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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9억 원 매출 올렸다는 中 기업의 정체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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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기준, 1인당 500만 위안(약 9억 4190만 원) 매출을 올린 셈입니다.

중국 이미지센서 전문업체인 ‘스마트센스(SmartSens·思特威)’ CEO, 쉬천(徐辰)의 말이다. 이 수치는 중국 IT 거물인 텐센트가 2020년 기록한 1인당 매출에 필적한다.

[사진 신랑커지]

[사진 신랑커지]

2020년 출하량 기준 세계 1위 기록

스마트센스는 고성능 CMOS 이미지센서(CIS, CMOS Image Sensor) 칩 설계를 선도하는 기업이다. 화웨이, 레노버, 샤오미, 중국 국가반도체펀드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기도 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출하량 기준 보안 CMOS 이미지센서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앞서 설명한 스마트센스의 매출 기록은 과장이 아니다. 스마트센스의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2020년 스마트센스의 매출은 15억 위안(2826억 7500만 원)으로 300여 명의 직원(쿤산 시험용 테스트라인 직원 제외)을 대상으로 1인당 매출액을 계산하면 평균 500만 위안에 육박한다. 순이익 기준으로는 1억 위안(188억 4500만 원) 이상 수익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쉬 CEO는 “스마트센스가 매년 두 배씩 매출 상승효과를 보이고 있다”며 “이 같은 실적의 근본적인 원동력은 ‘혁신’에 있다”고 강조했다. 스마트센스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한 레노버 측 관계자 역시 스마트센스 투자 이유로 ‘끊임없는 혁신’을 꼽았다.

[사진 ICEO INNOVATION]

[사진 ICEO INNOVATION]

스마트센스는 설립 초창기부터 레드오션인 휴대폰 시장을 포기하고 보안 모니터링 분야로 눈을 돌렸다. 스마트센스의 이미지센서 제품은 머신비전, 스마트카 등에 주로 쓰이고 있다. AIoT 서비스 업체인 DXY 테크놀로지(DXY鼎芯), 드론 제조업체인 DJI(大疆創新) 등 기술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금의 스마트센스는 중국 유수의 기업들과 손잡고 세계적인 수준의 팹리스 업체로 주목받고 있지만, 이러한 성과에 도달하기까지 우여곡절을 지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 차 팔아 직원 월급 주던 스마트센스 CEO, ‘귀인’ 덕분에 기사회생

창업 3년 만에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에 부닥쳤다. 바로 ‘인재 부족’ 문제다. 2014년 당시에만 해도 중국 국내에 IC(집적회로)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고급 인재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스마트센스의 제품 설계 작업에 진전이 없었다. 대학 시절 기숙사에서 창업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던 때부터 상상해왔던 현실은 생각보다 고달팠다. 상품의 성능이 기준치에 턱없이 부족해 시간과 비용만 낭비하고 있었다.

당시는 중국 공업정보화부(이하 ‘공신부’)가 1200억 위안(23조 8720억 원) 규모의 제1기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빅펀드)을 설립한 때였다. 중국이 반도체 설계와 제조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내건 ‘2014 국가 집적회로산업 발전 촉진 강요’에 따른 투자였다.

[사진 시나닷컴]

[사진 시나닷컴]

쉬 CEO는 잡지 중국기업가와의 인터뷰에서 당시를 회상하며 “가장 힘들었던 때”라고 일축했다. 이어 그는 “회사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상황에서 기존 6~7명의 직원에게 급여를 주기 위해서는 보유하고 있던 세단을 팔아야만 했다”며 “당장 일주일 후의 회사 존속 여부를 판단할 수 없을 정도”라고 어려웠던 경영 상황을 묘사했다.

그는 이 고난을 마냥 두렵게 여기지만 않았다. 쉬 CEO는 과학자의 마음가짐이 사업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와 마주했을 때, 마치 하나의 연구 과제로 여기고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태도가 그가 가진 의연함의 비밀이라고 부연했다.

