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달라는 곽상도…골치 아파" 김만배 '50억 클럽' 실명 언급

중앙일보

입력 2022.01.19 14:28

업데이트 2022.01.19 18:45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56)씨가 이른바 ‘50억 클럽’ 6명을 직접 언급하고, 사업 추진 과정에 성남시 공무원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정황을 담은 녹취록이 공개됐다. 김씨와 정영학 회계사(54·천화동인 5호 소유주)가 2019년 12월~2020년 7월 나눈 이 대화 녹취록엔 유력 인사들의 청탁 정황, 사업자 선정, 개발이익 분배 등이 담겨 대장동 특혜·로비 의혹 사건 재판의 핵심 증거이기도 하다.

김만배씨(좌) 정영학 회계사(우) [뉴시스·연합뉴스]

김만배씨(좌) 정영학 회계사(우) [뉴시스·연합뉴스]

김만배 "내 별명이 이지스함"… 50억클럽 한 명씩 직접 거론

한국일보가 이날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당시 언론사 간부이던 김씨가 스스로 “김만배 방패가 튼튼해. 별명이 이지스함이야”라고 지칭하며 “대한민국에 이 큰 사업을 해서 언론에서 한번 안 두드려 맞는 거 봤어?”라고 로비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지스함은 온갖 무기를 막아내는 군함으로 유명하다. 김씨는 오랜 법조기자 경력을 바탕으로 정치·법조계 유력 인사를 섭외, 대장동 사업자 선정을 위한 로비에 활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씨는 대장동 사업 대가로 50억원씩 받기로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50억 클럽’ 인사들의 실명도 언급했다. 2020년 3월 김씨는 대장동 아파트 분양을 통해 얻은 420억원의 로비자금 사용에 관해 “50개(억)가 몇 개냐"라며 "최재경(전 청와대 민정수석), 박영수(전 특검), 곽상도(전 국민의힘 의원), 김수남(전 검찰총장), 홍선근(머니투데이 회장), 권순일(전 대법관). 그러면 얼마지?"라고 말했다. 이에 정 회계사가 "50, 50, 50, 50, 50, 50이면 300(억원)"이라고 답하자, 김씨는 “300(억원)”이라고 재차 확인하기도 했다.

2018년 12월 김씨가 소유한 화천대유는 대장동 부지 중 A12 블록 아파트를 직접 분양했는데, 420억원의 분양 수익이 예상되자 이를 사업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유력 인사들에게 지급할 계획을 세운 것이다. 화천대유는 부지 15개 중 A12 블록을 포함한 5개 블록을 직접 분양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들이 택지개발 이익에 더해 분양수익까지 최소 8000억원대의 천문학적인 이익을 챙겼다고 보고 있다.

"곽상도가 아들 통해 돈 달라고 해…골치 아파"

곽상도 전 의원 아들 병채씨가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조사를 받았다. 2021.10.8 [연합뉴스]

곽상도 전 의원 아들 병채씨가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조사를 받았다. 2021.10.8 [연합뉴스]

녹취록에는 ‘50억 클럽’에 거명된 곽상도 전 의원이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아들을 통해 돈을 요구한다는 김씨의 발언도 담겼다. 2020년 4월 4일 대화에서 김씨는 "병채 아버지(곽상도)는 돈 달라고 그래. 병채 통해서"라며 곽 전 의원 아들 병채(32)씨를 언급했다. 이어 김씨는 “(병채한테) ‘아버지가 뭘 달라냐’ 하니까 ‘아버지한테 주기로 했던 돈 어떻게 하실 건지’ 해서 ‘한꺼번에 주면 어떻게 해? 그러면 양 전무보다 많으니까, 서너 차례 잘라서 너를 통해서 줘야지’ (라고 했다)”라며 병채씨와 자신이 나눈 대화를 소개했다. 정 회계사가 "형님도 골치 아프시겠다"라고 하자, 김씨는 "응 골치 아파"라고 말했다.

곽병채씨는 2015년 6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화천대유에서 5년 10개월 근무하고 퇴직했다. 화천대유는 병채씨에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지급했는데 검찰은 곽 전 의원이 화천대유가 포함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대장동 민간 사업자로 선정되는 데 역할을 한 사후 대가로 의심하고 있다.

성남시 공무원 로비도… "밤마다 길 청소, 장애물 제거해"

김씨가 성남시 공무원을 접대한 것으로 보이는 대화도 등장한다. 2020년 6월 17일 김씨는 “내가 성남을 떠날 것 같니? 이 일을 하기 위해서 형이 밤마다 공무원을 얼마나 많이 만났는데”라고 말했다. 정 회계사가 “고생 많으셨습니다”라고 하자, 김씨는 “지금도 만나. 다 뒤에서 밤에 길을 청소해주고. 길을 가게. 장애물을 밤에 제거 다 하잖아”라고 말했다. 다른 날짜에도 김씨는 “내가 저녁마다 만나고 주말마다 시청 사람들 데리고 가서 공치는데"라고 골프 접대를 했다는 발언을 남겼다.

해당 녹취록이 공개되자 서울중앙지검은 19일 입장문을 내고 “검찰이 피고인 측에 증거기록 열람, 등사를 해준 후 구체적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는 상황이 발생해 우려한다”며 “형사사건 녹취록, 녹음파일 등이 외부로 유출될 경우 재판과 수사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고, 사건관계인의 명예와 사생활에 대한 침해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열람·등사한 자료를 재판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유출하는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대화 당사자 중 한 명인 김만배씨 측이 피의사실 유출을 비판하는 상황에서 다른 피고인 중 한 명이 녹취록을 공개했다고 책임을 돌린 것이다.

檢 “사생활 침해 우려”…김만배 측 “블러핑으로 실체 없어”

하지만 법조계에선 “언론사 간부가 도시개발사업을 벌이며 전현직 고위공직자와 성남시 공무원을 상대로 대규모 로비를 주도한 정황을 담은 법정 증거가 공개된 걸 두고 수사기관이 사생활 침해부터 우려한 건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해당 녹취록을 입수한 지 4개월 동안 ‘50억 클럽’ 중 곽 전 의원에 대해서만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당하며 부실 면죄부 수사란 비판을 받고 있다.

한편, 경찰은 지난해 11월 말 같은 녹취록에 “성남시의회 의장 30억원, 시의원 20억원”으로 언급된 최윤길 전 의장 사건을 검찰에서 넘겨 받아 한 달여만에 최 전 의장을 40억원 뇌물을 약속받은 혐의로 지난 18일 구속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정영학 녹취는 김씨의 블러핑(허풍) 수준의 대화로 실체가 없다”며 “검찰 수사에서도 먼저 자금 추적을 요청할 정도로 실제 돈 거래가 오고 간 것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다만 “곽병채씨가 받은 50억은 퇴직금 및 산재위로금으로 별개의 문제”라고 했다.

앞서 검찰은 대장동 사업을 주도한 인물 중 유일하게 정 회계사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 정 회계사는 수사 초기부터 해당 녹취록을 검찰에 제공하며 자수해 수사에 적극 협조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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