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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서 盧 언급하며 울컥, 국민의힘도 놀란 尹의 파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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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뇌와 결단을…”

5일 제주도를 찾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행보의 중심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있었다. 이날 윤 후보는 제주해군기지(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 인근 해오름노을길에서 연설하던 중 노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오름노을길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 후보는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오름노을길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 후보는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뉴스1]

윤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변의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주해군기지 건설이란) 고뇌에 찬 결단을 하셨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뇌와 결단을 마음에 새긴다”고 말했다. 연설하던 윤 후보가 울컥하면서 일순 정적이 흐르기도 했다. 2007년 노무현 정부 때 시작된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오랜 갈등을 겪다 10여년만인 2016년 2월 완공됐다. 윤 후보는 기자들이 말을 잇지 못한 이유를 묻자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입장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앞선 방송 인터뷰 등에서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2007년 5월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 진수식에 참여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의 모습. [중앙포토]

2007년 5월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 진수식에 참여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의 모습. [중앙포토]

대선 TV토론 후 첫 지방 방문 일정으로 제주도와 호남(광주, 6일 방문)을 택한 윤 후보는 이날 4.3평화공원 참배를 시작으로 제주해군기지가 있는 강정마을을 방문해 역사와 안보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파격적이라 할 만한 발언들을 많이했다.

윤 후보는 이날 “당선이 되면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하겠느냐”는 질문에 “오겠다”고 했고, 4.3 희생자의 보상에 대해선 “얼마를 해드려도 충분하진 않겠지만, 합당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4.3 추념식은 이명박과 박근혜 전 대통령 모두 참석하지 않았던 국가기념일 행사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다 유죄 판결을 받은 주민들의 사면과 관련해선 “강정이 평화와 통합의 출발점이라 말씀드렸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윤 후보는 제주도지사 출신인 원희룡 선대본부 정책본부장과 함께 현장을 다니며 ▶관광청 신설 ▶제주2공항 조속 착공 ▶제주신항만 건설 ▶4.3 피해자 가족관계 입증기준 완화 등의 공약도 쏟아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5일 제주시 제주4.3평화공원을 참배, 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5일 제주시 제주4.3평화공원을 참배, 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성철 국민의힘 조직총괄 제주본부장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강정마을을 찾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사실 파격에 가까운 행보“라 평했다.

윤 후보가 제주도민을 향해 총력전을 펼치는 건 제주도가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강세 지역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17대 총선부터 20년 연속 제주도의 3개 선거구를 싹쓸이했다. 윤 후보가 이날 제주 선대위 결의대회에서 “제주도민께서 국민의힘에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제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 한다"고 당원들을 독려한 것도 이 때문이다.

3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 후보 토론'에 앞서 후보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뉴시스]

3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 후보 토론'에 앞서 후보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뉴시스]

지난 두 번의 지방선거에선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당선됐지만 “원희룡이란 인물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제주도는 호남과 함께 전통적인 여당 강세지역이다. 대선이 박빙인 상황에서 윤 후보의 ‘좌클릭’ 행보엔 이유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오후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회식의 중국 국기 입장에서 한 여성(노란원)이 한복을 입고 있는 모습(왼쪽사진)과, 한복을 입고 개회식을 관람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경록 기자, [사진 문체부]

지난 4일 오후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회식의 중국 국기 입장에서 한 여성(노란원)이 한복을 입고 있는 모습(왼쪽사진)과, 한복을 입고 개회식을 관람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경록 기자, [사진 문체부]

윤 후보는 이날 베이징 겨울올림픽 한복 논란과 대장동 관련 의혹으로 구속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중국의 '한북 공정' 논란에 대해선 “고구려와 발해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럽고 찬란한 역사지 남의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곽 전 의원의 구속에 대해 민주당이 ‘대장동은 국민의힘 게이트’라 비판한다는 질문엔 “민주당의 황당한 떠넘기기와 선전선동은 국민이 다 아실 것”이라며 “대장동의 설계와 집행에 누구의 손에 의해 이뤄졌느냐”고 재차 이재명 후보를 겨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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