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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늘어난 새벽배송·홈파티…IPO시장 뒤흔든다

중앙일보

입력

새벽배송업체 마켓컬리는 올 상반기 증시 입성을 목표로 IPO를 준비 중이다. [사진 컬리]

새벽배송업체 마켓컬리는 올 상반기 증시 입성을 목표로 IPO를 준비 중이다. [사진 컬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바뀐 소비 지형이 기업공개(IPO) 시장까지 흔들고 있다. ‘집콕족’ 증가로 수혜를 본 대어급 새벽배송업체 뿐 아니라 와인 수입사까지 줄줄이 상장에 나설 계획이다. 반면, 패션업체는 매출 감소에 상장 계획을 철회하거나 시기를 늦추고 있다.

여의도서 벌어진 ‘새벽배송 대전’  

이마트의 자회사 SSG닷컴은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이란 점 때문에 기업가치 10조원을 인정받았다. [사진 SSG닷컴]

이마트의 자회사 SSG닷컴은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이란 점 때문에 기업가치 10조원을 인정받았다. [사진 SSG닷컴]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선식품 배송 3대장’으로 꼽히는 마켓컬리·SSG닷컴·오아시스마켓은 연내 IPO를 추진하고 있다. 3곳 모두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공모 유망주다. 이마트의 자회사인 SSG닷컴은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이라는 무게감 때문에 기업가치가 10조원으로 점쳐지고 있다. 마켓컬리와 오아시스마켓은 각각 5조원, 1조원의 몸값을 인정받았다.

증시 입성 첫 타자는 마켓컬리가 될 전망이다.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는 이르면 이달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한다. 예비심사 신청 후 상장까지 보통 3~4개월이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당초 목표로 했던 상반기 내 상장 계획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마켓컬리는 한국거래소가 상장 요건을 완화하면서까지 국내 증시 IPO를 추진하게 됐다. e커머스업체 쿠팡의 화려한 뉴욕 증시 상장으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의 국내 증시 유치 여론에 무게가 쏠리며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4월 상장 요건 완화에 나섰다.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으면 실적과 관계없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을 신청할 수 있게 되면서 마켓컬리도 해외 대신 국내 증시로 계획을 변경했다.

SSG닷컴은 올 하반기 상장을 추진한다. 2018년 사모펀드(PEF)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블루런벤처스로부터 1조원의 신주 인수 투자를 받을 당시 2023년까지 상장을 약속한 데 따른 조치다. 새벽배송 업체 오아시스마켓 역시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상장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연내 상장을 추진한다.

국내 첫 와인 수입 상장사 나올까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국내 와인 수요가 급증하면서 나라셀라와 금양인터내셔날도 IPO를 추진한다. [사진 나라셀라]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국내 와인 수요가 급증하면서 나라셀라와 금양인터내셔날도 IPO를 추진한다. [사진 나라셀라]

코로나19 이후로 홈술(가정 내 음주)족, 홈파티족이 증가에 와인이 급격히 대중화되면서 와인 수입·유통업체인 나라셀라와 금양인터내셔날도 IPO를 추진 중이다. 두 회사 중 먼저 증시에 입성하는 기업은 국내 첫 와인 수입 상장사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국내 와인 시장은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와인 수입 규모는 5억617만달러(약 6104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약 76% 증가했다. 업계 점유율 상위 업체(신세계L&B·아영그룹·금양인터내셔날) 모두 지난해 역대 최고 매출을 넘어섰다.

패션업체 IPO 보류 또는 철회  

패션 기업은 코로나19 장기화로 IPO를 미루거나 철회하는 분위기다. 사진은 무신사의 홍대 매장. 연합뉴스

패션 기업은 코로나19 장기화로 IPO를 미루거나 철회하는 분위기다. 사진은 무신사의 홍대 매장. 연합뉴스

반면에 패션 기업의 IPO 꿈은 멀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외출복 수요가 위축되어 있는데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 불확실성이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의류 브랜드 커버낫을 운영하는 배럴즈는 기업 가치 1조원을 목표로 상장을 계획했지만 잠정 보류한 상태다. 의류 브랜드 난닝구의 엔라인 역시 3년 전 IPO를 적극적으로 추진했지만, 지금은 시기를 조율 중이다.

국내 온라인 패션플랫폼 1위 업체인 무신사의 경우 지난해 거래액 2조원을 넘어서며 투자업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IPO 계획이 없다. 글로벌 핸드백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 시몬느는 지난해 말 상장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공모 시장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최근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진데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달 28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하며 상장을 철회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미국발 긴축 공포도 시장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IPO를 추진 중인 신선식품 배송 업체 관계자 역시 “국내외 상황을 면밀히 체크 중이며, 일정을 조정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과거에는 당장 돈을 못 벌어도 성장성이 큰 기업을 높게 쳐줬는데, 막상 투자 성과가 기대에 미치는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한국뿐 아니라 미국 투자업계에서도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기업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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