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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박물관 짓자"는 예비후보…"기발" VS "익산 2번 죽이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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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경찰서장 등을 지낸 김성중 익산시장 후보가 지난 8일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익산에 있는 교도소 세트장 옆에 '조폭박물관'을 건립하자고 제안했다. 사진 김성중 후보 페이스북 캡처

익산경찰서장 등을 지낸 김성중 익산시장 후보가 지난 8일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익산에 있는 교도소 세트장 옆에 '조폭박물관'을 건립하자고 제안했다. 사진 김성중 후보 페이스북 캡처

“조폭도시 브랜드 삼아…” 김성중 전 익산서장 제안 

“(‘조폭도시’라는) 오명을 브랜드 삼아 익산에 ‘조폭박물관’을 세워보면 어떨까.”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성중(58) 전북 익산시장 예비후보가 지난 8일 본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지난 6일 새벽 익산의 한 장례식장에서 두 폭력조직 간 조직원 30여 명이 각목을 휘두르며 패싸움을 벌인 사건을 거론하면서다.

범죄학 박사이자 익산경찰서장 등을 지낸 김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익산에 있는 교도소 세트장 옆에 ‘조폭박물관’을 건립하자고 제안했다. “이런 시점에 엉뚱한 발상일지 모르지만…”이라는 단서를 달았으나, 김 후보 제안을 두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김 후보에 따르면 익산에는 배차장파·구시장파·대전사거리파·삼남백화점파·중앙동파·역전파 등 6개 폭력조직이 있다. 김 후보는 해당 글에서 “특히 이들은 1980년대 왕성하게 활동했고, 전국적으로 위세를 떨쳐 목포·광주와 함께 익산을 호남 지역 3대 조폭 도시로 불리게 된 계기가 됐다”며 “(하지만)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정부가 이른바 ‘범죄와의 전쟁’을 치르면서 조직들의 세가 약해졌다”고 말했다.

전북 익산시 성당면에 있는 교도소 세트장. 사진 김성중 익산시장 후보 페이스북 캡처

전북 익산시 성당면에 있는 교도소 세트장. 사진 김성중 익산시장 후보 페이스북 캡처

“‘전국적 관광지’ 교도소 세트장 교훈 삼아야”

그는 “익산은 일명 ‘조폭도시’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며 “지난 10년간 익산에서는 수차례 패싸움, 수천만 원대 도박 사건, 오락실 투자금 갈취, 투자신탁회사 수십억 원 횡령, 천억 원대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 등 다양한 형태의 조폭 관련 사건이 벌어졌다”고 했다.

김 후보는 “일본의 야쿠자나 중화권의 삼합회, 이탈리아나 미국의 마피아가 성행했던 어떤 도시에도 조폭과 관련된 박물관은 없다”며 “교도소 세트장 옆에 전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박물관을 세우면 무궁무진한 콘텐트를 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2005년 영화 ‘홀리데이’ 촬영을 위해 익산시와 영화제작소가 손잡고 성당면에 세운 국내 유일 교도소 세트장이 당시 ‘예산 삭감’을 주장한 익산시의회의 반대에도 추진돼 현재 전국적인 영상물 촬영지와 관광지로 주목받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노력을 통해 현실의 조폭 문화는 이제 박물관에 봉인하고 박제될 때가 됐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며 “음성적이고 어두운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던 문화를 양성화시키고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작업”이라고 했다.

이어 “조직폭력 사건은 그 배후 세력까지 철저히 수사해 강력한 사법 처리를 해야 한다”며 “여기에 ‘조폭박물관’을 통한 문화적인 노력을 병행한다면 훨씬 멋진 익산이 될 것”이라고 했다.

경기 한 폭력조직 조직원들이 간부들을 배웅하며  90 도로 인사하고 있다. 본 기사와는 관련 없음.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경기 한 폭력조직 조직원들이 간부들을 배웅하며 90 도로 인사하고 있다. 본 기사와는 관련 없음.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기발하다” “나쁜 아이디어” 찬반 엇갈려

김 후보의 글에는 9일 오후 4시 현재 140여 명이 ‘좋아요’ 등을 눌렀고, 60여 개의 댓글과 대댓글이 달렸다. ‘아이디어가 아주 창의적이다’, ‘참신한 역발상이다’, ‘재미있고 기발하다’ 등 긍정적 의견도 보인다.

반면 ‘전국적으로 조폭도시라는 나쁜 이미지가 있는데 박물관까지 만드는 건 익산을 두 번 죽이는 나쁜 아이디어 같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유명한 조폭 두목이 있다면 그 두목 유적관을 지어야 할까’, ‘조폭도시로 익산 홍보에 열을 올리시는 시장 후보가 계시니 안타까운 현실이다’ 등 부정적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좋은 의견 감사하다”면서도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켰더니 손가락만 보시는 듯해 아쉽다”고 적었다.

한편 전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패싸움 과정에서 상대 조직원을 다치게 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상해)로 A파와 B파 조직원 30여 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달아난 조직원들을 쫓고 있다. 이들은 지난 6일 오전 2시17분쯤 익산시 동산동 한 장례식장 주차장에서 각목 등을 휘두르며 서로 치고받은 혐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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