쉬 CEO의 인내 덕분일까. 홍콩과학기술대학 공과대학 교수를 역임한 가오빙창(高秉強)은 당시 머신비전 분야 스타트업에 투자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가오빙창은 아직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던 스마트센스의 전망에 주목했다. 그는 단순한 투자가의 입장이 아닌, 컨설턴트 역할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부족에 시달리던 스마트센스에 개인 투자는 물론 사업 방향까지 재구성했으며,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인 TSMC와 다리까지 놓아줬다. 쉬 CEO는 “가오빙창은 우리(스마트센스)가 머신비전과 신흥 AI 분야에서 연구개발을 진행하기를 바랐다”며 “(갈피를 잡지 못하던) 스마트센스로서도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가오빙창의 전략 덕분에 스마트센스는 처음으로 SC1035칩 양산에 돌입하며 업계에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게 됐다. 이후 2018년 레노보, 화웨이 산하 허블투자(哈勃投資), 샤오미 등 굴지의 IT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는 등 사업에도 날개를 달았다는 평가다.

[사진 시나닷컴]

[사진 시나닷컴]

지속 성장의 비밀은 ‘적극적인 피드백 수용 능력&혁신’

성공 스타트를 끊은 것은 가오빙창과 같은 전문가의 전략 덕분이지만 지속적인 발전을 꾀할 수 있었던 데에는 스마트센스를 이끄는 쉬 CEO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쉬 CEO는 사업 초반에 고객사에 스마트센스 제품 성능이 좋다고 말하면서도 사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돌아온 것은 “소니(SONY) 제품과 비할 바가 못 되기 때문”이라는 차가운 답변뿐이었다. 단순히 지나칠 수 있었던 고객사의 피드백에 스마트센스는 발 빠르게 대응했다. 바로 ‘소니’를 벤치마킹하기로 한 것이다.

쉬 CEO는 “처음부터 목표를 높게 잡기보다는 가성비 좋은 상품에서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보해 나갔으며, 이후에 소니와 같은 주류 상품과 비견될 수 있는 하이엔드 제품을 만들어 나갔다”고 설명했다.

[사진 DRAMeXchange]

[사진 DRAMeXchange]

쉬 CEO의 작전은 성공이었다. 2015년 스마트센스의 SC1035 제품은 월평균 출하량 기준 100만 개를 기록하는 등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다크호스로 자리매김한 스마트센스를 눈여겨본 다화(大華)테크놀로지는 장기 고객사로 계약한 것은 물론, 투자까지 감행했다. 2020년 기준 다화테크놀로지의 스마트센스에 대한 매출 기여도는 약 22%(3억 6000만 위안, 679억 4640만 원)를 차지했다.

업계 주류로 자리 잡은 이후에도 연구 개발을 지속한 것 역시 스마트센스의 빠른 성장에 도움이 됐다. 중저가 제품에서 고급 라인으로 타깃을 변경한 스마트센스는 업계 경쟁사보다 2~3배 빠른 속도로 연구개발에 몰두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혁신을 거듭한 결과, 소니보다 앞서 업계 최초로 BI(Back illuminated, 혹은 backside illumination·BSI) 공정이 적용된 글로벌 셔터(Global Shutter)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성과는 ISSCC 2019에서 논문 형태로 발표되기도 했다.

기술 혁신에 주력한 스마트센스의 장기적인 전략은 시장에서도 통했다. 2021년 1~9월 기준 스마트센스의 매출은 20억 4000만 위안(3849억 2760만 원)으로 전년도 전체 매출을 훌쩍 뛰어넘었다.

쉬 CEO는 스마트센스 직원 대부분이 지금도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며 자랑스럽게 밝혔다. 그는 앞으로 스마트센스가 고객 인지도에서도 소니를 따라잡을 수 있는 날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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