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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尹 사드추가 공방...美브룩스 말 뒤엔 '거대이슈' 숨어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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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브룩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도 ‘추가 사드’가 필요 없다고 말했는데 왜 그 말씀을 계속하나. 안보불안 조성해서 표 얻으려다 경제 망친다는 지적이 있는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주한 전 브룩스 사령관 얘기는 성주에 있는 사드를 패트리엇이라든가 저층 방어 시스템하고 연계했을 때 효과적이라고 한 것이지, 그분이 사드 추가배치가 필요 없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

지상파 방송 3사가 지난 3일 공동주최한 대선후보 토론회.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왼쪽부터),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추가 배치 문제를 놓고 충돌했다. 중앙포토

지상파 방송 3사가 지난 3일 공동주최한 대선후보 토론회.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왼쪽부터),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추가 배치 문제를 놓고 충돌했다. 중앙포토

지난 3일 대선 후보 4자 토론에서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추가 배치 문제를 놓고 충돌했다. 지난달 30일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을 쏜 뒤 윤 후보가 페이스북에 ‘사드 추가 배치’라는 한 줄 공약을 내건 게 발단이었다.

주한미군이 2017년 경북 성주에 사드 1개 포대를 배치한 뒤 토머스 밴덜 당시 미 8군사령관은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사드 체계는 한반도 남부의 한국민 1000만명을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지키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영호남 등 한국의 절반에서 3분의 2 지역만을 사드가 방어할 수 있다는 뜻이다.

권명국 전 방공포병사령관은 “미군 입장에서 핵심 기지가 있는 평택과 대구, 유사시 증원전력을 보낼 수 있는 부산 등 세 곳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경북 성주를 사드 배치 지역으로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서울ㆍ경기 등 수도권은 사드의 사정거리 밖이다.

이 후보와 윤 후보 중 누구 말이 옳을까.

①“사드 추가 배치 필요 없다” 브룩스 발언(△)

이 후보는 사드 배치를 결정하고 실행한 빈센트 브룩스 전 연합사령관이 “사드 추가 배치 필요 없다”고 밝혔다고 강조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브룩스 전 사령관이 해당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다. 단 그는 전제 조건을 달았는데, 현재 실현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겅북 성주의 주한미군 사드 기지에서 주한미군 관계자들이 발사대를 점검하고 있다. 뉴스1

겅북 성주의 주한미군 사드 기지에서 주한미군 관계자들이 발사대를 점검하고 있다. 뉴스1

그는 2020년 11월 2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사드는 한국에 (저고도미사일방어 체계인) 패트리엇 미사일방어 체계 레이더와 (탄도탄 조기경보 레이더인) 한국의 그린파인 레이더 등 다른 미사일방어 시스템과 통합해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할 수 있다. 이것은 더 나은 통합방어시스템이 될 것이다.

RFA는 이와 관련 일부 언론에 “브룩스 전 사령관은 (당시 RFA 인터뷰에서) 한국에 추가 사드 배치가 필요 없다고 언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그의 발언에는 전제가 달려있다. 한국 내 패트리엇 미사일 및 그린파인 레이더를 사드와 통합한다면 사드 추가 배치가 필요 없다는 취지였다. RFA는 “(브룩스 전 사령관은) 한국에 이미 배치된 사드 포대를 패트리어트 미사일방어체계 등과 통합하면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막을 수 있다며 한국에 사드를 추가로 배치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패트리엇 미사일을 사드 레이더로 조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문제는 한국군이 운영하는 그린파인 레이더 등과 미군이 운영 중인 사드를 연동하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한국이 들어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미군과의 MD 편입은 사드 추가 배치를 넘어서는 차원의 거대 이슈다. 문재인 정부는 물론 박근혜 정부에서도 MD 편입 방안을 추진하지 못했다. 사실상 현실화하기 어려운 전제로 사드 추가 배치 불필요를 거론한 게 된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군 소식통은 6일 “브룩스 전 사령관은 수도권에 사드를 추가 배치할 필요성에 공감해왔다”며 “한국의 정치적 상황 때문에 대안을 제시한 것이지, 아예 반대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브룩스 전 사령관은 2017년 11월 3일 육군협회 강연에서 “사드 배치를 통해 (남부지역) 방어태세를 강화함으로써 김정은이 남부지역을 함부로 위협하지 못하게 했다”며 “앞으로 기존 수도권 방어체계에 방어자산과 능력을 추가해 수도권 주민 보호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어떤 방어자산을 추가할지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②중국의 반발을 불러온다(?)

