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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먹튀 논란에 카카오 '양날의 칼' 들었다, 컨트롤타워 설립

중앙일보

입력

카카오 여민수 공동대표. [사진 카카오]

카카오 여민수 공동대표. [사진 카카오]

카카오가 계열사의 전략 방향을 통합 관리하는 코퍼레이트 얼라인먼트센터(Corporate alignment center)를 설립했다고 12일 밝혔다. 2017년 카카오 공동체의 시너지 모색을 위해 만든 공동체컨센서스 센터를 개편해 새로운 이름과 역할을 부여했다. 최근 반복된 계열사 실책으로 카카오 그룹 전체의 기업가치가 훼손되자 컨트롤 타워를 조직해 '외양간 고치기'에 나선 모양새.

왜 중요해?

● 이제야 마련된 컨트롤 타워 :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등 잘 키운 자회사를 기반으로 지난해 '수확의 시기'를 맞았다. 3분기 매출은 네이버를 따라잡았고, 그룹 시가총액 총합도 100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계열사 간 전략 조율과 리스크 관리에 미숙한 모습이 이어졌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상장 일정이 겹치고,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요금(스마트호출) 인상으로 카카오 전체가 '탐욕 기업'이란 비판을 들었다. 12월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집단 주식매각 논란까지 터지며 한 달 사이 카카오 주가는 20% 이상 떨어졌다. 거대한 카카오 그룹의 위기를 선제적으로 관리할 컨트롤 타워 역할에 모두가 목말랐다.
● 성장에서 관리로 : 여민수 대표가 직접 코퍼레이트 얼라인먼트센터장을 겸직한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카카오’란 관점으로 계열사의 주요한 결정을 검토할 예정이다. 계열사가 독립적으로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며 성장한 카카오 모델이 '관리형'으로 바뀌는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

카카오, 변화의 3대 축

● 코퍼레이트 얼라인먼트센터를 만들며 카카오의 리스크 관리, 미래, 글로벌 3개의 축을 주도할 조직 밑그림이 완성됐다. 국내에선 카카오 향후 10년의 먹거리를 발굴하는 미래이니셔티브센터와, 이번에 개편한 코퍼레이트 얼라인먼트센터가 양대 축이다. 글로벌 공략은 사업 성공 경험이 많은 임원을 대거 파견한 크러스트 유니버스가 맡는다.
● 지난해 국정감사 이후 “그간의 성장 방정식을 전면 바꾸겠다”던 김범수 의장의 구상이 일단 구색을 갖춘 모습. 김 의장은 카카오게임즈 대표였던 남궁훈 센터장과 함께 직접 미래이니셔티브센터를 맡아 메타버스, NFT 등 미래 사업을 직접 챙길 예정이다. 코퍼레이트 얼라인먼트센터도 여민수 대표가 이끄는 만큼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과거 공동체컨센서스센터는 이사회 보조 기구 역할에 그쳐 계열사간 이해를 조율하지는 못했다. 카카오 측은 "세부 역할은 정립해 나가는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카카오의 주요 자회사와 기업가치. [사진 카카오]

카카오의 주요 자회사와 기업가치. [사진 카카오]

남은 숙제는

● 컨트롤, 양날의 칼 : 김범수 의장의 ‘100명의 CEO 양성’ 기조에 따라, 자회사들의 자율적 성장을 강조해 온 카카오다. 코퍼레이트 얼라인먼트센터가 진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익명을 원한 IT 업계 관계자는 “리스크를 관리하겠다고 이 센터가 계열사의 세세한 안건까지 일일이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카카오 특유의 빠르고 유연한 DNA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카카오 그룹 내에선 이 센터가 기존 대기업들의 회장 직속 전략 조직처럼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지 궁금해 하는 분위기다.
● 카카오페이발 여진 극복 : 조직 개편은 마무리 수순이지만, 본사 리더십 문제가 아직 남았다. 카카오페이 주식 대량 매각으로 자진 사퇴한 류영준 카카오 대표 내정자의 후임을 찾아야 한다. 카카오 직원들의 신뢰를 되찾는 것도 숙제다. 카카오페이 임원진의 단체 주식 매각 후폭풍도 여전히 거세다. 경제개혁연대는 12일 “카카오페이 주주와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 이사회가 주식매각에 가담한 임원 8명의 남은 스톡옵션을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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