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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정당이 선거법 조롱" 소송에…대법 "총선 무효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거대 양당이 이른바 ‘위성 정당’을 출범시켜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를 낸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대해 “무효가 아니다”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지난 2020년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만든 '2020총선시민네트워크'가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위성정당의 비례대표 후보자 등록을 거부할 것'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20년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만든 '2020총선시민네트워크'가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위성정당의 비례대표 후보자 등록을 거부할 것'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교수, 시민단체 줄줄이 반발 “위성정당은 선거법 조롱”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낸 선거 무효 소송에서 “제출한 증거 만으로 선거를 무효로 하기 어렵다”며 청구를 기각했다고 19일 밝혔다

앞서 경실련 등은 지난해 4월 15일 위성정당이 참여한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가 무효라며 같은 달 17일 대법원에 소송을 냈다. 경실련 등은 양대 정당의 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이 민주적 심사와 투표 없이 최고위원회에 후보자 추천을 일임해 비례 후보자를 결정한 것은 공직선거법 47조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경실련은 소송 당시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꼭두각시 위성정당으로 21대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가 오염됐다”며 “이미 많은 것을 누리는 거대 정당들이 소수를 보호하기 위한 선거법을 조롱했다. 대법원이 선거의 참뜻을 살려달라”고 했다.

 지난 2020년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모(母)정당인 미래통합당과의 비례공천 갈등을 겪다가 한선교 당시 한국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총사퇴했다. 중앙포토

지난 2020년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모(母)정당인 미래통합당과의 비례공천 갈등을 겪다가 한선교 당시 한국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총사퇴했다. 중앙포토

이같은 시민단체들의 반발은 지난 21대 총선에 처음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때문이다. 지역구 선거에서 당선자를 배출하기 힘든 소수 정당의 의석을 보장하는 취지다.

그런데 정작 이득을 본 것은 거대 양당이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이전보다 비례대표 의석수가 적어질 수 있다며 비례대표 당선자만 배출하는 이른바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후 비례대표 선거에는 양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이 참여해 각각 17석, 19석을 확보했고 선거가 끝난 뒤 기존 정당과 합쳤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해 11월 '위성정당 방지법'을 당 선대위에 지시하기도 했다. 당시 이 후보 측은 “지난 총선 직전 국민의힘이 비례의석을 더 받기 위한 꼼수로 위성정당을 창당하면서 민주당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위성정당을 만든 사정이 있지만, 우리 당에 잘못이 없다고 할 수 없다”면서 “위성정당 창당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데 대해 당의 후보로서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대법원 “비례위성정당 참여한 총선, 무효 아냐”

하지만 대법원은 “선관위는 정당이 정당법이 정한 등록 요건을 구비해 등록을 신청한 이상 이를 수리해야 하고 정당의 설립, 조직과 활동 또는 후보자 추천의 목적 등을 이유로 후보자 등록 수리를 거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각 정당의 후보자등록을 거부하거나 후보자등록을 무효로 하여야 할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라고도 했다.

경실련 등이 지적한 후보자 추천이나 선거운동 과정 역시 “각 정당이 공직선거법에 규정한 민주적 심사․투표 절차 등을 갖추지 못했거나 당헌․당규를 위반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선거의 자유와 공정이 현저히 저해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봤다.

이에 대해 소송에 참여한 양홍석(42·사법연수원 36기)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선거 무효 확인 소송은 단심제인데 증거조사도 제대로 되지 않고 증거 신청도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천관리위원장에 대한 증인신문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대법원 판단이 선행 사건에 이미 좌우된 것은 아닌지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가 말한 선행 사건은 이국영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중앙선관위가 위헌적인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의 등록을 허용한 것은 위헌·위법”이라며 제기한 선거 무효 소송을 뜻한다. 이 소송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지난해 8월 “선거 관련 규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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