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건진법사'에 휘둘린 검찰총장? 檢, 尹·김건희 '무속' 파헤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검찰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배우자 김건희씨의 '무속 의혹'을 수사한다. 윤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인 2020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압수수색 지시를 거부한 배경에 무속인의 조언이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다. 이에 윤 후보와 배우자 김건희씨를 둘러싼 여러 무속 의혹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尹 측 “없는 사실 꾸며낸 흑색선전…중대본 의견 수용, 임의 제출 받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안보 글로벌비전 발표를 마친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022.01.24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안보 글로벌비전 발표를 마친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022.01.24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국민검증법률지원단이 윤 후보를 직권남용·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공공수사2부(김경근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이 사건은 윤 후보가 검찰총장이던 2020년 2월 대구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진앙지인 신천지를 압수수색하라는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의 지시를 거부한 일에서 출발한다.

세계일보는 윤 후보가 이런 결정을 내릴 당시 '건진법사'로 불리는 무속인 전모(61)씨에게 조언을 구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지난 17일 보도했다. 전씨가 지인에게 "윤 후보가 이만희 총회장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겠는지, (국민들께 윤석열을) 각인시키려면 수사해야 하지 않겠는지를 물어온 적 있다"며 "이 총회장도 '하나의 영매'라며 당신이 대통령이 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으니, 손에 피 묻히지 말고 부드럽게 가라고 다독여줬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이 2일 오후 경기 가평시 청평면 신천지 평화연수원에서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3.02.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이 2일 오후 경기 가평시 청평면 신천지 평화연수원에서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3.02.

민주당 국민검증법률지원단은 보도가 나간지 이틀 뒤인 지난 19일 "검찰총장으로서 직권을 남용해 수사 담당 공무원의 신천지 수사에 대한 정당한 직무를 방해한 것으로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며 윤 후보를 검찰에 고발했다. 또 "법무부 장관의 지시에도 '자신(윤 후보)이 대통령 선거에 당선되기 위해 종교인 이만희와 신천지교회 강제수사를 할 경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이를 거부한 것은 직무유기"라고 설명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없는 사실을 꾸며내는 흑색선전"이라고 맞섰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수석대변인은 "당시 대검찰청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의견을 청취했고, 중대본이 방역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신천지 압수수색을) 강력 반대하자 내부 회의를 거쳐 압수수색 없이 임의 자료제출 형식으로 수사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모든 진실을 훤히 알고 있으면서도 검찰은 정권 눈치를 봐서 또 다시 말도 안 되는 수사를 시작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 수사가 속도감 있게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일반적인 사건에서도 명확한 증거가 있지 않은 경우 직무유기나 직권남용 혐의를 밝혀낸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주요 후보자를 단순 전언만으로 조사하기엔 정치적 부담이 상당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한 현직 검사는 "배당은 하되 수사는 할 수 없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윤석열ㆍ김건희 부부 ‘무속’ 의혹들 그래픽= 전유진 yuki@joaoangang.co.kr

윤석열ㆍ김건희 부부 ‘무속’ 의혹들 그래픽= 전유진 yuki@joaoangang.co.kr

이번 검찰 수사 착수 전부터 윤 후보와 그의 배우자 김건희씨는 이미 여러 '무속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윤 후보에게 조언을 전했다는 '건진법사' 전씨가 실제로 국민의힘 선대본 내 네트워크본부에서 '고문' 직함을 달고 활동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지기도 했다. 전씨가 윤 후보의 어깨를 툭툭 치며 안내하는 영상도 공개됐다. 무속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 선대본은 지난 18일 "전씨를 고문으로 공식 임명한 적이 없다"면서도 문제의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윤 후보에 대한 무속 의혹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때부터 제기됐다. 지난해 9월와 10월, 경선토론회에 참석한 윤 후보가 왼손 손바닥에 적힌 왕(王)자가 중계 화면에 포착된 것이 발단이었다. 몸에 부적을 새기고 나왔냐는 비판이 일자 윤 후보 측은 "동네에 연세가 많은 여성 주민 몇 분이 응원의 뜻에서 손에 적어 준 것"이라며 "윤 후보가 지우려고 해봤는데 잘 안 지워졌다"고 해명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0월1일 MBN 주최로 열린 국민의힘 5차 TV토론회 당시 손바닥 한가운데에 '왕(王)'자를 그려놓은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MBN 유튜브 캡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0월1일 MBN 주최로 열린 국민의힘 5차 TV토론회 당시 손바닥 한가운데에 '왕(王)'자를 그려놓은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MBN 유튜브 캡처]

최근엔 김씨가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 촬영기사 이명수씨와 7시간 통화 녹음 파일에 대한 법원의 세 번의 가처분 소송으로 무속 논란이 재점화했다. 법원은 “김씨가 ‘누가 어떻게 대통령에 당선될지’라는 국가적·사회적 중요 이슈에 관해 평소 객관적 근거에 기반해 합리적 판단을 하는지를 유권자들이 공론의 장에서 검증할 수 있는 내용”이라며 방송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당시 “내가 웬만한 무속인보다 낫다. 점을 좀 볼 줄 아는데 내가 보기에는 우리가 청와대 간다”는 발언이 쟁점이 되기도 했다.

김씨가 "그분(무정스님)이 (윤 후보를) 처음 소개할 때도 '너희들은 완전 반대다. 김건희가 완전 남자고 석열이는 완전 여자다.' 근데 누가 그걸 그렇게 보겠어. 근데 정말 결혼을 해보니까 그게 진짜인 거야. 내가 남자고 우리 남편이 여자인 거야. 아 그래도 진짜 도사는 도사구나"라고 말한 내용도 공개됐다. 김씨는 이 무정스님에 대해 "말이 스님이지, 진짜 스님은 아니고"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 캡쳐

페이스북 캡쳐

김씨는 또 "이 바닥에선 누구 굿하고(하는지) 나한테 다 보고 들어와. 누가 점 보러 가고 이런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씨가 "홍준표·유승민도 굿했어요? 그러면?"이라고 묻자 "그럼"이라고 답했다. 이에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 "사실이 아니다"라며 “거짓말”이라고 반박하면서 당내 논란으로까지 비화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