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분수대

티스푼 공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한영익 기자 중앙일보 기자
한영익 정치에디터

한영익 정치에디터

지난해 9월 개통한 월드컵대교는 2010년 착공했다. 2015년 완공이 목표였지만, 예산 투입이 지지부진하면서 부분 개통까지 11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연결도로까지 포함한 완전 개통은 올 12월이 목표다. 최초 계획보다 7년이란 세월이 더 걸리면서 ‘티스푼 공사’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공사가 마치 티스푼으로 땅을 파는 것처럼 하염없이 느리다는 일종의 신조어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티스푼 예산 배정이라는 비판이 있을 정도”라며 한탄했다.

티스푼 공사 사례는 월드컵대교 외에도 곳곳에 있다. 1995년 계획한 수인선(수원~인천) 복선전철 사업은 공사만 15년 이상 걸렸다. 2004년 착공에 들어갔지만 개통 예정일이 2013년에서 2017년, 2021년까지 연기됐다. 최근 개통된 부산~울산 복선전철(65.7㎞) 역시 처음에는 2010년이 개통 목표일이었다. 10년 이상 공기가 지연됐다. 막대한 돈이 드는 사회간접자본(SOC) 공사에 예산이 찔끔 투입되며 생긴 일이다.

공사 기간이 늘어나면 사업비가 처음 계획보다 급증한다. 수인선 복선전철은 공사 지연으로 사업비 5710억원이 2조원까지 늘었다. 건설업체 역시 늘어나는 공사 기간만큼 인건비, 사무실 운영비 등 간접비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해 부담이 크다. 그런데도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공사를 빨리 끝내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선거철마다 쏟아지는 정치권의 토목 공약 쓰나미를 SOC 예산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조 단위 토목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서울 지하철 1호선 지하화, 2·7호선 연장,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등을 추진 중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역시 수도권 GTX D·E·F 노선을 추가하고, 부산·울산·경남권에도 GTX를 신설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인선·경인고속도로 지하화도 함께 추진한다.

대선 후보들의 쏟아지는 선물 보따리를 보며 ‘얼마나 걸릴까. 과연 임기 내에 착공은 할까’라는 의문이 든다. 숙원사업을 기다리는 지역주민들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티스푼 공사로 인한 희망고문은 정치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선 후보들도 공사 완료 시점에 대한 대략적 청사진은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