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후보는 김종인 전 위원장이 생각하는 경제 철학을 수용할 수 있는 마인드가 돼 있습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일 KBS라디오에서 ‘김종인 영입설’에 대해 재차 입을 열었다. 그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경제민주화 등 자신만의 어젠다를 (대선 후보 중) 누가 수용할 것이냐를 보고 있다”며 “김 전 위원장의 경제 철학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수용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송 대표는 지난달 중순 김 전 위원장의 서울 종로구 사무실을 찾아가 “도와달라”고 청했다. 김 전 위원장의 저서를 들고 가 사인을 받는 등 몸도 낮췄다. 송 대표는 지난 2일 언론 인터뷰에서 “김 전 위원장에게 ‘좋은 충고와 조언을 해달라’고 부탁드렸고 긍정적인 답이 있었다”고 밝히는 등 연일 김 전 위원장과의 만남 사실을 알리고 있다.
김종인에 전화 건 이재명…“묘한 시점”
이재명 민주당 후보도 김 전 위원장을 향해 러브콜을 보냈다. 이 후보는 지난달 초 김 전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다. 지난달 5일 김 전 위원장이 윤석열 후보와 갈등 끝에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직을 사퇴한 직후라고 한다. 민주당에선 “다소 묘한 시점에 안부를 물은 것 자체가 ‘구애’를 한 것”(한 재선)이라는 말이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이 2016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지냈을 때 인연을 맺은 민주당 인사들도 지난 한 달간 그의 종로구 사무실을 여러 차례 찾아갔다. 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박용진 의원은 지난달 12일 그를 만나 도움을 청했다. 민주당 중진 의원들도 김 전 위원장을 찾아가 ‘민주당 선대위 합류’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원하던 답변을 듣지는 못했다고 한다. 김 전 위원장을 만났다는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이 거절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고 전했다. 김 전 위원장도 지난달 26일 한 언론인터뷰에서 “이 후보가 만나자고 하면 만날 수 있다”면서도 “상식적인 얘기는 해줄 수 있지만 (선거를 돕는) 그런 짓을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딱 붙은 중도표…“한끝 싸움”
그러자 국민의힘도 ‘김종인 당기기’를 시도하고 있다. 갈등 당사자인 윤 후보는 지난달 31일 김 전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3일 KBS라디오에서 “이재명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이 생각하는 철학과 많이 어긋나 있는 후보다. (김 전 위원장이 이 후보를) 지원하는 행동을 하실 것 같지 않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이같은 쟁탈전은 대선일이 다가올수록 중도싸움이 치열해지는 양상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선대위 실장급 의원은 “중도표를 누가 얻느냐에 따라 당락이 갈리는 ‘한끝 싸움’으로 가고 있다”며 “중도상징성을 가진 김 전 위원장의 지지를 통해 조금이라도 중도표를 더 얻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1월 25~27일)에서 중도성향 응답자 35%가 이 후보를, 32%가 윤 후보를 지지했다. 격차는 3%포인트에 불과했다. (자세한 수치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민주당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등 중도성향 ‘빅샷’ 영입에도 공을 들이고 있지만 이들은 선을 긋고 있다고 한다.
정치컨설턴트인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김 전 위원장 등 중도 인사들의 특정 후보 지지 여부는 박빙 상황에서 중도·무당층에게 ‘판세가 특정 후보로 기울었다’는 일종의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들을 향한 여야의 러브콜은 선거 막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