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 마리 범처럼 내려올 원윤종의 썰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범을 새긴 썰매를 타고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하는 원윤종(오른쪽). 왼쪽은 브레이크맨 김진수. [로이터=연합뉴스]

범을 새긴 썰매를 타고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하는 원윤종(오른쪽). 왼쪽은 브레이크맨 김진수. [로이터=연합뉴스]

한 마리 범이 베이징 얼음을 내려온다. 2018 평창 겨울 올림픽 봅슬레이 은메달리스트 원윤종(37·강원도청)이 한국 썰매의 희망을 싣고 다시 달린다.

봅슬레이 대표팀 원윤종은 컬링 김은정과 함께 2022 베이징 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주장으로 선임됐다. 2014 소치, 2018 평창에 이어 세 번째 올림픽에 나서 국제대회 경험이 많고, 평창에선 한국 봅슬레이 새 역사까지 썼던 그다. 원윤종은 4년 전 서영우와 함께 출전한 2인승에선 아시아 역대 최고 성적인 6위에 올랐다. 그리고 김동현, 전정린까지 나선 4인승에선 은메달을 획득했다.

2일 옌칭 슬라이딩센터에서 공식 주행 연습을 마친 봅슬레이 국가대표 원윤종. 김효경 기자

2일 옌칭 슬라이딩센터에서 공식 주행 연습을 마친 봅슬레이 국가대표 원윤종. 김효경 기자

대표팀은 지난 31일 입국해 2일과 3일 두 차례 주행 훈련을 했다. 조종간을 잡는 파일럿 원윤종은 호랑이 그림이 새겨진 흰색 썰매를 타고 코스를 내려온 뒤 선수들과 코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3일 옌칭 슬라이딩센터에서 만난 원윤종은 "조금씩 적응 중이다. 이틀을 탔고, 6일을 쉰 뒤 다시 연습을 재개한다. 오늘까지 4번을 탔는데, 6번을 더 타고 경기한다. 좀 더 가다듬으면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썰매 종목은 코스에 익숙한 선수가 유리하다. 옌칭 슬라이딩센터는 중국 선수들을 제외하면 모두에게 낯선 코스다. 코로나19로 인해 월드컵이 열리지 못했고, 지난해 10월 훈련 행사에서 타 본 게 전부다. 실제로 평창 대회에선 윤성빈이 스켈레톤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우리 나라 선수들이 선전을 펼쳤다. 평창 대회 다시 400번 정도 코스를 탔다는 원윤종은 "많이 부족하지만 다른 선수들도 똑같은 조건이다. 지난해 40~50회 정도 탔다"고 말했다.

고비로 꼽히는 곳은 13번 커브다. 90도로 꺾이는 구간으로 2일 연습에서도 감속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원윤종은 "오늘은 1차 주행에서는 괜찮았고, 2차 때는 살짝 실수가 있었다"며 "다른 코너들과는 생소하다. 정확한 포인트를 찾아서 주행해야 하는데 그걸 찾는 게 조금 어렵다"고 말했다.

2018 평창 올림픽에서 김동현(왼쪽부터), 서영우, 전정린과 함께 4인승 음메달을 따낸 원윤종(오른쪽). [뉴스1]

2018 평창 올림픽에서 김동현(왼쪽부터), 서영우, 전정린과 함께 4인승 음메달을 따낸 원윤종(오른쪽). [뉴스1]

원윤종은 "코너가 굉장히 크다가 중반 이후부터는 코너가 좁아진다. 주행 라인을 어떻게 만들기가 상당히 어렵다. 보통은 좁아져도 크게 좁아지진 않는데, 이 곳은 좁아진 채 달리는 구간이 30m~40m다. 코너를 빠져나갈 때 시속 차이가 커지기 때문에 그 전에 자리를 잘 잡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출구에서 부딪히게 된다"고 말했다.

출국 전 미디어데이에서 원윤종은 "시즌 초부터 힘든 일도 있었고,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잘 이겨내면서 경기를 치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월드컵 성적 때문이다. 1·7차 대회에선 6위가 최고 성적이고, 8번의 대회를 치르는 동안 한 번도 입상하지 못하면서 14위에 머물렀다. 2018-19시즌 종합 2위, 2019-20시즌 종합 3위에 오른 것과는 대조적이다. 원윤종은 "(파일럿으로서)내 역할이 있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맏형인 그는 후배들에게 "월드컵도 많이 나갔고, 세계선수권도 나갔다. 올림픽이 좀 더 규모가 크지만 긴장하지 말고 똑같이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원윤종(왼쪽)과 10년 동안 함께한 파트너 서영우.

원윤종(왼쪽)과 10년 동안 함께한 파트너 서영우.

원윤종이 이번 시즌 고전한 또다른 이유는 파트너인 브레이크맨 서영우(31·경기BS연맹)와 함께 하지 못해서다. 두 번의 올림픽을 함께 출전한 서영우는 이번 시즌 초반 어깨를 다쳤다. 올림픽을 앞두고 재활 치료를 받아 베이징행이 가능해보였지만, 대회 직전 발목을 다쳐 오지 못했다. 10년을 함께한 동료이자 동생이 함께 오지 못한 것은 원윤종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새 파트너 김진수와 2인승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원윤종은 "영우는 파워가 출중해 썰매를 밀 때 썰매가 가볍게 느껴졌다. 진수는 주력이 좋아 끝까지 치고 나간다"고 말했다. 이어 "출국 전에 통화를 했다. 영우가 제일 아쉬울테니까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미안해하고 아쉬워했지만 자책하지 말라고 했다"며 "올림픽을 보는 게 힘들 수도 있다. 우리가 영우 몫까지 최대한 열심히 해서 최고의 결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