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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삼킨 미국발 긴축 공포…IPO 대어들 눈치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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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코스피 2700선이 무너지는 등 새해 들어 증시는 부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공모주 청약 시장은 뜨거웠다. 단연 눈에 띄는 건 114조원이 넘는 증거금을 끌어모으며 국내 기업공개(IPO) 역사를 새로 쓴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다. 상장과 동시에 코스피 시가총액 2위에 꿰차며 화려하게 증시에 입성했다.

올해도 IPO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새해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투자 자금이 유출되는 경향이 보이는데 올해 2주 만에 공모주 펀드에 유입된 금액만 5030억원”이라며 “공모주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공모 금액 1조원 이상 기업공개(IPO) 종목 주가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지난해 공모 금액 1조원 이상 기업공개(IPO) 종목 주가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LG엔솔뿐만 아니라 올해 공모주 청약을 진행했던 다른 주식의 성적표도 나쁘지 않다. 공모가 2만원으로 지난달 24일 코스닥에 상장한 케이옥션은 ‘따상’에 성공하며 5만2000원까지 주가가 올랐다. 지난달 28일에는 전날보다 13.6% 하락한 3만3500원에 거래를 마치며 공모가를 웃돌았다.

자동차용품 플랫폼 기업인 오토앤은 지난달 20일 상장 이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장 첫날 공모가(5300원) 대비 66% 높은 시초가를 형성한 뒤 상한가에 장을 마친 뒤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면서도 지난달 28일 1만68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주가가 공모가보다 약 3배로 뛰었다.

LG엔솔의 흥행 성공에다 현대오일뱅크와 SSG닷컴과 CJ올리브영 등 대어급 IPO가 대기 중이지만 공모주 청약 열기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미국발 긴축 공포가 주식 시장을 집어삼켜서다. 지난달 3일 2977.65에 시작한 코스피는 최근 6거래일 가운데 5거래일을 하락하며 10% 넘게 떨어졌다.

시장이 차갑게 얼어붙자 현대엔지니어링은 상장 철회 신고서를 제출하며 IPO 일정을 미뤘다. 지난달 26일 마감한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에서 경쟁률이 100대 1에 그치는 등 참여가 저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원스토어·현대오일뱅크·쏘카·SK쉴더스·교보생명 등은 한국거래소에 상장 청구서를 접수한 상태고, CJ올리브영·SSG닷컴·(마켓)컬리 등도 상장 계획을 밝혔지만,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IPO 열기는 지난해를 고점으로 올해엔 완만하게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해에는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 상장 기업의 성장성만 보고도 고평가를 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올해엔 기업 실적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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