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알루미늄 죄다 쓸 판…태양광 발전, 또다른 탄소 문제

중앙일보

입력 2022.01.26 06:00

업데이트 2022.01.26 06:59

2022년 동계 올림픽 개최 도시 가운데 하나인 중국 북부 허베이 성 장자커우(張家口)의 장베이에 설치된 태양 전지판과 풍력 터빈. AFP=연합뉴스

2022년 동계 올림픽 개최 도시 가운데 하나인 중국 북부 허베이 성 장자커우(張家口)의 장베이에 설치된 태양 전지판과 풍력 터빈. AFP=연합뉴스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세계 각국이 2050년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로 만드는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있다.
각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새로운 복병이 등장했다.
태양광 발전 패널의 주요 자재인 알루미늄을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느냐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알루미늄은 태양전지 외에도 모듈의 프레임(테두리), 지지대, 인버터(직류 전기를 교류로 변환시키는 장치) 등에 사용되는데, 태양광 패널이 늘어나면 알루미늄 수요도 많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알루미늄 자재를 대량 생산할 경우 그때 배출되는 온실가스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대학의 앨리슨 레논 등이 최근 '네이처 지속가능성' 저널에 게재한 논문에서 "전 세계적으로 2050년까지 최소 60 테라와트(TW, 1TW=1조W) 규모의 태양광 발전 패널이 설치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지구 기온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석유·석탄 같은 화석연료 대신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활용해야 하므로 태양광 발전 수요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한다.

2050년까지 알루미늄 5억 톤 필요

중국 장쑤성 우시에 쌓여 있는 알루미늄 괴(잉곳).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장쑤성 우시에 쌓여 있는 알루미늄 괴(잉곳). 로이터=연합뉴스

문제는 2020년 말 현재 전 세계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은 700 기가와트(GW) 규모, 즉 0.7 TW에 불과하다. 2020년 한 해 전 세계에서 '열심히' 설치한 태양광 패널도 0.13 TW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2050년까지 매년 설치 규모를 늘려나가서 2050년 무렵에는 연간 4~5TW씩 설치해야 한다는 게 연구팀의 예상이다.

이처럼 태양광 패널을 대규모로 설치하려면 알루미늄 자재 수요도 엄청난 규모일 수밖에 없다.
연구팀은 2050년까지 60TW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데 4억 8600만 톤의 알루미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태양광 발전 모듈 가운데 일부를 대체해야 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알루미늄 수요는 2050년까지 5억900만 톤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가벼운 재질인 알루미늄을 많이 사용하는 옥상 패널의 비중을 줄인다면 알루미늄 수요를 일부 줄일 수는 있을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알루미늄 연간 수요는 점차 증가해 2050년 285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2020년 전 세계 알루미늄 생산량 6500만 톤의 40% 이상 차지하는 것이다.
물론 알루미늄 자체는 지각에 풍부하게 존재하고, 원재료인 보크사이트의 매장량도 30기가톤(Gt, 1Gt=10억 톤)에 이르지만, 태양광 패널 외에 다른 분야에서도 수요도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알루미늄 생산량을 엄청나게 늘려야 하는 셈이다.

"알루미늄 재활용 확대해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외곽 클랑 항 창고에 쌓인 알루미늄 덩어리. 로이터=연합뉴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외곽 클랑 항 창고에 쌓인 알루미늄 덩어리. 로이터=연합뉴스

연구팀은 이 때문에 원재료인 보크사이트로부터 알루미늄을 제련하는 1차 생산을 늘려야 하는 것은 물론 이미 생산된 알루미늄을 재활용하는 2차 생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루미늄 재활용은 1차 생산보다 에너지 소비가 5% 이하이고, 그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도 4% 수준이라는 면에서도 재활용은  중요하다.
연구팀은 현재 2차 생산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알루미늄 1톤당 0.65톤인데, 효율 개선과 탈 탄소 전력 사용으로 2050년에는 이를 0.5톤 수준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팀은 1차 생산 때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재 알루미늄 1톤당 14.5톤인데, 2050년에는 1.5톤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생산된 알루미늄의 대부분(약 75%)은 계속 사용되고 있고, 수명을 다한 알루미늄 중에서 재활용되는 것은 34~63%로 추정된다. 알루미늄 재활용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태양광 패널용 알루미늄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은 2030년 연간 9000만 톤까지 이르는 등 2050년까지 모두 16억65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분야에서 2050년까지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을 10억 톤 미만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2차 알루미늄의 사용을 최대화하고 전력망을 신속하게 탈 탄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알루미늄 공급과 온실가스 배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스크랩. 즉 수명을 다한 수명을 다한 알루미늄의 수집과 분리, 재활용 시스템을 개발하고, 재생 효율을 최대화하기 위해 2차 생산 공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탄소 복합재로 대체하는 기술도

태국 태양광 발전업체인 SPCG의 직원이 나콤 라챠시마 지역 농장에서 패널을 둘러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태국 태양광 발전업체인 SPCG의 직원이 나콤 라챠시마 지역 농장에서 패널을 둘러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와 함께 태양광 패널의 모듈 면적을 늘려 프레임에 들어가는 알루미늄의 양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탄소 복합재나 프레임 없는 모듈을 채택할 경우 알루미늄 수요를 줄일 수도 있다.
연구팀은 "새로운 기술이 온실가스 배출 감소로 이어지려면 향후 10년 사이에 빠르게 채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니산 보크사이트를 실은 선박이 중국 산둥성 옌타이 항구에서 하역하고 있다. 보크사이트는 알루미늄 생산 재료다. 로이터=연합뉴스

기니산 보크사이트를 실은 선박이 중국 산둥성 옌타이 항구에서 하역하고 있다. 보크사이트는 알루미늄 생산 재료다.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이 논문을 소개하는 글에서 영국 브라이턴대학티머시 랭 교수는 "레논 등이 쓴 논문의 핵심 메시지는 태양광 발전의 급속한 확대가 나쁘거나 불가피하다는 것이 아니라 태양광 패널을 늘리는 데 필요한 재료의 생산(또는 재활용) 규모를 늘리는 것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그러한 재료의 공급이 수요를 맞출 수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 논문이 보크사이트 채광을 위한 삼림 벌채나 물 사용과 같은 다른 환경적 영향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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