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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크 디섐보 2경기 기권, 장타 과부하 걸렸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브라이슨 디섐보는 올해 들어 부상 등으로 4라운드까지 마친 대회는 단 한 번 뿐이었다. [AP]

브라이슨 디섐보는 올해 들어 부상 등으로 4라운드까지 마친 대회는 단 한 번 뿐이었다. [AP]

브라이슨 디섐보(29)는 절뚝거렸다. 얼굴엔 불편한 기색이 가득했다. 경기 후 미디어와 말을 하지 않았다.

지난 3일 사우디아라비아 킹 압둘라 이코노믹 시티의 로열 그린스 골프 앤드 컨트리클럽(파70)에서 열린 아시안투어 PIF 사우디 인터내셔널 1라운드 때 그랬다.

이날 트리플보기를 포함 3오버파 73타를 친 디섐보는 다음 날 "왼손과 왼쪽 골반을 다쳐 2라운드를 앞두고 기권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올해 디섐보의 기권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소니 오픈에서도 손목 때문에 기권했다. 디섐보는 개인 유튜브에 “손목 상태가 좋지 않다. 그러나 별일은 아니다. 플레이할 수 있었지만, 악화시키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라고 했다.

디섐보는 지난주 열린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는 손목과 허리를 부여잡고 얼굴을 찡그리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기권하지는 않았지만 컷탈락했다.

결국 올해 들어 4번 대회에 참가한 디섐보가 4라운드까지 경기한 대회는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챔피언스가 유일하다. 38명이 출전한 대회에서 디섐보가 공동 25위를 했으니 그리 좋은 성적은 아니다.

디섐보는 2020년 근육을 약 20kg 불려 350야드가 넘는 장타를 치면서 로켓 모기지 클래식과 US오픈에서 우승했다. 그러나 디섐보는 지난해 1승에 그치더니 올해 들어선 부상 등으로 하한가다.

골프계에선 몸을 불리고 스윙 스피드를 높인 그에게 과부하가 걸린 것이 아닌지 우려한다.

러프에서 샷을 하는 디섐보. 그는 러프에 가더라도 일단 공을 멀리 쳐 놓고 그린을 공략하는 작전을 썼다. [AP]

러프에서 샷을 하는 디섐보. 그는 러프에 가더라도 일단 공을 멀리 쳐 놓고 그린을 공략하는 작전을 썼다. [AP]

골프의학연구회를 만든 이상진 서울본브릿지정형외과 원장은 “디섐보는 워낙 스윙스피드가 빠른데다 러프에서의 샷을 피하지 않고 디봇도 깊게 파는 스타일이어서 손목에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 다른 몸 부위는 스윙 방법, 주위 근육 보강으로 어느 정도 보호할 수 있지만 손목과 팔꿈치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상진 원장은 “골프 스윙으로 생기는 부상은 인체의 각 부분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손목이 아파 어깨 통증이 생길 수 있고, 반대로 손목이 아픈데 그 근본적인 원인은 고관절이나 허리일 수도 있다. 허리가 안 돌면 스윙할 때 손을 과도하게 쓰다가 손목을 다친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을까지도 디섐보의 장타에 대한 의지는 여전했다. 장타 전문 선수들과 훈련하고, 2021년 롱 드라이브 월드 챔피언십에 PGA 투어 현역 선수로는 처음으로 참가했다. 예선을 통과한 후 디섐보는 “PGA 투어 큰 대회에서 우승한 기분”이라며 좋아했다.

디섐보는 몸 부상이 큰 문제는 아니다는 입장이다. 그는 “몸 변화가 부상을 일으켰을 수도 있지만 이를 막기 위해 엄청난 양의 근력 및 기동성 훈련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스윙 속도와 힘의 엄청난 증가는 그 노력을 무력화할 수도 있다. 이상진 원장은 “신이 허락한 속도를 초과한다면, 어딘가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고, 디섐보가 다시 스피드를 줄여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한편 디섐보는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슈퍼리그 참가 조건으로 1억 3천만 달러를 제안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디섐보는 이를 부인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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