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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층 싸움" 與의 김종인 구애···李도 묘한 시점에 전화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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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달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이준석 대표와 면담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떠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달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이준석 대표와 면담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떠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후보는 김종인 전 위원장이 생각하는 경제 철학을 수용할 수 있는 마인드가 돼 있습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일 KBS라디오에서 ‘김종인 영입설’에 대해 재차 입을 열었다. 그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경제민주화 등 자신만의 어젠다를 (대선 후보 중) 누가 수용할 것이냐를 보고 있다”며 “김 전 위원장의 경제 철학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수용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송 대표는 지난달 중순 김 전 위원장의 서울 종로구 사무실을 찾아가 “도와달라”고 청했다. 김 전 위원장의 저서를 들고 가 사인을 받는 등 몸도 낮췄다. 송 대표는 지난 2일 언론 인터뷰에서 “김 전 위원장에게 ‘좋은 충고와 조언을 해달라’고 부탁드렸고 긍정적인 답이 있었다”고 밝히는 등 연일 김 전 위원장과의 만남 사실을 알리고 있다.

김종인에 전화 건 이재명…“묘한 시점”

이재명 민주당 후보도 김 전 위원장을 향해 러브콜을 보냈다. 이 후보는 지난달 초 김 전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다. 지난달 5일 김 전 위원장이 윤석열 후보와 갈등 끝에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직을 사퇴한 직후라고 한다. 민주당에선 “다소 묘한 시점에 안부를 물은 것 자체가 ‘구애’를 한 것”(한 재선)이라는 말이 나온다.

2016년 6월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을 반대하며 단식농성을 벌였을때, 김종인 당시 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격려차 방문한 모습. 뉴스1

2016년 6월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을 반대하며 단식농성을 벌였을때, 김종인 당시 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격려차 방문한 모습. 뉴스1

김 전 위원장이 2016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지냈을 때 인연을 맺은 민주당 인사들도 지난 한 달간 그의 종로구 사무실을 여러 차례 찾아갔다. 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박용진 의원은 지난달 12일 그를 만나 도움을 청했다. 민주당 중진 의원들도 김 전 위원장을 찾아가 ‘민주당 선대위 합류’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원하던 답변을 듣지는 못했다고 한다. 김 전 위원장을 만났다는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이 거절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고 전했다. 김 전 위원장도 지난달 26일 한 언론인터뷰에서 “이 후보가 만나자고 하면 만날 수 있다”면서도 “상식적인 얘기는 해줄 수 있지만 (선거를 돕는) 그런 짓을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딱 붙은 중도표…“한끝 싸움”

그러자 국민의힘도 ‘김종인 당기기’를 시도하고 있다. 갈등 당사자인 윤 후보는 지난달 31일 김 전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3일 KBS라디오에서 “이재명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이 생각하는 철학과 많이 어긋나 있는 후보다. (김 전 위원장이 이 후보를) 지원하는 행동을 하실 것 같지 않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오른쪽)와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지난해 12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오른쪽)와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같은 쟁탈전은 대선일이 다가올수록 중도싸움이 치열해지는 양상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선대위 실장급 의원은 “중도표를 누가 얻느냐에 따라 당락이 갈리는 ‘한끝 싸움’으로 가고 있다”며 “중도상징성을 가진 김 전 위원장의 지지를 통해 조금이라도 중도표를 더 얻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1월 25~27일)에서 중도성향 응답자 35%가 이 후보를, 32%가 윤 후보를 지지했다. 격차는 3%포인트에 불과했다. (자세한 수치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민주당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등 중도성향 ‘빅샷’ 영입에도 공을 들이고 있지만 이들은 선을 긋고 있다고 한다.

정치컨설턴트인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김 전 위원장 등 중도 인사들의 특정 후보 지지 여부는 박빙 상황에서 중도·무당층에게 ‘판세가 특정 후보로 기울었다’는 일종의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들을 향한 여야의 러브콜은 선거 막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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