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대와 동업, 86만달러 송금…法, ‘IT흑금성’ 징역 4년

중앙일보

입력 2022.01.25 18:09

업데이트 2022.01.25 19:16

‘문재인 정부 1호 간첩 사건’ 에 연루된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 사업가 김호씨가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부장판사 김상연 장용범 마성영)는 25일 국가보안법 위반(자진지원·금품수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북사업가 김씨에 대해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선고했다. 같은 회사 임원인 이모씨에 대해서는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MBC 스트레이트 캡처

MBC 스트레이트 캡처

신종 IT 간첩? 제2의 흑금성? 法 판단은 

‘현 정부 국가보안법 사건’ 1호인 김씨 사건은 한 방송사의 탐사기획 프로그램에서도 방영됐다. 보도에 따르면 김씨는 10년이 넘는 노력 끝에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고 한다. 김씨 회사의 프로그램은 세계적인 테스트 기관으로부터 전 세계 기업과 경쟁해 10위권 이내 제품으로 평가받았다. 대기업 납품에 성공하고, 일본과 중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

문제는 김씨가 북한 정보통신(IT) 엔지니어 겸 과학자로 꼽히는 박모씨를 고용한 데서 불거졌다. 그는 김일성종합대학교 정보기술연구소장으로 북한 IT업계를 대표하는 인사라고 한다. 검찰은 김씨가 프로그램 개발비 명목으로 69회에 걸쳐 미화 86만1500달러(약 9억5000만원)를 북측에 송금한 혐의 등으로 지난 2018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남북교류 협력 활동으로 국보법 제외?

양측은 김씨가 벌인 사업이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상 행위에 해당해 국보법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지를 주 쟁점으로 다퉈왔다.

김씨 측은 2000년대 초반부터 남북경제협력사업을 하다 2007년께부터 IT 관련 사업을 시작해 정부 승인을 받고 북한 인사들과 접촉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김씨 측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국보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헌법재판소에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개인적 이익을 위한 것이었고, 한반도 평화 통일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명백한 위험성도 있고, 협력적 목적 밖이라 국보법 적용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김씨가 납품한 프로그램 소프트웨어에서 북한에서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악성코드가 발견된 점, 북한 기술자 등과 메일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군사상 기밀이라 볼 수 있는 정보가 오간 점 등을 두고 “국가 안보를 해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다”라고도 언급했다. 또 김씨가 사업과 관련해서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승인을 받거나 국가정보원 직원을 만난 것이 이번 사안과 무관하다고 봤다.

MBC 스트레이트 캡처

MBC 스트레이트 캡처

김씨 측이 ‘검찰이 제출한 증거는 증거로서 능력이 없다’고 주장한 것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문제가 있는 증거는 검찰에서 모두 증거 신청을 철회해 재판부에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증거 능력에 대한 문제는 없다”고 했다.

다만 동업자인 이씨에 대해선 “소프트웨어 개발 상대방이 북한 주민이고 반국가단체 구성원이란 것을 피고인이 알았다고 보기 부족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보석으로 풀려났던 김씨에게 징역 4년과 법정 구속을 선고하자 방청객에서는 고성이 터져 나왔다. 김씨의 아버지는 “더러운 놈들”이라며 “왜 김호를 잡아가느냐. 윤석열 장모를 잡아가라”고 소리쳐 법정 경위들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김씨측 변호인인 장경욱 변호사는 “불복한다”며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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