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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이 형, 내 몫까지 금빛 질주!" 봅슬레이 '영혼의 파트너'의 브로맨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2년간 호흡을 맞춘 남자 봅슬레이 영혼의 파트너 원윤종(오른쪽)과 서영우. [연합뉴스]

12년간 호흡을 맞춘 남자 봅슬레이 영혼의 파트너 원윤종(오른쪽)과 서영우. [연합뉴스]

 아킬레스건 수술은 마친 서영우가 원윤종에게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사진 서영우]

아킬레스건 수술은 마친 서영우가 원윤종에게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사진 서영우]

"(원)윤종이 형, 내 몫까지 금빛 질주 부탁해요!" (서영우)
"미안해 하지마. 네 몫까지 달릴게!" (원윤종)

봅슬레이 남자 국가대표 원윤종(37·강원도청)이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첫 레이스를 앞두고 '영혼의 콤비' 서영우(31·경기BS연맹)의 응원을 받았다. 원윤종 팀은 14일 열리는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2인승에 출전한다. 원윤종은 4인승에도 참가한다.

원윤종과 서영우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봅슬레이 4인승 은메달 기적을 썼다. 썰매 트랙 하나 없는 불모지에서 아시아 최초의 봅슬레이 올림픽 메달을 일궜다. 2인승에선 2015~2016시즌 세계 1위도 합작했다. 성결대 체육교육과 선후배인 둘은 교사를 꿈꾸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2010년 봅슬레이 국가대표 선발전에 지원해 덜컥 합격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순간 판단력이 좋은 원윤종이 앞에서 썰매를 조종하는 파일럿을 맡고, 육상 선수 출신 서영우는 탄탄한 하체를 앞세워 스타트 때 썰매를 미는 브레이크맨을 맡았다.

평창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4인승에서 은메달을 딴 김동현-서영우-전정린-원윤종(왼쪽부터). [중앙포토]

평창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4인승에서 은메달을 딴 김동현-서영우-전정린-원윤종(왼쪽부터). [중앙포토]

2014년 소치와 평창에 이어 세 번째 동반 올림픽을 꿈꾸던 둘은 개막 직전 악재를 만났다. 서영우가 훈련 중 아킬레스건이 파열돼 수술대에 오른 것이다. 지난해 11월 어깨 부상을 당한 서영우는 2021~22시즌을 통째로 빠지는 대신 국내에서 치료와 재활에 몰두했다. 몸 상태가 빠른 속도로 회복했는데, 재활 막판에 발목을 다쳐 베이징행이 무산됐다.

수술을 마친 서영우는 6일 전화 인터뷰에서 "어깨 부상으로 2개월 정도 쉬면서 근육이 약해진 상태였다.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무리를 한 것이 부상의 원인"이라면서 "처음엔 내가 또 부상 당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제발 이 상황이 꿈이길'이라는 생각 뿐이었다. 지금은 받아들였다"고 한숨 쉬었다.

원윤종은 썰매를 조종하는 파일럿, 서영우는 스타트를 책임지는 브레이크맨이다. [연합뉴스]

원윤종은 썰매를 조종하는 파일럿, 서영우는 스타트를 책임지는 브레이크맨이다. [연합뉴스]

문제는 동료였다. 원윤종은 올림픽에서 서영우와 함께 달릴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올 시즌을 홀로 버텼다. 그 사실을 알았던 서영우는 "부상 소식을 감독님에게만 전했다. 윤종이 형에겐 차마 알릴 수 없었다. '빨리 회복하라. 복귀를 대비해 새로운 플랜B를 짜고 있다. 다시 맞춰보자'고 형이 말했던 게 엊그제라서 더 미안했다"고 말했다. 결국 코칭스태프에게 비보를 접한 원윤종이 며칠 뒤 서영우에게 전화했다. 원윤종은 "이겨낼 수 있다. 치료와 회복에 집중하라"고 위로했다.

올림픽 봅슬레이 경기장인 중국 베이징 옌칭 슬라이딩 센터에서 마지막 훈련 중인 원윤종을 만났다.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메달로 향하는 길을 찾고 있다. 서영우가 없지만 새 파트너인 김진수(24·강원도청)도 합이 잘 맞는다. 서영우 부상을 대비해 꾸준히 훈련한 2인승 훈련을 한 덕분이다. 원윤종은 "서영우는 순간 파워가 출중하다면, (김)진수는 주력이 좋아서 썰매를 끝까지 달려 최고 속도를 이끌어 낸다. 100분의 1초를 다투는 승부에서는 썰매를 타기 전 최고 속도가 중요하다"고 칭찬했다.

원윤종과 서영우는 베이징올림픽에서 2인승 금메달을 꿈꿨다. [뉴스1]

원윤종과 서영우는 베이징올림픽에서 2인승 금메달을 꿈꿨다. [뉴스1]

봅슬레이는 파일럿과 브레이크맨의 호흡이 승부를 가른다. [연합뉴스]

봅슬레이는 파일럿과 브레이크맨의 호흡이 승부를 가른다. [연합뉴스]

원윤종 팀은 낯선 트랙과 적응 시간 부족도 극복해야 한다. 400번 이상 주행 연습을 해봤던 평창과 달리 신설된 트랙이라 지난해 40번을 탄 게 전부다. 올림픽 공식 훈련은 딱 10번. 1615m 트랙 막바지 90도로 꺾이는 13번 커브 구간이 고비다. 원윤종은 베테랑의 경험을 앞세워 어느 정도 해답을 찾았다. 그는 "이번 대회 코스가 난해하지만, 올림픽, 세계선수권, 월드컵 등 무대를 많이 경험했다. 코너를 빠져나갈 때 감속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 구간에서 트랙에 부딪치지 않고 잘 빠져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영우는 "우리 윤종이 형은 썰매 밖에 모르는 '바보'다. 대회에 나가면 하루 종일 트랙 연구만 한다. 진수가 당 떨어지지 않게 초콜릿을 준비하면 좋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베이징에서 윤종이 형과 목표로 한 것은 2인승 금메달이었다. 우린 함께 탈 때 최고였기 때문이다. 진수가 있어 든든하다. 꼭 TV로 경기를 볼 테니, 내 몫까지 멋진 질주를 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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