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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착잡한 김범수, 구원투수 남궁훈...카카오는 '메타버스'로 간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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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왼쪽)과 차기 카카오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된 남궁훈 미래이니셔티브센터 센터장.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왼쪽)과 차기 카카오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된 남궁훈 미래이니셔티브센터 센터장.

카카오가 남궁훈(50)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내정했다. 남궁 내정자는 3월 주주총회를 거쳐 대표에 취임한다. 재선임 예정이던 여민수 공동대표는 최근 사회적 논란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 이로써 카카오는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 체제를 4년 만에 끝내고 남궁훈 원톱 체제로 전환한다.

남궁훈은 누구?

남궁훈 대표 내정자는 김범수 의장과 함께 1999년 한게임을 창립한 후 동고동락한 사이로 유명하다. CJ인터넷, 게임사 위메이드 대표 등을 거쳐 2015년 카카오에 최고게임책임자(CGO)로 합류했다. 지난해 9월엔 카카오게임즈 대표로 상장을 성공시켰다. 특히, 모바일 게임 ‘오딘 : 발할라 라이징’의 흥행을 이끌며 국내 게임 3N(엔씨·넥슨·넷마블) 체제를 흔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남궁 내정자는 지난해 말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에 임명된 후 카카오의 미래 10년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카카오 대표에 내정됐던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경영진 '스톡옵션 주식 먹튀' 논란 끝에 본사 대표직을 자신 사퇴하면서 남궁훈 센터장이 직접 나서게 됐다.

남궁훈 단독대표 내정자 프로필.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남궁훈 단독대표 내정자 프로필.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왜 남궁훈일까

무너진 신뢰 회복이 필요했다. 류 내정자의 자진 사퇴에도 카카오 크루의 불만과 사회적 비난이 커지고 있어서다. 최근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카카오페이 먹튀, 철저히 조사하고 예방하겠다"며 비판에 가세했다. 카카오로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공동체를 이끌 리더가 필요했다. 김 의장이 20일 카카오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도 그런 고민이 녹아 있다.

해당 글에서 김 의장은 “최근 카카오는 오랫동안 쌓아오던 사회의 신뢰를 많이 잃고 있는 것 같다”며 “(신뢰를) 회복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지 고민을 거듭했고, 사회가 본래 카카오에 기대하는 미래지향적 혁신을 잘하는 게 신뢰 회복을 위한 첩경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카카오의 다음 비전을 고민하고 미래지향적 혁신을 실현할 적임자를 논의한 끝에 엔케이(남궁훈 내정자의 영어이름)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남궁훈 체제에서 카카오를 메타버스향 기업으로 빠르게 전환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앞으로 카카오는 메신저 카카오톡 운영 회사가 아니라, 메타버스 회사로 인식되게끔 전면적인 변화를 추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궁훈의 '메타버스 카카오'

남궁훈 내정자는 이날 대표 내정 사실이 공개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카카오의 미래는 '메타버스'에 있다고 선언했다.
새로운 땅 : 남궁 내정자는 "국민들은 성장한 카카오에게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것 이상의 역할을 기대하시는 것 같다"며 "새로운 산업과 글로벌 시장 같은 '새로운 땅'에 도전하고 개척하는 카카오"를 강조했다. 그는“전통적인 사업 영역을 디지털로 혁신하려 했던 우리의 도전은 국민들의 시선에서는 혁신이라기보다 누군가의 땅을 침탈하는 것으로 보는 시선과 질타가 점점 커졌다”며 “국민의 요구와 카카오의 창업정신을 지키는 길을 개척해야 한다”고도 했다.
새 땅은 메타버스 : 그의 결론은 메타버스다. 남궁 내정자는 "사회적 요구와 현재 카카오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도전은 메타버스"라며 "메타버스 중심으로 기업을 개편해 세계시장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화성을 지구처럼 개조하는 테라포밍(Terraforming)처럼, 메타버스라는 기회의 땅을 개척하는 '메타포밍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공동체 컨트롤, 지휘봉은 김성수

카카오 자회사들의 논란을 사전 조율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역할은 김성수 카카오 엔터테인먼트 각자 대표가 맡는다. 카카오는 올해초 신설돼 여민수 대표가 맡기로 했던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장에 김 대표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CJ ENM 대표 출신으로, 조직 관리와 계열사 상장 경험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범수 의장도 “카카오가 규모도 커지고 공동체도 늘어나며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공동체경영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김 센터장의 역할을 강조했다. 카카오커머스 대표직을 내려놓은 홍은택 부회장이 함께 CAC에서 리스크 관리 등을 도울 예정.

김성수 공동체 얼라인먼트 센터장 프로필.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김성수 공동체 얼라인먼트 센터장 프로필.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카카오의 남은 과제들

우선 신뢰 회복이 급하다.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주식 집단 매각 이후 카카오는 주주뿐 아니라 내부 직원들의 신뢰도 잃었다. 이날 당장 카카오페이가 뒷수습에 나섰다.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을 동시에 매각한 8명 중 류영준 대표, 장기주 경영기획 부사장, 이진 사업총괄 부사장이 물러난다. 남은 5명도 매각했던 주식을 재매입하기로 했다. 이날 잇따른 발표 이후, 카카오 주가는 전일보다 2.1% 오른 9만 2300원, 카카오페이는 6.25% 오른 13만 6000원에 마감했다.

그러나 남궁훈 내정자가 제시한 '메타버스 기업' 청사진이 구체화되기까진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아직은 선언적 의미라는 것.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부 교수는 “큰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현재로선 카카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려고 메타버스 얘길 꺼낸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려면 기존 사업의 재편 등 구체성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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