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몰살시킨다"더니…30년전 대선 뒤흔든 초원복국 지금은[e슐랭 토크]

중앙일보

입력 2022.01.23 05:00

업데이트 2022.01.23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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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음’ VS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160분 통화 녹취록’

50일도 채 남지 않은 대선판을 연일 강타하고 있는 이슈다. 여야 곳곳에선 “네거티브 공방을 넘어 관음증 대결로 추락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쏟아진다.

이를 두고 정가 일각에선 “30년 전 부산의 한 음식점에서 벌어진 도청사건이 떠오른다”는 말도 나온다. 제14대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벌어진 ‘초원복국 사건’이다.

D-7일 터진 도청사건…대선 정국 강타

1992년 12월 11일 부산 기관장 모임을 했던 부산 남구 초원복국에서 도청 사건이 벌어지자 이후 경찰에서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1992년 12월 11일 부산 기관장 모임을 했던 부산 남구 초원복국에서 도청 사건이 벌어지자 이후 경찰에서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초원복국 사건’은 1992년 12월 11일 당시 김영삼 민주자유당 대선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부산지역 기관장들이 모임을 가진 일이다. 이날 모임에서 “지역감정을 부추기자”고 한 말들이 당시 국민당 관계자의 도청에 의해 드러나면서 대선 막판 최대 쟁점이 됐다. 당시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이 대명사처럼 남기도 했지만, 실제 이날 이 말이 오가지는 않았다는 게 정설이다.

당시 초원복국에는 두 달 전 법무부 장관에서 물러난 김기춘 전 장관을 비롯해 부산시장과 부산지검장, 부산경찰청장, 안기부 부산지부장, 부산교육감,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참석했다.

부산기관장모임사건이 일어났던 부산 초원복국. [중앙포토]

부산기관장모임사건이 일어났던 부산 초원복국. [중앙포토]

김 전 장관 등은 “믿을 곳은 부산 경남이 똘똘 뭉치는 것밖에 없다”, “부산 경남 사람들 이번에 김대중이 정주영이 어쩌냐 하면 영도다리 빠져 죽자”, “민간에서 지역감정을 좀 불러일으켜야 돼”, “지역감정이 유치한지 몰라도 고향의 발전에 긍정적이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이런 발언은 국민당 부산지역 선거대책본부 관계자인 문모씨가 설치한 도청장치에 고스란히 담겼다. 문씨는 국가안전기획부 직원에게 기관장 모임 제보를 받고 하루 전인 12월 10일 초원복국의 장롱과 창틀 두 곳에 도청장치를 설치했다. 당시 국민당은 대선 판도를 뒤엎을 요량으로 도청한 녹음 파일을 나흘 뒤인 12월 15일 공개했지만 결국 김영삼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초원복국 “가족 온갖 협박 당해”  

초원복국에서 선보이는 복불고기와 복국. 이은지 기자

초원복국에서 선보이는 복불고기와 복국. 이은지 기자

도청사건이 발생한 초원복국 대표는 이 일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초원복국 사건이 발생한 지 30여년 만인 지난 18일 김동식 초원복국 대표(65)를 만났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20대 대선을 50일 앞둔 시점이었다. 아버지에게 가업을 물려받은 김 대표에 이어 7년 전 아들까지 가세하면서 3대가 39년째 초원복국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김 대표는 “도청사건인 줄 몰랐는데…. 우리도 선의의 피해자였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때는 선거기간이어서 그랬는지 많은 손님이 전화해서 욕설을 퍼붓고, 자식들 몰살시키겠다고 해서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초등학생이던 아들을 해치겠다는 말까지 나와 경찰에 신변 보호 요청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선이 끝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분위기가 반전됐다. “김영삼 대통령 당선에 일조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호의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김 대표는 ”관광객들이 버스 편으로 와서 기념되는 것은 다 가져갔다. 초원이라는 글자만 보이면 성냥통이든 뭐든 다 가져갔다”며 “서울뿐 아니라 시외에서 많은 손님이 왔다”고 말했다.

이후 부산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복국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고 한다. “초원복국이 복국을 대중화한 일등공신”이라는 말을 듣는 이유다.

김 대표가 복국집을 열게 된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김 대표는 아버지 가게를 잠시 관리하다 복의 매력에 빠졌다고 했다. 작고한 김 대표의 부친은 1960년부터 부산에서 일식집을 운영해왔다. 김 대표의 아내 백경희(60)씨는 “시아버지께서 일식집은 사양길로 접어드니깐 한 가지 메뉴만 특화해서 해보라고 권유했다”며 “그래서 복국집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선거 끝나자 반전…“기념되는 것 다 가져가”

초원복국에서 선보이는 복수육. 이은지 기자

초원복국에서 선보이는 복수육. 이은지 기자

김 대표 부부는 1983년 ‘초원즉석복국’ 이라는 상호로 부산 연산동에 복국 전문점을 열었다. 1986년 영도점에 이어 1991년 초원복국 대연동 본점을 개업하면서 부산의 대표적인 복요리 전문점으로 자리매김했다.

초원복국의 대표 메뉴는 복불고기를 비롯해 복찜, 복수육 등이다. 김 대표는 인터뷰 중에도 복수육과 복불고기 주문이 들어오자 곧바로 요리에 들어갔다. 그는 다시마, 무, 파 딱 세 가지 재료만으로 우려낸 국물을 이용해 재빠르게 복을 삶아냈다. 그리고 비법의 장으로 만든 불고기 양념과 찜 재료에 복을 넣자 두 가지 요리가 한 번에 뚝딱 완성했다.

부산시, 2002년 부산 향토음식 지정·육성 

복지리. 사진 부산시

복지리. 사진 부산시

부산시는 초원복국 사건 10년 뒤인 2002년 복국을 부산 향토음식으로 지정해 육성해 오고 있다. 현재 초원복국뿐 아니라 금수복국, 할매복국, 가마솥생복집, 일광대복, 동대복국, 덕천복집 등 7개 음식점이 향토음식점으로 지정돼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은 타지역보다 복어 원물의 유통량이 풍부해 복요리 전문점이 많다”며 “복어를 안전하게 조리할 수 있는 제독 기술도 뛰어나 기호도와 레시피 측면에서 타지역보다 월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캐비아·트뤼프 등과 ‘세계 4대 진미’

복어. 사진 중앙포토

복어. 사진 중앙포토

복어는 캐비아(철갑상어의 알)·트뤼프(송로버섯)·푸아그라(거위의 간)와 함께 세계 4대 진미로도 꼽힌다. 복어는 ‘담담하면서도 싱겁지 않은(淡而不薄)’ 생선으로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하다. 유지방이 없어 고혈압과 당뇨에 좋으며, 몸을 따듯하게 해줘 혈액순환에도 효과가 있다.

복어를 국내에서 식용으로 사용한 시기는 석기시대로 추정된다. 서기 100년경 후한대의 『설문해자(說文解字)』와 조선시대 영조 때 편찬한 『여지도서(輿地圖書)』 등에 기록돼 있다. 한반도의 복어 조리기술은 훗날 일본인에 전수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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