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사귀 한장 떼서 400만원에 판다…비트코인 뺨치는 식물 정체

중앙일보

입력 2022.01.18 17:06

업데이트 2022.01.18 17:11

몬스테라 알보 보르시지아나 바리에가타, 일명 '알보몬'은 잎에 섞인 흰색 빛깔이 선명하거나 무늬가 독특할수록 비싸다. [사진 박선호 제공]

몬스테라 알보 보르시지아나 바리에가타, 일명 '알보몬'은 잎에 섞인 흰색 빛깔이 선명하거나 무늬가 독특할수록 비싸다. [사진 박선호 제공]

“사회적 거리두기로 학원 운영이 어려울 때 취미로 키우던 관엽식물 잎을 잘라 내다 파니 장당 50만원에 거래되더군요.”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서 국어 학원을 운영 중인 박선호(38)씨는 3년 전만 해도 개업 선물로 받은 화분을 창가에 두고 물을 주던 초보 ‘반려식물인’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제는 논문을 뒤지며 희귀 신품종을 개량하는 전문 ‘식(植)테크(식물 재테크)족’이다. 그가 키우는 몬스테라의 잎 한장은 2년 만에 50만원에서 200만~300만원으로 치솟았다.

“비트코인 못지않은 몬스테라 알보”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에서 판매된 몬스테라 알보. [사진 당근마켓 캡처]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에서 판매된 몬스테라 알보. [사진 당근마켓 캡처]

길어진 ‘집콕’ 생활에 홈가드닝(가정원예)이 인기다. 이에 따라 식물을 키워 중고 시장에 팔아 수익을 내는 재테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몬스테라’ 같은 인기 관엽식물은 한 뿌리에 수천만원, 잎 하나는 수백만원까지 거래된다.

박 원장은 “식물을 키우는 이들 사이에서는 희귀한 무늬를 가진 나무가 명품”이라며 “그중에서도 ‘무늬종 몬스테라’는 잎이 마치 화폐처럼 거래되고, ‘몬스테라 알보’는 거래량이 많아 코인 중에서도 비트코인에 비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2년 사이 몬스테라의 몸값은 10배 가까이 치솟아 테슬라·애플 주식보다 투자 수익률이 높다”고 전했다.

몬스테라 알보는 ‘알보몬’으로 불리는데, 잎에 섞인 흰색 빛깔이 선명하거나 무늬가 독특할수록 비싸다.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 따르면, 알보몬은 현재 평균 46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최고 거래가는 약 400만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뜨거워진 홈가드닝 시장  

몬스테라 알보는 인기가 많고 거래량이 많아 관엽식물계의 '비트코인'으로 꼽힌다. [사진 박선호 제공]

몬스테라 알보는 인기가 많고 거래량이 많아 관엽식물계의 '비트코인'으로 꼽힌다. [사진 박선호 제공]

알보몬 외에도 실내 식물의 인기는 뜨겁다. 중고나라에 따르면 플랫폼 내 식물 거래 건수는 최근 2년 사이 꾸준히 증가했다. 등록된 주요 실내 식물 3종(필로덴드론·알보몬·제라늄) 상품 등록 현황에 따르면, 2020년 1월엔 등록 건수가 191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월에는 2622건으로 두 배 늘었다. 같은해 9월에는 3866건을 기록했다. 중고나라에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 이후로도 식물 거래량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식테크는 보통 잎 한장에서 시작한다. 알보몬 잎 한장을 물꽂이(줄기를 물에 담그는 것) 해 뿌리가 충분히 자라면 흙에 옮겨 심는다. 이후 새순이 나면 잎을 한 장씩 잘라 팔 수 있다. 100만원에 산 잎을 모주(종자나 묘목을 얻기 위해 키우는 나무)로 키워 잎이 여러 장 나면, 장당 100만원에 파는 식이다. 자르지 않고 더 크게 키워 팔면 수천만 원까지 가격이 오르지만, 대신 거래 속도가 늦어지는 단점이 있다.

몬스테라 알보를 키워 잎 한장에 수십만 원 또는 수백만원에 판매하는 '식테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박선호 제공]

몬스테라 알보를 키워 잎 한장에 수십만 원 또는 수백만원에 판매하는 '식테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박선호 제공]

다만, 정확한 시세가 없고, 부르는 게 값이라는 점에서 한계는 있다. 생물이다 보니 키우는 도중 죽거나, 잎이 상해 상품성이 떨어지기도 한다. 천안에서 다육식물 농장을 운영하는 박용명 ‘다육의 미치다’ 대표는 “희귀 식물은 호가가 5000만원도 나오지만, 실제로 3000만원에서 거래되는 등 정해진 가격이라고 할 게 없다”며 “현재는 희귀 식물이 대중화되는 단계이기 때문에 경쟁적으로 가격이 폭등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적정 가격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테크는 ‘덤’일 뿐, 키우는 재미 중요

LG전자가 지난 10월 선보인 '틔운'은 집에서 식물을 키울 수 있는 공간 인테리어 가전이다. [사진 LG전자]

LG전자가 지난 10월 선보인 '틔운'은 집에서 식물을 키울 수 있는 공간 인테리어 가전이다. [사진 LG전자]

식테크 열풍에서 부가수입은 소소한 ‘덤’일 뿐, 기본적으로 식물 키우는 재미가 주목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식테크 붐 뒤엔 전원생활에 대한 동경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다. 젊은 세대일수록 전원에서 살아본 경험이 거의 없어 호기심이 크다. 거실에서 식물재배기를 사용해 허브를 키우는 워킹맘 전혜빈(39)씨는 “예전에도 주말농장을 다니는 등 식물 키우기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수요를 포착한 대기업은 가정용 식물재배기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10월 가정에서 채소와 꽃을 재배할 수 있는 가전 ‘LG 틔운’을 출시했다. 삼성전자와 SK매직도 잇따라 식물재배기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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