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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아직도 약속 안 지켰다"...사도광산 등재 저지 TF 첫 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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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일본의 사도(佐渡) 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을 막기 위해 다른 나라와 공조해 대응하는 동시에 조선인 강제 노역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정부는 조선인 강제 노역의 상징인 사도광산을 일본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 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4일 첫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일본 사도(佐渡) 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에 대응하기 위한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가 4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첫 회의를 하는 모습. 외교부.

일본 사도(佐渡) 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에 대응하기 위한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가 4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첫 회의를 하는 모습. 외교부.

민관 TF "국내 협업ㆍ국제사회 공조"

이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비공개로 개최된 회의에는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 부처 7곳과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등 공공기관 3곳 관계자를 비롯해 민간의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지난달 28일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린 회의인 만큼 각 부처와 기관별 업무 분장에 따른 조치와 향후 단계적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TF 단장으로 회의를 주재한 이상화 외교부 공공외교 대사는 "전문가 자문과 관계 부처기관 간 긴밀한 협업을 통해 관련 자료 수집과 분석을 면밀히 준비할 것"을 당부했다.

또 회의 참석자들은 "지난해 7월 세계유산위에서 채택된 강력한 결정을 상기하고 일본이 스스로 국제사회에 약속한 후속 조치를 지체 없이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외교부가 이날 밝혔다.

당시 세계유산위는 일본 정부를 향해 이례적으로 "강한 유감(strongly regret)"을 표명했다. 지난 2015년 일본이 하시마 섬(端島ㆍ군함도)을 비롯한 근대산업시설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해당 시설에서 조선인 강제노역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피해자를 위한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었다.

이날 회의로 첫 발을 뗀 TF는 향후 분야별 소그룹 수시 실무회의를 본격 가동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효율적인 국내 협업 체계를 유지하고, 국제사회와의 공조도 적극 전개할 예정"이라고 외교부가 밝혔다.

 일본 사도(佐渡)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 대응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의 단장을 맡은 이상화 외교부 공공외교대사가 4일 첫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외교부.

일본 사도(佐渡)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 대응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의 단장을 맡은 이상화 외교부 공공외교대사가 4일 첫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외교부.

조선인 노동자 한 서렸는데...내년 5월쯤 등재 여부 윤곽

일본 니가타(新潟) 현에 있는 사도 광산은 에도(江戶) 시대(1603∼1868년)의 대표적인 금 생산지다. 일본은 태평양 전쟁이 본격화한 후엔 구리, 철, 아연 등 전쟁 물자 확보에 주로 활용했고, 일제 강점기 시절 1200명이 넘는 조선인들을 동원해 강제노역을 시켰다. 조선인들의 한이 서려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일본은 이런 사실을 숨긴채 이 광산이 '16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중반까지의 전통적 수공업에 의한 금 광산 유적군'이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시도하고 있다. 일본은 유산 등재 범위를 에도 시대로 한정하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28일 사도 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공식 결정했다. 나흘 뒤인 지난 1일엔 세계유산센터에 추천서를 제출하고 등재 추진을 위한 TF 회의도 열었다. 다키자키 시게키(瀧崎成樹) 관방 부(副)장관보 주재로 외무성, 문부과학성 등 국장급 관계자가 참석했는데, 사도 광산의 문화적 가치를 유네스코 위원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에 홍보하고 한국의 반대를 저지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노역 현장인 일본 니가타(新潟)현의 사도(佐渡)광산. 유적 중 하나인 도유(道遊)갱의 내부 모습.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노역 현장인 일본 니가타(新潟)현의 사도(佐渡)광산. 유적 중 하나인 도유(道遊)갱의 내부 모습.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이 정식으로 등재를 신청함에 따라 유네스코는 향후 1년 6개월 가량 검토 과정에 들어간다. 우선 오는 4월부터 건축가, 역사학자 등 전문가로 이뤄진 유네스코의 민간 자문기구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ㆍ이코모스)'가 서류 심사를 시작한다. 이어 올 하반기 중엔 사도 광산 현장에 실사를 나갈 예정이다. 이후 패널 회의 등을 거쳐 내년 5월쯤 '등재 권고', '보류', '반려', '등재 불가'의 네 가지 중 하나의 결론을 내린다.

통상 이코모스가 등재를 권고할 경우 세계유산위도 무난히 등재를 결정한다. 세계유산위의 최종 결정이 나오는 건 내년 6~7월쯤이 될 전망이다. 21개 위원국이 만장일치로 등재를 결정하는 게 관례지만, 원칙적으로는 3분의 2인 14개국만 찬성해도 등재가 가능하다. 일제강점기의 의미를 부각해 등재를 막으려는 한국과 이 시기를 제외해 반발 명분을 없애려는 일본의 외교전 결과에 따라 등재 여부가 판가름나는 셈이다.

앞서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지난 2일 한국의 등재 반대 움직임을 언급하며 "일본 정부가 위원국 전체의 3분의 2의 찬성을 얻는 걸 목표로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도광산 역사 및 일본 정부 세계유산 추천 절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사도광산 역사 및 일본 정부 세계유산 추천 절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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