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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선의 담백한 자작곡…“코로나로 고립되니 곡이 써지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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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 6일 서울 중구에서 만난 나윤선은 “첫 앨범같은 느낌이다. 만들면서 나와 가장 많이 대화한 음반”이라고 말했다. [사진 나승렬]

지난 6일 서울 중구에서 만난 나윤선은 “첫 앨범같은 느낌이다. 만들면서 나와 가장 많이 대화한 음반”이라고 말했다. [사진 나승렬]

29년 차 재즈가수 나윤선(53)은 아직도 카메라 울렁증이 있다. 지난 6일 인터뷰 자리에서도 동생 나승렬(51) 포토그래퍼가 찍었다. 새 앨범 ‘웨이킹 월드(Waking World)’ 표지는 정면을 응시한 흑백사진이다. 리모컨을 써 직접 촬영했다. 그는 “머리도 화장도 안 하고, 집에 있는 옷을 입고 편하게 찍었다”고 했다. 새 앨범은 그의 11번째 앨범이다. 직접 쓴 11곡을 모았다. 자작곡만으로 앨범을 채운 건 처음이다. 그는 “첫 앨범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앨범 소개에 ‘코로나’ ‘단절’ ‘고립’에 관한 언급이 많다. 이번 앨범은 코로나19로 한국에서 보낸 2년간 겪은 침체의 결실이다. 1995년 프랑스 유학 이후 전 세계를 떠돌던 나윤선은 “인생의 절반을 한 군데 오래 있어 본 적이 없어 어색했다”며 “혹시 아팠다가 목에 이상이 생기면 안 되니 스스로를 집에 고립시키고 살았다”고 했다. 2020년 초 미국에 있던 그는 국제선이 끊기기 직전, 거의 마지막 비행기를 타고 귀국했다. 3월 30일. 날짜도 정확히 기억했다. 그는 “두 달쯤일 줄 알았는데, 2년이 흘렀다”고 회상했다.

우울한 날을 보내던 나윤선이 ‘곡을 써야겠다’ 생각한 건 지난해 1월이다. 작사·작곡을 배운 적이 없지만 ‘한 땀 한 땀’ 썼다. 드라마틱한 스캣과 다이내믹한 재즈 보컬로 유명한 그의 기존 곡과 다른 담백한 느낌이다. 그러면서 기분이 나아졌다. 그는 “너무 힘들 때, 아무도 날 도와줄 수 없을 때, 저와 가장 많이 대화한 음반”이라고 11집을 요약했다. 그는 “슬픈 음악을 좋아한다. 밝고 기쁜 건 잘 못 하는 편”이라며 “화음 몇 개로 단순하게 만드는, 비틀스 같은 곡을 쓰고 싶은데 그건 다시 태어나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앨범 녹음은 프랑스 파리에서 했다. 곡을 다 만들 무렵인 지난해 7월, “‘비행기가 뜬다’고 기적처럼 연락이 와서” 공연차 유럽으로 넘어간 김에 녹음했다. 나윤선은 “팬데믹 탓에 예약이 어려운 녹음실도 되고, 섭외가 거의 안 되는 뮤지션들도 일정이 비어 완벽한 멤버를 구성했다”며 “행운이라고 해야 하는지 정말…”이라고 허탈하게 웃었다.

나윤선 11집 Waking World. 사진 엔플러그

나윤선 11집 Waking World. 사진 엔플러그

타이틀곡 ‘웨이킹 월드’의 도입부를 여는, 하프 같기도 거문고 같기도 한 소리는 오래된 업라이트 피아노 뚜껑을 열고 압정을 대서 만든, 금속이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다. 드럼 위에 쌀을 뿌려 직접 휘저으며 파도 비슷한 소리도 만들었다. 나윤선은 “상상만 하고 설명하지 못했던 소리를, 엔지니어와 피아니스트가 모여 뚝딱뚝딱하더니 만들어냈다”고 극찬했다.

나윤선은 이번 앨범을 만든 뒤 “코로나19 같은 게 또 올 수도 있으니, 책임감을 가지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꿈이 생겼다”고 했다. 그는 글로벌 투어를 위해 지난 10일 다시 유럽으로 향했다. “관객 만나는 걸 너무 좋아하는데, 이번 투어에서도 공연 뒤에 관객을 만나지는 못한다”고 아쉬워한 그는 “취소만 안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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