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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역공했지만 안정감 없어” “윤, 선방했지만 디테일 부족”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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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4호 04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4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를 방문해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4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를 방문해 대화하고 있다. [뉴스1]

“특별히 득점한 사람도, 특별히 실점한 사람도 없었다.”

지난 3일 열린 첫 대선후보 4자 TV 토론에 대해 중앙일보 취재에 응한 각 분야 전문가 5인의 평가를 종합하면 이렇게 요약된다. 좋게 말해 “모두 선방했다”, 나쁘게 말해 “밍숭맹숭했다”는 평가다. 다만 이들이 꼽은 ‘베스트 플레이어’와 인상적인 장면은 각기 달랐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연구소장(여론조사), 송은영 숭실대 경영대학원 이미지경영학과 겸임교수(이미지 컨설팅),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정치 컨설팅), 이수범 인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방송학),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정치학) 등 5인이 인터뷰에 응했다.

◆총평=이준한 교수는 “전반적으로 다들 준비가 잘 됐다. 또 네거티브성 공격이 적어 결과적으로 지지율 흐름을 바꿀 정도가 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윤 실장도 “5년 전 대선 당시에는 후보들 각자 분명한 캐릭터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크게 누가 ‘폭망’했다거나 누가 완전히 휘어잡지 않았다”며 “판세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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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밋밋한 토론이 된 것은 다자 토론 방식의 한계라는 지적도 있었다. 배 소장은 “다자 토론도 장점이 있지만 주제와 인물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일대일 토론 시간을 늘리거나 별도의 양자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잘한 사람=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대체로 좋은 평가를 고루 받았다. 이수범 교수는 “경험이나 연륜이 잘 드러났고 청년이나 페미니즘 등 정의당의 컨셉을 잘 표현했다”고 말했다. 심 후보의 화법이나 토론 태도도 “공격과 수비를 골고루 잘했고 질문도 명확했으며, 표정이나 목소리에서도 노련함을 보여 안정적인 인상을 줬다”(송 교수)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중도 확장에는 실패했다”(이수범 교수) “너무 공격적이었다”(이준한 교수) 등의 비판도 있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도 5년 전과 비교해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수범 교수는 “지난 대선에 비해 정제된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다만 “내용은 훌륭하나 유권자와 교감하고 대화하는 모습이 부족했다. 자신이 문제를 내고 자신이 푸는 느낌”(윤 실장)이란 지적을 받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4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농정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4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농정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강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이 후보에 대해 이준한 교수는 “대장동 공세에 굉장히 효과적으로 방어했고, 윤 후보에 대해 역공도 잘했다”고 말했다. 반면 윤 실장은 “분위기 전환을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여당 후보 같은 안정감도 없었고 도전자의 공격적인 면도 없었다. 수세적인 모습을 보여 포지셔닝이 애매했다”고 지적했다. 배 소장도 “국민은 대장동 이슈에 대해 구체적인 해명을 듣고 싶어하는데 감성적인 호소로 대응해 효과가 약했다”고 평가했다.

윤 후보의 경우 “선방했다”는 의견 속에 디테일 부족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배 소장은 “정치 경험이 많지 않아 기대가 적었는데 이 후보와 대등한 토론 실력을 보여줬다. 특히 안보 이슈에 대해 준비를 잘해 왔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처음에는 긴장한 게 보였지만 점점 표정이 다양하고 부드러워졌다. 곤란한 질문을 받았을 때 미소로 대응하는 것도 여유로워 보였다”고 평가했다. 반면 이준한 교수는 “역공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 재생에너지와 원전 문제 질문에 ‘모르겠다’고 한 것을 볼 때 디테일이 약해 보였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4일 선릉역 앞에서 가족들과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4일 선릉역 앞에서 가족들과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상적 장면=전문가들은 안 후보가 이번 토론에서 중요한 장면들을 끌어냈다고 평가했다. 특히 주도권 토론 시간에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국민연금 개혁을 하겠다는 공동선언을 하자”고 제안해 나머지 세 후보로부터 “동의한다”는 답변을 끌어낸 점이 호평을 받았다. 이수범 교수는 “토론에서 거의 처음 보는 장면”이라며 “질문 준비를 잘했다”고 말했다.

안 후보가 이 후보를 향해 “문재인 정부 후계자인가”라고 질문한 점도 인상적이란 의견이 나왔다. 배 소장은 “2017년 대선 때 ‘MB 아바타’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던 안 후보가 좋은 질문으로 인상적 답변을 끌어냈다. 그에 비해 이 후보가 문 대통령과 선을 그어버린 점은 아쉬웠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가 윤 후보에게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씨와의 연관성을 제기하며 ‘역공’을 펼친 장면은 이 후보의 노련함을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준한 교수는 “윤 후보가 공격을 잘 준비했지만 역공을 되받아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패션과 메이크업=송 교수는 “이 후보가 염색을 하고 나서 콘트라스트(대비 효과)가 강해져 차가운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남색 정장에 굵은 줄무늬 넥타이를 착용했는데 “체형에 맞는 핏(길이·너비)을 잘 유지해 세련되고 단정한 인상”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반면 윤 후보는 “복부가 큰 체형인데 큰 핏의 옷을 입어 세련되고 젊은 이미지가 덜했다. 전략적으로 짙고 뚜렷한 색상의 넥타이를 선택하는 게 더 좋았을 것”이란 지적을 받았다. 메이크업도 “입술 색이 티가 났고 눈썹 끝이 인위적으로 날카롭게 마무리돼 부자연스러웠다. 올백 헤어스타일도 어색했다”고 했다.

토론 태도에서도 두 후보 모두 송 교수의 비판을 받았다. 이 후보는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 많이 굳어 있었다”는 지적을, 윤 후보는 “발성 연습을 통해 탁한 소리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배 소장은 “안 후보는 정책 전문성을 발휘했지만 아직 전달 능력이 답답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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