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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카자흐 대사 “헌법질서 회복…한국과 희토류 협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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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바큿 듀센바예프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는 최근 자국에서 일어났던 시위 사태에 대해 “헌법 질서는 회복됐지만, 많은 국민과 기업이 피해를 봤다”며 “카자흐스탄은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 다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듀센바예프 대사는 특히 경제협력 등 한국과 교류 증진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그는 “10만 고려인(19세기 조선에서 러시아 극동지역으로 이주했다가 1937~39년 소련 시절 이오시프 스탈린에 의해 강제이주된 한민족의 후손)으로 연결된 카자흐스탄과 한국의 관계는 시간이 갈수록 긴밀해지고 있다”며 “양국이 가진 경쟁력을 되살려 동반자 관계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관에서 듀센바예프 대사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바큿 듀센바예프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가 14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카자흐스탄 대사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관 제공

바큿 듀센바예프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가 14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카자흐스탄 대사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관 제공

이번 시위가 단순히 연료비 인상에 대한 불만이 아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에서도 그 부분을 인지하고, 새로운 내각에서 정치‧경제 전반에 대한 새 계획을 짜고 있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도 지난 11일 연설에서 '카자흐스탄의 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특히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빈부 격차를 줄이고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이 핵심이고,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국가가 될 것이다."

(지난 2일 카자흐스탄 서부 망기스타우 주에선 지난해 1리터당 50텡게(약 138원)이던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이 며칠 새 120텡게(약 330원)로 2배 이상으로 치솟으며 항의 시위가 발생했다. 그 뒤 시위가 전국 주요 도시로 번지자 정부는 LPG 가격을 50텡게로 인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전년 대비 9%에 달하는 인플레이션과 뿌리 깊은 빈부 격차, 30년간 장기 집권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1990~2019년) 전임 대통령의 여전한 정치 참여 등을 문제 삼은 시위 행렬은 더욱 거세졌다.)

이날 듀센바예프 대사는 ″10만 고려인으로 각별하게 연결된 한국과 카자흐스탄이 더 많은 교류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한카자흐스탄 대사관 제공

이날 듀센바예프 대사는 ″10만 고려인으로 각별하게 연결된 한국과 카자흐스탄이 더 많은 교류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한카자흐스탄 대사관 제공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의 첫 군사개입이 있었다. 러시아군이 투입되면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CSTO는 유엔(UN)의 인정을 받는 군사·안보 협력체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CSTO 의장인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에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러시아뿐만 아니라 벨라루스·아르메니아·카자흐스탄·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 등 회원국 모두에게 도움을 받았다. 소요 사태가 진정됐기 때문에 CSTO 평화유지군은 13일부터 23일까지 철수한다."
자원 강국이면서 주변에 러시아·중국 등 강대국이 있어 카자흐스탄의 지정학적 위치가 세계의 관심을 부르는 것 같다.
"여러 강대국을 이웃한 한국과 마찬가지로 카자흐스탄 정부는 독립적인 정치, 실리 외교를 강조해왔다. 덕분에 어떤 국가와도 정치·경제적 갈등을 겪지 않았다. 미국·중국·러시아는 모두 카자흐스탄의 파트너이며, 유럽연합(EU)도 마찬가지다. 앞으로도 다양한 국가와 상호 간 이익이 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국토면적 272만㎢로 세계에서 아홉째로 큰 카자흐스탄은 매장량 기준으로 원유 세계 12위, 천연가스 16위, 우라늄 2위인 자원 강국이다. 희토류도 풍부하다. 엑손모빌과 셰브론 등 미국 기업이 카스피해 유전 개발 사업에 협력하고 있다.)

올해가 한-카자흐스탄 수교 30주년이다. 특히 지난해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으로 각별한 우정을 나누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10만 고려인이 우리를 이어주는 끈이다. 개인적으로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은 매우 뜻깊은 일이었다. 양국은 서로의 강점을 키워줄 수 있는 전략적 동반자이기도 하다. 특히 카자흐스탄은 한국의 첨단산업에 꼭 필요한 희토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문화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 음악의 강점과 카자흐스탄 문화를 합친 아이돌 그룹 ‘91(Ninety One)’ 같은 Q-POP(카자흐스탄 대중음악) 가수들이 나오고 있다. 한국인들도 이들의 음악을 들어봤으면 좋겠다."
이번 시위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며 카자흐스탄이 세계 비트코인의 18%를 채굴하는 암호 화폐 강국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우리는 경제 다각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중국이 가상화폐 채굴 금지를 하는 등 외부요인도 있었지만, 내부적으로 가상화폐 채굴을 공식 합법화했으며, 낮은 세금을 매기고 값싼 전기를 공급하는 등 노력해왔다. 공급 문제는 현지 질서가 회복됐기에 단계적으로 상황이 나아지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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