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러시안룰렛, 걸리면 끝"...'셀프 격리'하는 베이징 참가 선수들

중앙일보

입력

"매일 '러시안룰렛'을 하는 기분이다. 올림픽 참가는 운에 맡겨야 한다."

미국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브리트니 보(34)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릴까봐 두려움에 떨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올림픽 개막을 10여일 앞두고 코로나19에 걸리지 않기 위해 스스로 격리하고, 사회 활동을 멈추는 선수들을 소개했다.

지난해 10월 경기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는 미국 남자 피겨 선수 네이선 첸. [AP=연합뉴스]

지난해 10월 경기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는 미국 남자 피겨 선수 네이선 첸. [AP=연합뉴스]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베이징에 가기 전 코로나19 검사를 받는다. 출발 전 96시간 이내 1회, 72시간 이내 1회, 총 2회 받아 음성 결과가 나와야 비행기에 탈 수 있다. 베이징 공항 도착부터 떠나는 날까지 계속 코로나19 검사를 받는다.

만약 양성 반응이 나오면 그 즉시 격리된다. 유증상자는 지정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무증상자는 격리시설로 이송된다. 증상이 사라지고 코로나19 검사에서 연속 2회 음성 반응이 나와야 경기장에 갈 수 있다. 그 사이 자신의 종목 경기는 끝났을 가능성이 크다.

NYT는 "백신 접종을 완료한 선수들이 걱정하는 건 코로나19로 인한 심각한 증상이 아니다. 양성 반응이 나오면 그동안 열심히 훈련한 노력이 물거품 될 수 있다는 무력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전염성이 높은 오미크론 변이가 나타나면서 선수들의 코로나19 공포심은 더욱 커졌다. 미국 루지 국가대표 에밀리 스위니(29)는 "많은 사람들이 양성 반응을 받고 있어서 정말 무섭다.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자체가 큰 위험"이라고 했다.

보는 "손을 씻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모든 예방 조치를 해도 코로나19에 걸릴 수 있다. 매일 '러시안룰렛'을 하는 기분이다. 올림픽 참가는 운에 맡겨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러시안룰렛은 권총에 총알을 한 발만 넣고, 탄창을 돌린 후 몇 사람이 차례로 자기 머리에 총구를 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목숨을 거는 내기다.

지난 7일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선발전 500m 종목에서 우승한 브리티니 보(가운데). 시상식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른 선수들과 거리를 두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7일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선발전 500m 종목에서 우승한 브리티니 보(가운데). 시상식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른 선수들과 거리를 두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스로 삶을 통제하는 수밖에 없다. 캐나다 컬링 남자 대표팀 8명은 지난 3주 동안 밴쿠버에 있는 집을 임대해 살고 있다. 근처 아이스링크장이 비어있을 때 훈련하고, 그 외는 집안에서 머물고 있다.

미국 남자 피겨 스케이팅 네이선 첸(23)은 아이스링크에서 4회전 점프를 뛰고 스핀을 도는 등 훈련을 하는 긴 시간 동안 마스크를 벗지 않는다. 미국 스노보드 선수 메디 마스트로(22)는 지난해 11월 이후 친구는 물론 가족도 만나지 않고 있다.

미국 쇼트트랙 선수 크리스틴 산토스(28)는 이달 들어 약혼자는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또 사람이 없는 밤 10시께 식료품을 사러 가고 있다. 미국 바이애슬론 대표팀은 유럽에서 훈련하고 있는데, 팀 선수들끼리 있을 때만 마스크를 벗고 있다. 수잔 던클리(36)는 "외부에서 커피도 마시지 않는다. 호텔방에만 있으면 가끔 미칠 것 같다"고 했다.

미국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팀 추월 선수 네 명은 함께 모여 훈련하는 시간을 줄였다. 팀 추월은 출전 선수 세 명이 비슷한 속도로 달려야 해서 함께 훈련해야 한다. 그러나 경기력보다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낮추는 게 더 중요했다. 미국 여자 아이스하키팀도 훈련 시간을 줄였다. 조엘 존슨 감독은 "지금 가장 큰 걱정은 경쟁 상대인 캐나다, 핀란드, 러시아, 스위스 등이 아니다. 베이징에 잘 도착해 경기를 치르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림픽 대회 관계자 중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는 23일 "지난 4일부터 22일까지 중국에 온 대회 관련 인원 2586명이 매일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는데 그중 7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39건은 공항 검사에서, 33건은 폐쇄 루프 내에서 발견됐다"면서 "선수와 팀 관계자 중에선 확진자가 아직 한 명도 없었다"고 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