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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석 “한복, 상호 존중 필요”...리잔수 “민감 문제 적절히 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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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석(왼쪽) 국회의장이 5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만나 회담과 만찬 등 2시간 반에 걸친 회동을 가졌다. [신화통신 캡쳐]

박병석(왼쪽) 국회의장이 5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만나 회담과 만찬 등 2시간 반에 걸친 회동을 가졌다. [신화통신 캡쳐]

국가 정상급 외빈 자격으로 베이징을 방문한 박병석 국회의장이 6일 특파원단 화상간담회에서 리잔수(栗戰書) 중국 전국인민대표자회의(전인대) 상임위원장을 만나 문화콘텐트 전면 개방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올림픽 개막식에서 불거진 한복 논란에 대해선 문화 개방을 통해 양국간 문화 인식 격차를 좁혀나가야 하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강조했다. 박 의장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중국 전인대가 초청한 첫 해외 대표단이다.

박병석 의장 “전면적 문화콘텐트 개방 요청”  

지난 5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리 위원장과 만난 박 의장은 1시간의 회담에 이어 만찬까지 2시간 반에 걸친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 의장은 “새로운 30년의 방향과 경제 내실화, 산업 공급 안정화, 한반도 문제 등 많은 얘기가 오갔다”며 “특히 강조한 것은 양국간 심각한 문화콘텐트의 불균형으로 우호적인 정서가 악화되고 있어 이를 시정하기 위한 획기적이고 전면적인 문화콘텐트 개방을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6일 오전 박병석 의장은 3박4일간의 일정을 마치면서 베이징특파원단과 화상 간담회를 가졌다. 박성훈 특파원

6일 오전 박병석 의장은 3박4일간의 일정을 마치면서 베이징특파원단과 화상 간담회를 가졌다. 박성훈 특파원

박 의장은 전면 개방의 범위에 대해 “한국 영화와 K팝, 드라마, 게임을 포괄하는 것”이라며 “한걸음씩 나아가는 게 아니라 전면적으로 개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에선 지난해 말부터 사드 사태 이후 6년 만에 한국 영화와 드라마 방영이 허용됐지만 각 1편에 그치고 있다. 지난달 4일 중국 후난(湖南)위성TV가 이영애 주연의 한국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를 첫 방영했고 지난해 12월 1일 한국영화 ‘오 문희’의 극장 개봉이 허용됐다.

이에 리 위원장은 “올해가 양국 문화교류의 해인 만큼 이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한 방법”이라며 “담당부처에 한국의 입장을 고려하도록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한 공연자가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한 공연자가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올림픽 개막식에서 조선족이 입고 나온 한복으로 인해 중국이 우리 문화를 소수 민족 문화로 비하했다는 논란과 관련해 박 의장은 양국 상호간의 이해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장은 “한복 문제로 다양성에 기초한 이해 증진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며 “그런 관점에서 문화콘텐트 전면 개방은 중요한 과제이며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논란과 우려에 대해 (리잔수 위원장에게) 거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복의 주체가 우리 대한민국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며 “동시에 중국의 소수민족이 어떤 의미를 갖느냐에 대한 이해도 필요한 것 ”이라고 덧붙였다.

문화콘텐트 개방을 강도높게 요구했다는 박 의장의 설명과 달리 인민일보와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의 방점은 다른 곳에 찍혔다. 인민일보는 “리 위원장이 중ㆍ한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심화해 나가고 이를 위해 공동 방역 협력, (한ㆍ중간) 자유무역협정 2단계 협상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화 분야에 대해선 “‘문화교류의 해’를 이용해 미디어와 교육, 스포츠, 청소년 등 다양한 교류를 추진해 상호 이해를 증진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 측 콘텐트 개방 요청은 언급되지 않았다.

인민일보는 6일자 4면에 실린 박병석 의장과 리잔수 위원장의 회담 보도. [인민일보 캡쳐]

인민일보는 6일자 4면에 실린 박병석 의장과 리잔수 위원장의 회담 보도. [인민일보 캡쳐]

리잔수 “민감한 문제”...통상 사드 지칭

특히 리 위원장은 “양국 관계 심화를 위해 민감한 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해 양국의 장기적 이익을 수호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중국이 한국 관련 ‘민감한 문제’라고 언급한 것은 통상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 문제를 지칭한다. 대선을 앞두고 사드 추가 배치나 ‘3불(不)’ 정책 등의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을 견제한 발언이란 해석이 나왔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사드사태가 정점에 달한 지난 2017년 “중국의 민감한 문제를 해결하기 바란다. 사드 배치 반대에 대한 중국 입장은 확고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 의장은 민감한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 대신 “한반도 상황이 더이상 악화돼선 안 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으며 한반도 운명의 최종결정권자는 남북한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4일 박병석 의장이 베이징겨울올림픽 개막식장에 입장하고 있다. 정상급 내빈 가운데 가장 먼저 경기장에 도착했다. [CCTV 캡쳐]

4일 박병석 의장이 베이징겨울올림픽 개막식장에 입장하고 있다. 정상급 내빈 가운데 가장 먼저 경기장에 도착했다. [CCTV 캡쳐]

박의장은 4일 개막식 참관과 중국동포 화상간담회, 5일 시진핑 주석과의 오찬, 리잔수 전인대 위원장 만찬 등 3박4일 일정을 마친 뒤 6일 오후 귀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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