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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FC 수사무마'에 사표 박하영, 결국 檢 떠난다…“희생 번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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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검 성남지청. 중앙포토

수원지검 성남지청. 중앙포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성남시장 시절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수사하다 지난달 25일 사의를 표시한 박하영(사법연수원 31기) 성남지청 차장검사가 결국 오는 11일 검찰을 떠난다. 박 차장검사는 지난달 25일 검찰 내부망에 ‘사직의 글’을 올리고 사표를 내면서 박은정(연수원 29기) 성남지청장의 성남FC 사건 수사 무마 의혹이 불거졌다.

사표 17일 만에 의원면직

9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오는 10일 오전 11시 성남지청에서 박하영 차장검사에 대한 명예 퇴임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의원면직 일자는 11일이다.

박하영 차장검사는 앞서 지난달 25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를 통해 사의를 나타냈다. 그는 “예전에 생각했던 것에 비하여 조금, 아주 조금 일찍 떠나게 되었습니다”라며 “더 근무할 수 있는 다른 방도를 찾으려 노력해 보았지만…이리저리 생각을 해 보고 대응도 해 보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음성 파일을 공유했다. 박 차장검사가 록 밴드 들국화의 노래 「사노라면」을 부른 것이었다.

“사노라면 언젠가는 밝은 날도 오겠지. 흐린 날도 날이 새면 해가 뜨지 않더냐. 새파랗게 젊다는 게 한밑천인데. 쩨쩨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쫙 펴라.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박하영 차장검사는 지난달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곧 백수가 될 예정입니다. 아이들과 시간도 보내고 건강도 좀 돌봐야겠습니다. 사표가 수리되면 앞으로 어떻게 살지 고민해보겠습니다.”라고 쓰기도 했다.

공무원이 사표를 내면 제한 사유(중징계 의결 요구 중 등)가 없는 한 의무적으로 수리돼야 한다. 박하영 차장검사의 사의가 뚜렷했고 제한 사유가 없다는 게 확인되면서 박 차장검사는 사표 제출 17일 만에 의원면직하게 됐다.

박하영 “의혹은 절차 통해 밝혀질 것”…공수처 수사 나서나

박하영 차장검사는 사표를 제출한 뒤 주변에 “(수사무마) 의혹들은 나중에 절차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표를 낸 건) 희생 번트를 대는 것” 등의 말을 했다고 한다.

그가 검찰을 떠나게 된 계기는 2018년 6월 바른미래당이 고발한 성남FC 후원금 강요 의혹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박은정 지청장과 갈등을 빚은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해당 사건은 경기남부 분당경찰서가 먼저 3년 3개월여 동안 수사하고 지난해 9월 증거 불충분에 따른 무혐의로 불송치 결정을 한 건이다. 이후 고발인의 이의신청에 따라 10월 성남지청으로 송치됐다. 수사팀과 이를 지휘한 박 차장검사는 “직접 보완수사를 하거나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한다”는 수차례 의견을 냈지만 박 지청장이 부당하게 막아섰고 결국 박 차장검사가 사표를 던졌다는 게 이번 의혹의 골자다.

박하영 차장검사의 한 측근은 “보통 수사무마 압력이 내려오면 주임검사나 부장검사가 반발해 사표를 던지는데, 얼마나 심했으면 검찰청 내에서 지청장의 입장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차장검사가 사표를 던졌나 싶다”라고 말했다.

파장이 일자 김오수 검찰총장은 수원지검(지검장 신성식 검사장)에 경위 파악을 지시했고, 수원지검은 별도로 지난 7일 성남지청에 보완수사를 지시했다. 성남지청은 8일 경기 분당경찰서가 보완수사를 하도록 했다. 수원지검과 서울중앙지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는 고발장이 제출됐다.

법조계에선 수사무마 의혹과 관련해 “전형적인 고위공직자범죄로 보이는 만큼 공수처가 앞장서 대선 이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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