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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콕이 바꾼 IPO 시장…새벽배송·와인 ‘Go’ 패션 ‘Stop’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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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와인이 날개 돋친 듯 팔린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와인 수입 규모는 5억617만 달러(약 6104억원)로 전년보다 76% 늘었다. 덕분에 와인업계는 함박 웃음이다. 금양인터내셔날과 나라셀라 등 일부 와인업체는 기업공개에 나섰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와인 판매대. [연합뉴스]

와인이 날개 돋친 듯 팔린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와인 수입 규모는 5억617만 달러(약 6104억원)로 전년보다 76% 늘었다. 덕분에 와인업계는 함박 웃음이다. 금양인터내셔날과 나라셀라 등 일부 와인업체는 기업공개에 나섰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와인 판매대.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바뀐 소비 지형이 기업공개(IPO) 시장까지 흔들고 있다.

‘집콕족’ 증가로 수혜를 본 대어급 새벽배송업체 뿐 아니라 와인 수입사까지 줄줄이 상장에 나설 계획이다. 반면, 패션업체는 매출 감소에 상장 계획을 철회하거나 시기를 늦추고 있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선식품 배송 3대장’으로 꼽히는 마켓컬리·SSG닷컴·오아시스마켓은 연내 IPO를 추진하고 있다. 3곳 모두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공모 유망주다. 이마트의 자회사인 SSG닷컴은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이라는 무게감 때문에 기업가치가 10조원 대로 점쳐지고 있다. 마켓컬리와 오아시스마켓은 각각 5조원, 1조원의 몸값을 인정받았다.

증시 입성 첫 타자는 마켓컬리가 될 전망이다.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는 이르면 이달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한다. 예비심사 신청 후 상장까지 보통 3~4개월이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상반기 내 상장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가 바꾼 IPO 희비.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코로나가 바꾼 IPO 희비.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마켓컬리는 한국거래소가 상장 요건을 완화하면서까지 국내 증시에 ‘모신’ 경우다. 쿠팡의 화려한 뉴욕 증시 상장으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의 국내 증시 유치 여론에 무게가 쏠리며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4월 상장 요건 완화에 나섰다. 한국거래소는 이때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으면 실적과 관계없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SSG닷컴은 올 하반기 상장을 추진한다. 2018년 사모펀드(PEF)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블루런벤처스로부터 1조원의 신주 인수 투자를 받을 당시 2023년까지 상장을 약속한 데 따른 조치다. 새벽배송 업체 오아시스마켓 역시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상장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연내 상장을 추진 중이다.

코로나19 이후 홈술(가정 내 음주)족, 홈파티족이 증가에 힘입어 와인 수입·유통업체인 나라셀라와 금양인터내셔날도 IPO를 추진 중이다. 두 회사 중 먼저 증시에 입성하는 기업은 국내 첫 와인 수입 상장사가 될 전망이다.

실제 국내 와인 시장은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와인 수입 규모는 5억617만달러(약 6104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약 76% 증가했다. 업계 점유율 상위 업체(신세계L&B·아영그룹·금양인터내셔날) 모두 지난해 역대 최고 매출을 넘어섰다.

반면, 패션 기업의 IPO 꿈은 멀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외출복 수요가 위축되어 있는데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 불확실성이 줄지 않고 있어서다. 의류 브랜드 커버낫을 운영하는 배럴즈는 기업 가치 1조원을 목표로 상장을 계획했지만 잠정 보류한 상태다. 의류 브랜드 난닝구의 엔라인 역시 3년 전 IPO를 적극적으로 추진했지만, 지금은 시기를 조율 중이다. 국내 온라인 패션플랫폼 1위 업체인 무신사의 경우 지난해 거래액 2조원을 넘어섰지만, 아직 구체적인 IPO 계획이 없다. 글로벌 핸드백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 시몬느는 지난해 말 상장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과거에는 당장 돈을 못 벌어도 성장성이 큰 기업을 높게 쳐줬는데, 막상 투자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한국뿐 아니라 미국 투자업계에서도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기업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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