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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애 월드컵 본선행 볼까" 14억 중 11명 못 고르는 中축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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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열린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중국축구대표팀을 응원하는 중국팬들. [AFP=연합뉴스]

베트남에서 열린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중국축구대표팀을 응원하는 중국팬들. [AFP=연합뉴스]

“우리 생애 중국축구대표팀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걸 볼 수 있을까?”

중국축구대표팀이 베트남에 굴욕전인 패배를 당하며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자 중국 축구팬들이 격분했다. “앞으로 (아시아 최종예선) 톱12에 들 수 있을까”란 자조적 반응까지 나왔다.

중국 축구대표팀은 1일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8차전에서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에 1-3으로 졌다. 중국은 3골을 내리 내주고 후반 추가 시간에 한 골을 만회하는 그쳤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4위 중국이 98위 베트남에 무릎 꿇는 망신을 당했다.

중국은 최종예선 B조 5위(1승2무5패·승점5)에 그치며 일찌감치 본선행이 좌절됐다. 중국이 남은 2경기를 다 이겨도 3위 호주(승점14)를 따라 잡을 수 없다. 아시아 최종 예선은 각조 1, 2위가 본선에 직행하고, 3위는 플레이오프에 나서며, 4~6위는 탈락이다.

중국에 굴욕패를 안긴 박항서 감독. [AFP=연합뉴스]

중국에 굴욕패를 안긴 박항서 감독. [AFP=연합뉴스]

2일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의 2022 월드컵행 희망이 끝난 가운데, 화난 네티즌들이 중국의 당황스럽고 굴욕적인 패배를 비난했다”며 “중국의 베트남전 패배와 관련한 해시태그는 중국 트위터인 웨이보에 2시간 만에 128만 이상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중국 축구팬들은 “그런 스코어, 그런 패배로 월드컵행을 놓친 걸 모든 중국 팬들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린 지난 20년간 무엇을 경험했나? 앞으로 20년간 어떻게 살 것인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중국축구대표팀은 해체해야 한다”,“춘제(중국의 설)를 위한 불꽃놀이도 대표팀 패배만큼 시끄럽지 않다”, “중국에 돌아오지 말고 거기에 있어라”는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졌다.

한 중국 축구팬이 망치로 TV를 부수는 영상은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중국이 베트남에 패하자 이 남성은 욕설을 하며 망치로 TV를 부순 뒤 바닥에 던지고 발로 밟았다.

중국축구가 패하자 망치로 TV를 부수는 중국 축구팬. [사진 유튜브 캡처]

중국축구가 패하자 망치로 TV를 부수는 중국 축구팬. [사진 유튜브 캡처]

또 중국의 한 네티즌은 “‘인구 14억 명 중 11명을 고를 수 없냐’는 말이 있다. 그렇다. 정말 못 고른다. 14억 명이 아닌 수 천 명 사이이기 때문이다. 중국에 등록된 프로 선수는 수 천 명에 불과하지만, 독일과 영국의 등록 선수는 우리의 몇배, 수십배”라고 했다.

중국은 월드컵 본선 무대를 2002년 딱 한 번 밟아봤다.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한 한국과 비교된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볼을 다투는 중국과 베트남 선수들. [신화=연합뉴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볼을 다투는 중국과 베트남 선수들. [신화=연합뉴스]

현재 중국축구대표팀 사령탑은 자국 출신 리샤오펑이다. 앞서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이탈리아 우승을 이끌었던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중국대표팀을 맡았지만 체질 개선에 실패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신화를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 감독이 중국 19세 이하 대표팀을 지켜본 뒤 “중국이 월드컵에 나가는 것보다 유치하는 게 성공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고개를 저었다는 얘기도 있다.

중국은 축구를 왜 못 하는 걸까. ‘추미(球迷·축구광)’로 알려진 시진핑 국가주석은 2015년 ‘축구굴기(축구를 통해 일어선다)’를 국가정책으로 내세웠었다. 자국 선수들이 세계적 스타와 함께 뛰면 실력이 늘 것으로 기대해 중국 프로 팀들은 거액을 들여 스타를 영입했다. 당시 상하이 상강 오스카(브라질)의 주급은 5억80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축구단 모기업이었던 부동산과 건설 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졌고, 정치적 상황 등과 맞물려 축구에 대한 투자도 줄어들었다.

2017년 중국대표팀을 이끌었던 리피 감독. [뉴스1]

2017년 중국대표팀을 이끌었던 리피 감독. [뉴스1]

한준희 해설위원은 “중국 클럽에서 다년간 조 단위의 과한 지출에도 불구하고, 자국 축구의 기본 토대가 예전부터 약했다. 유소년은 여전히 약하며, 어린 선수들을 길러내기 위한 양질의 지도자도 양성하지 못했다. 기본 없는 전시 행정, 토대가 약한 가분수형 구조가 중국축구의 민낯”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 위원은 “중국 선수들은 실력에 비해 한동안 너무 많은 연봉을 받아왔다. 스페인 에스파뇰 우레이 정도를 제외하면 도전 의식이 약한 선수들을 양산해왔다”며 “반대로 중국 리그에 유럽과 남미 출신 스타들이 과도하게 많았던 것도 마이너스였다. 각 클럽에서 공격수들은 모두 외국인들의 몫이었다. 또한 퀄리티가 최상급이 아니라 절정기에서 내려온 외국인들을 무분별하게 귀화 시킨 것도 그다지 도움 되는 일이 아니었다”고 했다.

일본에 완패를 당한 중국 축구대표팀 선수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에 완패를 당한 중국 축구대표팀 선수들. [로이터=연합뉴스]

축구대표팀 출신 이천수도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 ‘리춘수’에서 ‘축구에 수천억원 투자해도 중국이 안되는 이유’에 대해 “밑에 뿌리가 잘못됐다. 저도 인천 전력강화실장을 했지만, 해외에서 뛴 박지성, 이영표도 공통 키워드는 유소년이다. 뿌리가 안됐는데 위에만 투자한다고 안된다. 밑에서부터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J리그에서 뛴 적이 있는 이천수는 “일본은 여자축구와 유소년도 10년을 보면서 투자했다. 중국은 위는 좋지만, 그 사람들은 돈 받고 갈 사람들이다. 지도자들을 밑에 갖다 놔야지, 10년 뒤 중국은 축구의 나라가 될 수 있다. 어른들과 달리 유소년들은 버릇이 들기 전에 교육하면 정말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 중국이 쓰는 돈의 10분의 1만 제게 줘도 발전시킬 수 있다. 중국 소림사를 보라. 밑에서부터 키우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 38개를 땄다. 많은 종목에서 세계 정상권이지만 유독 단체종목인 축구는 못한다. 일각에선 ‘한 가정 한 자녀’ 정책 아래서 태어나 ‘소황제’로 자란 선수들의 이기적 플레이를 이유로 꼽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중국에서 축구가 인기는 있지만 그들이 뼛속 깊이까지는 축구를 좋아하지는 않는 느낌이다. 오히려 중국에서는 탁구, 농구, 배드민턴 등이 광범위하고 보편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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