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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 이겨내고 꿈의 무대 밟은 '진짜 연아 키드' 이시형

중앙일보

입력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이시형이 4일 베이징 수도체육관 피겨스케이팅 훈련장에서 첫 훈련을 하고 있다. 베이징=김경록 기자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이시형이 4일 베이징 수도체육관 피겨스케이팅 훈련장에서 첫 훈련을 하고 있다. 베이징=김경록 기자

'피겨 여왕' 김연아(32)를 보고 그렸던 꿈의 무대. 어려움들을 모두 이겨내고 그곳에 도착한 이시형(22·고려대)이 올림픽을 마음껏 느끼고 있다.

이시형은 4일 중국 베이징 수도 체육관 피겨 훈련장에서 차준환(고려대)과 함께 첫 훈련을 했다. 3일 베이징에 도착한 이시형은 곧바로 35분 정도 연습을 하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연습 이후 만난 이시형은 "똑같은 연습이라 생각했는데, 마치 실전을 소화하는 것처럼 긴장감과 부담감이 있었다. 올림픽이 주는 무게감을 느꼈다. 올림픽 무대에 나선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좋다"고 활짝 웃었다.

9일 열린 종합선수권 프리 스케이팅 연기를 펼친 뒤 팬들에게 하트를 보내는 이시형. [뉴스1]

9일 열린 종합선수권 프리 스케이팅 연기를 펼친 뒤 팬들에게 하트를 보내는 이시형. [뉴스1]

이시형은 '진짜' 연아 키드다. 13년 전인 9살 때 피겨를 시작했고, 김연아의 연기를 보며 피겨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스케이트가 아닌 실내화를 신은 채 복도에서 점프를 했다. 2010 밴쿠버 올림픽에서 김연아의 대관식을 본 뒤엔 더욱 꿈이 커졌다.

하지만 피겨스케이팅은 '비싼 운동'이다. 레슨비, 대관료, 의상, 안무 모든 게 돈이다. 가정 형편이 여유롭지 않았던 이시형은 어머니와 둘이서 고시원 생활을 하면서 새벽 훈련을 했다. 나중에는 어머니가 갑상샘암 수술을 받는 등 건강이 나빠져 기초수급자가 되기도 했다. 여동생들까지 네 식구가 생활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국가대표에 탈락해 훈련비용 지원이 끊겼고, 비용 문제로 해외 대회를 포기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시형은 끝내 자신의 꿈을 이뤘다. 차준환이 세계선수권에서 10위에 오르며 남자 싱글 티켓이 두 장으로 늘어날 가능성을 열었고, 이시형이 네벨혼 트로피에서 5위에 올라 2장째를 확보했다. 이시형은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차준환에 이어 2위에 올라 자신이 따낸 베이징행 티켓을 손에 쥐었다. 김연아가 직접 그에게 격려의 말을 건네주기도 했다.

지난달 9일 종합선수권에서 쇼트 프로그램 연기를 펼치는 이시형. [연합뉴스]

지난달 9일 종합선수권에서 쇼트 프로그램 연기를 펼치는 이시형. [연합뉴스]

이시형은 차준환과 달리 점프 연습까지 했다. 서너번 정도 뛰었고, 한 차례 넘어지긴 했으나 큰 문제는 없었다. 다만 연습 내내 마스크를 쓴 채 연습했다. 이시형은 "같은 훈련 그룹에 코로나19에 확진됐다가 회복한 선수가 있어 조심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호흡이 가팔라)굉장히 힘들다"고 미소짓기도 했다.

허리 통증을 안고도 세계 탑랭커들에게 필수적인 4회전(쿼드러플) 점프까지 익힌 이시형은 우선 8일 열리는 쇼트 프로그램을 통과한 뒤 10일 프리 스케이팅까지 서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성공률이 높은 쿼드러플 살코만 뛰고, 미완성인 토루프는 미뤄둔다. 이시형은 "우선은 쇼트 통과를 위해 안정적인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며 기다려온 꿈의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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