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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종합검사 전면 개편…'먼지털기'보다 ‘사전예방’에 무게

중앙일보

입력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전경. 중앙포토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전경. 중앙포토

금융회사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금융감독원의 ‘먼지털기식’ 종합검사가 전면 개편된다. 윤석헌 전 금감원장의 취임과 함께 종합검사가 부활한 지 4년 만이다. 앞으로는 금융사 전반의 문제를 샅샅이 ‘투망식’으로 훑는 검사 방식이 사라진다. 대신 각 금융사와 소통을 강화해 위험을 예방하는 방식에 무게를 실을 전망이다. 지난해 7월 취임한 뒤 '시장 친화적' 행보를 보인 정은보 원장의 감독 방향이 담긴 개편안인 셈이다.

금감원은 27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검사·제재 혁신방안’을 각 금융회사에 전달하는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금융지주사와 증권사 소속 임원과 감사 20명이 참석했다. 이날 발표된 개편안 대부분 올해 1분기 안으로 시행될 계획이다.

종합검사, 정기검사로 개편…검사 범위와 주기 대폭 손질

27일 오전 은행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검사 및 제재 혁신 방안' 간담회에서 이찬우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과 금융회사 임원들이 간담회에서 논의하고 있다. [사진 금융감독원]

27일 오전 은행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검사 및 제재 혁신 방안' 간담회에서 이찬우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과 금융회사 임원들이 간담회에서 논의하고 있다. [사진 금융감독원]

개편안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금까지 금융사를 상대로 진행했던 종합검사의 명칭을 ‘정기검사’로 변경하고 검사의 체계를 대폭 손질한다. 비정기적으로 시행했던 부문 검사의 이름은 ‘수시검사’로 바뀌지만, 현행대로 금융사고 등 특정 사안이 불거질 때만 이뤄진다.

개편안의 핵심은 정기검사가 이뤄질 때 검사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다. 기존의 종합검사는 금융사의 경영실태부터 건전성 등 업무 전반을 샅샅이 훑는 등, 검사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금융사의 불안을 키운다는 지적이 있었다. 앞으로는 검사를 받는 회사의 업권 특성에 맞게 경영실태평가와 핵심 취약부문의 비중을 다르게 가져갈 예정이다. 예컨대 건전성과 영업행위가 중요한 시중은행은 정기검사를 시행할 때 경영실태평가의 비중을 높게 두고, 보험회사나 증권사 등 다른 업권은 분야별 핵심업무와 취약 부문의 검사 비중을 늘리는 식이다.

종합검사 개편방안. 자료: 금융감독원

종합검사 개편방안. 자료: 금융감독원

정기검사가 이뤄지는 주기도 회사마다 달라진다. 금융회사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클수록 검사 주기가 짧아져 검사를 더욱 자주 받게 된다. 예를 들어 금융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큰 시중은행의 검사 주기를 2년으로 정하게 되면, 보험회사는 그보다 긴 주기로 검사하게 된다.

각 금융회사와 금감원이 소통할 수 있는 창구는 늘어난다. 금융회사에 문제가 발생하기 전 예방할 수 있도록 상호 간의 대화를 늘리자는 취지다. 금감원이 회사마다 ‘소통협력관’을 배치하는 것이 대표적인 변화다. 앞으로 각 회사는 소통협력관을 통해 경영상 변화와 영업 동향 등을 금융 당국에 전달하고, 금감원은 감독정책의 방향과 우려 상황을 공유하게 된다.

‘시장 친화’ 정은보, 윤석헌 흔적 지우기 첫 행보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6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플랫폼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6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플랫폼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금감원의 종합검사 개편안은 지난해 7월 취임한 정은보 금감원장이 구상하는 감독정책 방향이 담겼다. 지난해 9월 종합검사 개편방안을 논의하는 ‘검사·제재 개선 TF’를 출범시킨 지 4개월 만에 내놓은 결과물이다. 개혁성향의 금융학자였던 전임자 윤석헌 전 원장이 2018년 당초 폐지 수순이었던 종합검사 제도를 되살린 지 4년 만에 이를 대폭 손질하면서 윤 전 원장의 흔적 지우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는 게 금융업계 분석이다.

금감원의 종합검사는 그동안 금융회사를 감독하는 핵심 수단이었다. 일종의 ‘금융사 종합검진’으로 볼 수 있다. 통상 20명이 넘는 금감원 직원들이 해당 금융사에 한 달간 상주하며 업무 전반의 문제를 샅샅이 훑었다. 검사 범위와 대상의 폭이 넓어 어떤 문제가 불거질지 모르는 탓에 금융사들은 공공연하게 “먼지털기식 검사”라는 불만을 제기해왔다.

다만 이날 개편안은 '종합검사 전면폐지’로 보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금감원 측 검사 인력이 회사에 상주하면서 검사를 진행하는 방식 등도 현행대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이찬우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이날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동안 종합검사가 폐지된다는 말이 있었지만, (그보단) 검사의 체계를 개편하고 강화하지는 취지”라며 “과거의 종합검사는 사후적인 감독과 감사에 집중되어 있었지만, 개편될 정기검사는 사후적인 검사와 사전 예방기능의 균형을 잡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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