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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줄이라도 타고 내려올 사람"…크레인 해체 연기로 지연된 희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5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건물 32~35층을 오르내리면서 실종자를 찾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15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건물 32~35층을 오르내리면서 실종자를 찾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사망했지만…첫 실종자 발견에 의미”

“실종자들을 언제 모두 찾을 수 있을지 불안한 마음도 있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죠.”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5일째를 맞은 15일. 실종자 가족들은 전날 건물 밖으로 구조된 실종자 1명이 최종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자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으나, 수색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사고 현장을 지켰다.

한 실종자 가족은 “생존 소식이 들려왔으면 좋았을 것”이라면서도 “실종자 6명 중 처음으로 발견됐다는 의미가 더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3일 광주광역시 서구 '현대산업개발 신축 공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6명 중 1명으로 추정되는 남성을 최초로 발견한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구조견 3살 독일산 셰퍼드 수컷 '한결(갈색 털)'이가 핸들러 이승호 소방장과 무너진 건물 내부에서 실종자를 찾고 있다. 사진 중앙119구조본부

지난 13일 광주광역시 서구 '현대산업개발 신축 공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6명 중 1명으로 추정되는 남성을 최초로 발견한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구조견 3살 독일산 셰퍼드 수컷 '한결(갈색 털)'이가 핸들러 이승호 소방장과 무너진 건물 내부에서 실종자를 찾고 있다. 사진 중앙119구조본부

중장비 투입…가족 “실종자 다칠라” 우려도

전날 소방당국이 수색을 가로막는 잔해를 치우기 위해 무인굴착기 투입 계획을 밝히자 실종자 가족 일부는 “중장비를 투입하면 혹시나 사고 현장 내부에 있을 실종자가 다치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하지만 한 가족은 “지금 내려오고 계셔. 밧줄이라도 타고 내려올 사람”이라며 살아서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전날 오후 6시49분쯤 붕괴 건물 지하 1층 계단 난간 부근에서 실종자 1명의 시신을 수습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3일 발견된 이 남성은 사고 당일 31~34층에서 창호 작업을 하다 연락이 두절된 A씨(65)였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16일 시신을 부검할 예정이다.

15일 광주광역시 서구 '현대산업개발 신축 공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15일 광주광역시 서구 '현대산업개발 신축 공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하 1층서 실종자 또 발견될까…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8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에서 나머지 실종자 5명에 대한 구조 작업을 재개했다. 전날 A씨가 발견된 지하 1층 주변을 중심으로 구조물 제거와 실종자 수색을 병행하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 당시 공사 현장에 투입된 실종자들이 2~3명 단위로 건물 내부에서 작업했기 때문에 A씨가 발견된 지하 1층에서 추가로 실종자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모두 50~60대 남성인 실종자 6명 중 3명은 28층과 29층에서 소방 설비 작업, 나머지 3명은 31층부터 34층까지 창호 작업 등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당국이 15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에서 중장비를 동원해 건물 잔해 등을 치우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소방당국이 15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에서 중장비를 동원해 건물 잔해 등을 치우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작업중지권 발동…타워크레인 해체 지연

소방당국은 구조대원 205명과 장비 42대, 구조견 8마리를 사고 현장에 투입해 22층과 25층을 집중적으로 수색할 계획이다. 전날 구조견들이 ▶22층 ▶25층 ▶26층에서 특이 반응을 보여서다. 지하 1층에서 처음 발견된 A씨도 구조견 2마리가 해당 지점에서 짖으면서 정확한 위치가 확인됐다.

추가 붕괴 위험 때문에 구조 작업의 걸림돌로 지목된 145m 타워 크레인 철거 계획은 미뤄져 ‘수색이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광주시와 관계 기관 등이 참여한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안전 확보를 위한) 작업중지권 발동과 전문가 조언을 토대로 타워 크레인 해체 착수 예정 시점이 오는 일요일(16일)에서 내주 금요일(21일)로 연기됐다”고 밝혔다.

작업중지권이란 산업재해 발생이나 그 위험이 있을 때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시킬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애초 소방당국과 현대산업개발 측은 1200t 규모의 크레인을 16~17일 조립해 붕괴사고로 기울어진 타워 크레인을 해체한 뒤 실종자들이 작업했던 건물 상층부 수색을 본격화할 계획이었다.

광주 39층 아파트 ‘붕괴의 재구성’ 그래픽 이미지.

광주 39층 아파트 ‘붕괴의 재구성’ 그래픽 이미지.

“구조 환경 전례 없이 복잡하고 어려워”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타워 크레인 해체와 건물 구조 보강 작업을 병행할 계획이었지만, 크레인 작업자 등이 제기한 안전성 문제로 작업중지권이 발동되면서 일정이 늦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구조대원들도 사고 건물 내부에 쌓인 흙더미와 콘크리트·철근 등 때문에 수색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 관계자는 “구조 환경이 어떤 사고 재난보다도 전례 없이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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