이 후보는 “(사드의 추가 배치는) 중국의 반발을 불러와 경제를 망치려고 한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윤석열 캠프의 김용현 국방정책분과위원장(전 합참 작전본부장)은 “한국이 직접 사드를 사서 수도권을 지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지린성 롯데마트 앞에서 ‘사드 부지 제공 규탄’ 집회. 중국은 사드 배치 후 한국에 대해 경제적 보복을 가했다. 웨이신 캡처

중국 지린성 롯데마트 앞에서 ‘사드 부지 제공 규탄’ 집회. 중국은 사드 배치 후 한국에 대해 경제적 보복을 가했다. 웨이신 캡처

한국 정부가 사드를 사들여오는 방법은 문재인 정부의 첫 국방부 장관이었던 송영무 전 장관도 검토했던 사안이다. 그는 대선 전 2017년 4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사드를 사들여 사용하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송 전 장관은 당시 “한국이 사드를 직접 운용하면 중국이 문제를 제기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7년 3월 22일 미ㆍ중 외교장관 회담 후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는 한국이 자신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지만, 이런 종류의 조치가 한국의 우호적인 이웃 국가인 중국에 해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화춘잉 대변인의 발언은 사드의 운영 주체가 한국이라면 반대하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해석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예상에 불과하며, 중국이 한국의 사드 구매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③북한은 수도권을 겨냥할 때 고각발사를 한다(△)

윤 후보는 토론회에서 “북한에서 수도권을 겨냥할 경우 고각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경우가 많아서 당연히 (사드가) 수도권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북한은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이 미사일은 고각으로 쏴 고도 2000㎞까지 올라갔다. 조선중앙통신

지난달 30일 북한은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이 미사일은 고각으로 쏴 고도 2000㎞까지 올라갔다. 조선중앙통신

고각 발사는 통상(30~45도)보다 높은 각도로 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사거리를 줄일 수 있다. 북한이 지난달 30일 쏜 화성-12형은 고각발사로 고도 2000㎞까지 올라간 뒤 비행거리 800㎞를 날았다. 화성-12형의 최대 사거리는 5500㎞이다.

고각으로 미사일을 쏘면 비행시간이 길어져 그만큼 대응할 시간을 벌어준다. 북한은 땅이 좁아 중거리 미사일의 성능을 검증하기가 마땅치 않아 고각발사를 선택해 왔다.

그런데 북한은 유사시 수도권을 공격할 경우 스커드와 같은 단거리탄도미사일과 방사포가 위협적이다. 고각발사하는 화성-12형은 괌의 미군 기지 등을 노리는 중거리 공격용이다.

북한이 유사시 화성-12형을 고각발사할 수 가능성도 있겠지만, 수도권을 겨냥한 1차적 위협 요소는 단거리 공격 무기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수도권에 사드를 배치할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서울에 2개 포대를 둔 패트리엇 등 수도권의 미사일 방어 체계는 요격 사거리가 짧다. 북한의 단거리탄도미사일이 수도권 가까이 날아와서야 요격할 수 있다.

스커드의 경우 최대 고도가 70㎞를 넘어 사드의 요격 고도(40~150㎞)에 해당한다. 이런 사거리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게 사드다.

권명국 전 사령관은 “사드는 사거리가 150㎞라 여러 번의 교전 기회를 가질 수 있어 방어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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