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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 첫날 32조 몰렸다…"증권사 잘못 고르면 0주" 눈치작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IPO(기업공개) 사상 최대어인 LG에너지솔루션 일반투자자 공모주 청약이 시작된 18일 서울 영등포구 신한금융투자 본사에서 고객들이 청약신청을 하고 있다. 뉴스1

IPO(기업공개) 사상 최대어인 LG에너지솔루션 일반투자자 공모주 청약이 시작된 18일 서울 영등포구 신한금융투자 본사에서 고객들이 청약신청을 하고 있다. 뉴스1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일반 공모주 청약 신청(균등배정 물량)을 위해 최소증거금 150만원을 마련해 둔 회사원 김모(33)씨는 고민에 빠졌다. 올해 최대의 기업공개(IPO)에 수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증권사를 잘못 고를 경우 1주도 받지 못할 수 있어서다.

김씨는 “'따상(공모가 2배에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까지 오르는 것)'은 어렵다고 해도 '상(상한가)'만 쳐도 10만원 버는 셈이라 설 연휴 조카 줄 용돈 벌이는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청약 마지막까지 경쟁률을 본 뒤 19일 오후 3시쯤 청약 신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기업 수요예측에서 '1경(京)'이 넘는 숫자를 기록하며 흥행을 예고했던 LG엔솔은 말 그대로 자금의 블랙홀이었다. KB증권에 따르면 청약 첫날인 18일 하루에만 32조6000억원이 넘는 증거금이 들어왔다. 청약 신청자가 몰리며 1주도 받지 못하게 되는 ‘0주 상황’까지 발생해 '동학 개미'의 눈치작전은 청약 마감인 19일 오후 4시까지 치열할 전망이다.

지난해 6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전문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1'에서 참관객들이 LG에너지솔루션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6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전문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1'에서 참관객들이 LG에너지솔루션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KB증권에 따르면 청약이 가능한 7개 증권사(KB증권·신한금융투자·대신증권·미래에셋증권·하나금융투자·신영증권·하이투자증권)에 모인 증거금은 32조6467억원이다. 청약 건수는 237만5301건이었다. KB증권에 129만9764건이 몰렸고 이어 신한금융투자(41만550건), 대신증권(29만2658건), 미래에셋증권(26만8973건), 하나금융투자(5만482건), 신영증권(2만7941건), 하이투자증권(2만4933건) 순이었다.

역대 최고 증거금(81조원) 기록을 세운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도 커졌다. 이날 오후 1시 30분쯤LG엔솔 청약 증거금은 23조3000억원을 넘어섰다. 청약 4시간 만에SKIET의 청약 첫날 증거금(22조1594억원)을 뛰어넘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IPO 사상 최초로 청약 증거금 ‘100조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온다.

‘0주’ 사태도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26만9000건의 청약이 몰린 미래에셋증권은 이날 가장 높은 청약 경쟁률(95.86대 1)을 기록하며, 균등배정으로는 1주도 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미래에셋에 배정된 LG엔솔 주식(22만1354만 주) 중 균등배정 물량은 11만677주에 불과하다.

하나금융투자(28.59대 1)와 KB증권(25.24대 1)의 경쟁률이 20대 1을 넘었고, 신한금융투자(15.87대 1), 신영증권(11.46대 1), 대신증권(9.87대 1), 하이투자증권(8.76대 1) 순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 일반 청약 첫날인 18일 오후 3시 KB증권 비대면계좌개설 앱에 대기자가 표시된 모습. 독자 제공

LG에너지솔루션 일반 청약 첫날인 18일 오후 3시 KB증권 비대면계좌개설 앱에 대기자가 표시된 모습. 독자 제공

청약 열기에 뒤늦게 신규 계좌를 개설하려는 움직임도 많았다. KB증권의 경우 이날 오후 3시 10분 기준 앱을 통해 비대면 계좌 개설하려는 대기 인원만 8만5250명에 달했다. 예상 대기시간은 13만1270초(36시간)였다. KB증권 관계자는 “한 때 트래픽이 몰려 지연 상황이 생겼다”며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대면 계좌개설에 실패해 지점을 직접 방문했다가 헛걸음한 경우도 있었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김모(60)씨는 증권 계좌를 만들려고 87세 어머니를 모시고 대신증권 청담점을 찾았다가 그냥 돌아왔다. 김씨는“중복 청약이 안 되니 어머니와 내 계좌로 각각 청약하려 했는데 대기가 길어서 돌아왔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IPO 주요 정보 그래픽 이미지.

LG에너지솔루션 IPO 주요 정보 그래픽 이미지.

LG엔솔의 일반 청약 흥행은 예상된 수순이었다. 지난 11~12일 진행한 기관 수요예측에서 LG엔솔은 1경5203조 원을 모으며 사상 처음 ‘경(京)’ 단위 주문액을 기록했다. 경쟁률도 2023대 1로 유가증권 IPO 사상 가장 치열했다.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기로 약속하는 의무보유확약 신청 비율도 77.4%나 됐다.

이번 일반 청약 물량은 전체 공모 물량 4250만주의 25%인 162만5000주다. 증권사별 물량은 KB증권이 486만9792주로 가장 많고, 신한금융투자·대신증권이 243만4896주, 미래에셋증권·하나금융투자·신영증권·하이투자증권이 22만1354주다. 상장일은 오는 27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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