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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몽촌토성에서 고구려 목간이 왜?…"현존 최고 목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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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백제박물관은 몽촌토성에서 고구려가 만든 목간을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18일 밝혔다. [사진 한성백제박물관]

한성백제박물관은 몽촌토성에서 고구려가 만든 목간을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18일 밝혔다. [사진 한성백제박물관]

서울 송파구 몽촌토성에서 고구려가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목간(木簡·글을 적은 나뭇조각)이 처음으로 발견됐다.

고구려 목간 발견된 것은 처음 #고구려 한성 실질 지배 증거될 듯

한성백제박물관은 지난해 4월 몽촌토성 북문터 발굴조사 중 집수지(물을 저장하는 공간) 안에서 먹물로 쓴 글자가 새겨진 고구려 목간 한 점을 찾아냈다고 18일 밝혔다.
길이 15.6㎝, 너비 2.5∼2.7㎝, 최대 두께 0.4㎝이며, 10∼13자가 확인됐다. 큰 글자 6∼8자를 한 줄로 적고, 오른쪽 하단에 작은 글자 4∼5자를 기록했다. 박물관 측은 출토 정황과 역사적 상황 등을 종합해 늦어도 551년 이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적외선 촬영과 목간 연구자들의 회의에도 불구하고 글자를 정확히 판독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몽촌토성은 원래 백제가 한성(서울)을 도읍으로 하던 시기에 세워졌지만, 고구려는 장수왕 때인 475년 대규모 공세로 한성을 점령했다. 이후 백제는 수도를 웅진(공주)로 옮겼고, 551년 성왕 때 한강 유역을 되찾으며 다시 탈환했다. 즉 이번에 발견된 목간은 고구려의 점유 시기인 475~551년 사이에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인근에서 수습한 목재들을 방사성탄소연대 등으로 측정한 결과 469~541년 유물로 파악됐다.

박물관 측은 "몽촌토성에서 목간이 출토된 첫 사례이지만, 집수지 유적 발굴조사가 아직 40% 정도만 진행돼 추가로 목간을 발견할 수도 있다"며 "지금까지 출토된 삼국시대 목간은 대부분 6∼7세기 신라와 백제 유물"이라며 "목간이 551년 이전 만들어졌다면 국내 최고(最古) 목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앞서 신라 수도였던 경북 경주에서는 1970년대부터 신라 시대 목간 200여점이 발견됐으며, 백제의 수도였던 부여에서도 능산리 등에서 목간 수십여점이 발견됐다. 내용은 『논어』나 음식 등 다양했다.

이번에 발견된 목간은 최초로 발견된 고구려의 목간인 동시에, 5~6세기 고구려가 한성을 실질 지배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유물로서도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박물관 측은 "몽촌토성 북문터에서는 고구려가 조성한 도로나 건물터나 토기·화살촉 등의 유물이 나왔다"며 "고구려 흔적이 별로 남아 있지 않은 서울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목간에 대한 조사 내용은 한국목간학회가 21일 여는 학술회의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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