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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 화제된 그 직업, 성범죄 사각지대 우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신병원 내 폐쇄병동에서 10대 여성 환자를 성폭행한 남성이 병원에서 근무하는 보호사로 밝혀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환자와의 접촉이 잦은 의료종사자라면 병원의 관리감독을 받아야 하지만 인력난으로 사람을 채우기에도 급급한 실정이어서다.

정신건강의학과. [연합뉴스TV]

정신건강의학과. [연합뉴스TV]

병원, 보호사 범죄경력 조회 안 한 듯

지난 8일 경기 부천 오정경찰서는 정신병원 보호사 A씨(38)를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과 미성년자 간음 혐의로 지난달 26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부천의 한 정신병원 폐쇄병동에서 미성년자 B양을 수차례 성폭행하고 정신병원에서 탈출하도록 한 뒤 또다시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절도 등 범죄 이력이 있었다. 그러나 그가 일하던 정신병원에선 채용 시 범죄경력조회서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병원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거기에 대해 말씀드릴 건 없다. A씨는 이미 오래전 퇴사했다. 답변드릴 게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정식 명칭은 ‘정신질환 치료 보조원’…드라마 등장해 화제

정신병원 보호사로 알려진 이 직업의 정식 명칭은 ‘정신질환 치료 보조원’이다. 의사와 간호사의 지시에 따라 정신 질환자를 보살피는 역할을 하며 환자의 자해 행위 등을 저지하고 안정시키는 등 신변 관리 업무를 수행한다. 2020년 방영됐던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배우 김수현이 맡은 배역 ‘강태’의 직업으로 화제가 됐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신병원 보호사 채용 시 필수로 요구되는 자격증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환자 신변보호 등 업무 특성상 체력을 필요로 해 남성을 채용하는 경우가 다수라고 한다. 지난 2015년 10월에도 한 정신병원에서 근무하던 30대 남성 보호사가 병원 내 폐쇄회로(CC)TV를 끄고 10대 여성 환자를 성폭행하는 일이 있었다.

경기도의 한 정신병원 관계자는 “의사나 간호사 채용 시 성폭력 범죄와 아동학대범죄 전력을 확인하지만, 이외 다른 종사자는 아동학대범죄 전력 정도만 확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신병원 관계자는 “정신병원 보호사 수가 부족해 채용에 어려움이 많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사람을 구하기 더 어려워졌고, 일을 하다 빨리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병원 내 관리·감독 강화돼야” 

전문가들은 제도 보완과 현장의 관리·감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신병동의 특성상 환자의 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이 미약할 수 있는데, 신원 확인 등이 제대로 안 된다면 범죄에 취약한 환자와 가족들은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며 “아동·청소년과 관련 영역의 업무수행에 있어 성범죄 유무라도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을 위해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장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병원 내의 관리 감독이 함께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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