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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金 황대헌, 선두로 8바퀴 질주···편파판정 아예 낄 틈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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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9일 오후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황대헌이 1위로 결승선을 통과힌 뒤 기뻐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9일 오후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황대헌이 1위로 결승선을 통과힌 뒤 기뻐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드디어 금맥이 터졌다. 황대헌(23·성남시청)이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5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황대헌은 9일 중국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남자 쇼트트랙 1500m 결승에서 2분9초219를 기록,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2018 평창올림픽에서 은메달(500m)을 따냈던 황대헌은 두 번째 올림픽 도전에서 마침내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5일 열린 혼성 계주에서 예선 탈락한 데 이어, 7일 남자 1000m 준결승에선 이준서(22·한국체대)와 황대헌이 편파 판정의 피해자가 돼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그러나 황대헌이 개막 닷새 만에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선사했다.

1500m는 올림픽 쇼트트랙 개인전에서 최장거리 경기다. 황대헌은 준준결승부터 압도적인 기량을 뽐냈다. 초반에 무리하지 않고, 4~5위를 지키다 단숨에 바깥쪽으로 추월했다. 두 바퀴를 남기고 1위로 올라서 그대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준결승에선 전술을 바꿨다. 8바퀴를 남기고 선두에서 레이스를 이끌며 여유 있게 결승에 올랐다.

9일 오후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황대헌이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9일 오후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황대헌이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결승전에는 무려 10명의 선수가 나섰다. 준결승 3개 조 1·2위 6명에 상대 페널티로 구제를 받은 선수가 4명이 합류했다. 한국은 이준서, 황대헌, 박장혁(24·스포츠토토)까지 가장 많은 세 명이 나섰다. 헝가리는 류 샤오린 산도르, 류샤오앙 형제 두 명이 나섰고, 중국은 한 명도 오르지 못했다.

경기 초반 선수들은 눈치 싸움을 벌였다. 유리 콘포르톨라(이탈리아)가 치고 나갔고, 헝가리 선수들이 2, 3위, 이준서가 네 번째로 달렸다. 황대헌은 뒤에서 기회를 노렸다. 그리고 한 번의 찬스를 황대헌은 놓치지 않았다. 8바퀴를 남기고 치고나가 단숨에 선두로 올라섰다.

선두로 달릴 경우 체력 소모가 크다. 하지만 힘 좋고, 지구력이 뛰어난 황대헌은 흔들리지 않았다. 꾸준히 선두를 지킨 황대헌은 막판 거센 추격을 받았다. 세멘 엘리스트라토프(러시아)와 스티븐 뒤부아(캐나다)가 날 내밀기를 했지만 황대헌이 엘리스트라토프보다 0.035초 빨랐다.

황대헌은 손가락 한 개를 펼쳐 까딱이는 우승 세리머니를 펼쳤다. 5위에 오른 이준서와 7위를 기록한 박장혁은 황대헌을 끌어안았다. 황대헌은 태극기를 들고 링크를 돌며 인사를 했다.

9일 오후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황대헌이 1위로 결승선을 통과힌 뒤 박장혁, 이준서와 기뻐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9일 오후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황대헌이 1위로 결승선을 통과힌 뒤 박장혁, 이준서와 기뻐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황대헌은 남자 대표팀 에이스다. 부흥고 재학 중이던 2016년 태극마크를 처음 달았고, 꾸준히 대표팀 간판 선수로 활약했다. 2018년 평창올림픽 당시 임효준(중국명 린샤오쥔)과 함께 개인전 금메달이 기대됐으나 500m에서 은메달을 따낸 게 유일했다. 당시 월드컵 1500m 랭킹 1위에 올랐으나 결승에서 얼음에 걸리는 불운이 따른 게 컸다.

평창올림픽 이후 황대헌은 더 강해졌다. 2018 세계선수권 종합 3위, 2019 세계선수권 종합 2위에 오르며 세계적인 선수로 인정받았다. 2020년 4대륙선수권에선 계주까지 포함해 4관왕에 오르며 절정의 기량을 뽐냈다.

쇼트트랙 선수로는 키(1m80㎝)가 큰 편인 황대헌은 파워가 좋아 단거리인 500m에서도 곧잘 메달을 따냈다. 추월 기술도 훌륭하다. 오심에 휘말려 실격되긴 했지만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보여줬던 장면이 대표적이다. 바깥쪽으로 나가는 척 하다가 안쪽으로 파고드는 기술은 대담성과 스케이팅 실력이 동반되어야만 가능하다.

9일 오후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1위로 골인한 황대헌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김경록 기자

9일 오후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1위로 골인한 황대헌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김경록 기자

정신력도 강하다. 황대헌은 1000m 경기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장애물이 반드시 너를 멈추게 하는 것은 아니다. 벽을 만나면 돌아가거나 포기하지 말라. 어떻게 그 벽을 오를지 해결책을 찾고, 그 벽을 이겨내라"라는 영어 문구를 올렸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 남긴 말이다.

8일 열린 공식연습에서는 "화가 많이 난다"면서도 "여기에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작전을)말할 수 없다"는 농담을 했다. 종목은 다르지만 함께 선수촌 생활을 하는 스피드스케이팅 이승훈은 "대헌이는 멘털이 좋다. 그런 일이 있고도 태연하다"고 칭찬했다. 기술도, 배포도 세계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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