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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0만원→1억 급등…돌풍 일으킨 34세 작가에 쏠린 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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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set beach, 2021,캔버스에 과슈,112x112cm.[사진 가나아트]

Sunset beach, 2021,캔버스에 과슈,112x112cm.[사진 가나아트]

Paradise of Dodo, 162x520cm(162x130cm 4pcs),캔버스에 과슈, 2022. [사진 가나아트]

Paradise of Dodo, 162x520cm(162x130cm 4pcs),캔버스에 과슈, 2022. [사진 가나아트]

'도도새 작가' 김선우(34)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인전 '파라다이스'(Paradise)를 열고 있다. 김선우는 평화로운 자연 가운데 여유를 즐기는 도도새를 주인공으로 한 그림으로 젊은 컬렉터들 사이에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작가다. 지난해 우국원 작가와 함께 경매시장에서 작품가가 큰 폭으로 올라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미술 경매서 가격 20배 급등 #개인전 '낙원' 신작 21점 공개

일례로 2019년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약 540만원에 팔린 작품이 지난해 9월 서울옥션 경매에 나와 1억1500만원에 낙찰됐다. 단기간에 가격이 20배로 뛴 것이다. 이후에도 김선우 작품은 경매시장에서 최대 추정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판매됐다. 이번 전시는 경매시장 돌풍 이후 처음 여는 개인전으로, 그의 신작 21점을 한자리서 살펴볼 수 있다.

김선우가 화면에 사람 대신 주인공으로 배치하는 도도새는 인도양 모리셔스 섬에서 멸종된 것으로 전해진다. 평화로운 환경에서 날지 않아도 됐고, 결국엔 날개가 퇴화해 날지 못하게 됐다는 새다. 15세기에 모리셔스 섬을 발견한 포르투갈인들이 이 새를 도도'(Dodo)라고 부르며 포획한 끝에 결국 멸종했다. '도도'는 바보라는 뜻이다.

이 도도새들을 소환한 김선우의 화면은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처럼 평화롭고 발랄하고 감각적이다. 초록 나무와 파란색 하늘과 바다, 노란 발과 검은 부리의 도도새는 단순한 형태와 선명한 색으로 표현됐다. 김선우는 "현대인들이 도도새와 닮았다"고 말했다. 낙원이라고 착각하는 현실에 안주해 스스로 자유를 반납한 삶을 살고 있다는 점에서다.

동국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그는 2014년 '새 머리 인간'을 처음 선보였다. 그는 "자기가 원하는 걸 하는 게 아니라 안정적으로 사는 걸 목표로 사는 사람들이 날개를 잃어버린 새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새 머리 인간은 "자기의 진정한 자유를 찾아 떠나지 못하는 존재들"이다.

대학 졸업 후 2015년 을지재단 일현미술관 지원으로 한 달간 모리셔스에서 도도새를 주제로 리서치 프로젝트를 했다. "모리셔스에서 한 달간 300점의 드로잉을 그렸고 글을 썼다. 그게 내 작업의 큰 전환점이 됐다."

이번 전시작 역시 도도새를 매개로 현대인의 꿈과 자유를 표현했다. 처음으로 붉은 저녁노을 물든 정글과 바다가 보이고,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그리고 유명 전래동화 '금도끼 은도끼'를 패러디한 작품도 눈에 띈다.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파도’를 오마주하고, 불로장생(不老長生) 상징물인 소나무와 학 등이 보이는 대형 작품도 눈에 띈다. 화면 속 도도새들은 파도를 즐기고, 모여 음악과 책 읽기를 즐긴다. 작가가 생각하는 낙원 풍경이다.

The flying pianist, 145.5x112cm, 캔버스에 과슈, 2021.[사진 가나아트]

The flying pianist, 145.5x112cm, 캔버스에 과슈, 2021.[사진 가나아트]

Creation of Dodo,, 130x162cm, 캔버스에 과슈, 2021[사진 가나아트]

Creation of Dodo,, 130x162cm, 캔버스에 과슈, 2021[사진 가나아트]

그러나 미술계에선 아직 김선우의 행보를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해 인기 돌풍이 '반짝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까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실제로 미술시장엔 작품가가 급등했다가 이후 회복하지 못하는 작가들이 꽤 있다. 그가 도도새 연작으로 얼마나 다채로운 화면을 계속 보여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번 전시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김선우는 "화면을 매번 다르게 표현하는 게 어렵다"면서도 "아직 더 시도해보고 싶은 것도, 풀어놓을 것도 많다"고 했다. 이어 "처음엔 내 작업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 같아 기뻤고, 나중엔 '경매 작전주'라는 등의 소문에 시달리며 씁쓸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일을 겪으며 내 그림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응원하는 사람들 또한 적지 않다는 것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김선우는 또 자신을 버티게 하는 힘으로 책을 꼽았다. 아이디어를 내고 스케치할 때를 제외하고 나머지 작업은 오디오북 서비스로 책을 들으며 작업하는 것. 지난 1년간 읽은 책만 약 100권에 달한다. 역사·과학·인문·사회 등 현대사회를 성찰하게 하는 책들이다.

그에게 낙원이란 "가능성의 바다에서 끊임없이 파도를 타며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삶"이란다. "오는 4월부터 3개월간 파리 시테 레지던시에 머무르며 작업할 예정"이라는 그는 "내게 어떤 변화가 생길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시는 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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