨어로 제어되고 OTA(Over The Air·무선 업데이트)가 자유로우며, 강력한 성능과 400~500km 이상의 주행거리, 자율주행에 근접한 첨단 운전지원시스템 등을 갖춘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시장에서 샤오펑, 니오, 리오토가 지난해 각각 10만 대씩 매출을 기록하며 양산체제에 돌입했다. 샤오펑의 경우, 지난 춘절 연휴 기간에도 공장 증설 등으로 회사 전체가 쉴 틈 없이 돌아갔다고 한다.

이렇게 단기간에 쌓아 올린 경쟁력 덕분에 중국 정부는 올해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30% 삭감하고 내년엔 아예 보조금을 없앤다고 발표했다. 중국 전기차 산업이 자력 성장하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의미다. 또 정부 보조가 없어지기 때문에 이윤율을 유지·확대하기 위해선 더욱더 제품과 원가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그 속에서 살아남는 업체들은 세계적 강자가 될 것이다.

한 시민이 지난해 11월 26일 허난(河南)성 바오펑(寶豊)현에 마련된 신에너지차 충전소에서 차량을 충전하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고 있는 모습

한 시민이 지난해 11월 26일 허난(河南)성 바오펑(寶豊)현에 마련된 신에너지차 충전소에서 차량을 충전하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고 있는 모습

전기차 시장의 최대 경쟁자인 유럽의 자동차 회사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내연기관으로 제국주의 시대를 제패했던 유럽 강국들은 밀려드는 중국산 전기차 공세에 직면하게 됐다.  

다가올 전기차 시대에 한국 자동차 회사들도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부품 공급망과 양산 노하우 모두 중국에 열세인 상황에서 향후 한국 정부의 보조금 삭감 타격까지 입는다면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그야말로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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