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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자연은 하나…뮤지컬 ‘라이온 킹’의 포효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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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호 19면

[사진 디즈니]

[사진 디즈니]

24년간 21개국 100여 도시에서 1억 1천만 명 이상이 관람해 ‘전 세계 역대 흥행 1위 엔터테인먼트’로 꼽히는 뮤지컬 ‘라이온 킹’(1월 26일부터 3월 1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사진) 인터내셔널 투어 버전이 4년 만에 다시 돌아온다. 14년간 라피키를 연기한 ‘라피키 전문가’ 푸티 무쏭고 등 전대륙에서 집결한 베테랑 배우들의 ‘드림팀’ 캐스트로, 9일 개막 예정이었으나 각국의 팬데믹 특별방역대책으로 한차례 개막이 미뤄졌다.

여성 최초로 토니상 연출상을 수상한 줄리 테이머의 예술적인 무대 메커니즘과 디즈니 특유의 아름다운 음악으로 토니상 6개 부문을 비롯해 아카데미, 그래미 등 전 세계 70여 개 주요 어워즈를 휩쓸며 ‘공연예술의 최정점’이라는 찬사를 받은 작품. 남극을 제외한 전 대륙에서 사랑받았지만, 2006년 일본 시키 극단 버전으로 첫선을 보였던 한국에서만 유독 흥행에 실패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2018년 압도적인 스케일의 인터내셔널 투어 버전이 대성공을 거뒀고, 지금은 ‘2022년 예매자들이 가장 보고 싶은 내한 공연 1위(인터파크)’로 선정되는 등 우리 관객이 가장 기다리는 작품이 됐다.

‘라이온 킹’의 시그니처는 무대 위 동물 표현의 패러다임 전환에 있다. 줄리 테이머가 창조한 ‘휴매니멀’ ‘더블이벤트’라는 메커니즘은 동물 탈을 뒤집어쓰는 게 아니라 얼굴을 드러낸 배우가 동물 형상을 직접 조종하는 방식. 수레바퀴를 회전시키며 가젤이 전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배우의 사지에 죽마를 연결하고 머리에 긴 모자를 써 기린 특유의 움직임을 구현하는 식으로 ‘인간과 자연의 혼연일체’를 추구한다.

줄리 테이머는 1992년 일본에서 오페라 ‘오이디푸스 렉스’ 공연 때 처음 이런 방식을 시험했다. 세계적인 소프라노의 얼굴과 성량을 가리지 않기 위해 가면을 로마군 투구처럼 얹어 호평받은 이후 ‘라이온 킹’에서 아프리카 마스크와 인도네시아 그림자극, 일본 인형극 분라쿠 등을 차용해 더욱 발전시켰다. 심바·스카·무파사·날라 등 각각 개성적이지만 무표정한 사자 가면과 감정을 표현하는 배우 얼굴의 동시 노출은 동물의 드라마틱한 감정 변화를 관객의 머리속에서 완성시키는 새로운 예술적 경지를 개척해 ‘인간과 자연은 하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음악도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 등 엘튼 존과 팀 라이스의 애니메이션 원곡 외에도 아름다운 넘버가 빼곡하다. 아프리카 소울을 담아낸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음악가 레보 엠, 영화음악 거장 한스 짐머 등 다국적 창작진이 어우러져 문화다양성을 실천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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